[기고문]앞으로는 녹색 옷만 입으세요! 투자 업계의 새로운 드레스코드 ESG채권
2021. 06. 25
올해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충실하지 않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의 조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앞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이 ESG를 필두로 지속가능한 경영에 집중하리라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으로 투자 업계는 새로운 시대 기업 경영의 드레스코드는 바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업에 대한 비재무적 평가 기준이 되는 환경, 사회, 지배 구조 관련 요소)’라고 콕 집어 말합니다. 멋진 파티에 참석할 때에는 때와 장소에 맞는 드레스코드가 필요하듯 앞으로의 기업 경영 활동에는 ESG라는 그린(Green) 드레스코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회사채(Corporate bond)는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공중 혹은 투자 기관으로부터 빌린 채무입니다. 자금을 빌려준 채권자는 주주들의 배당에 우선하여 이자를 지급받습니다. ESG 채권(ESG 본드)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 등 사회적 책임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입니다.
ESG 채권은 크게 세 분류로 나눠집니다.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녹색 채권(그린 본드, Green Bond), 사회 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사회적 채권(소셜 본드, Social bond), 그리고 그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춘 지속가능 채권(지속가능 본드, Sustainability Bond)가 있습니다.
녹색 채권은 2007년 처음 등장했습니다. 유럽투자은행(EIB)이 약 8억 달러 규모의 ‘기후 인식 채권(Climate Awareness Bonds)’을 발행한 게 시초이며 이후 2013년에는 국제금융공사(IFC)가 10억 달러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하고 1시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스웨덴 부동산 업체 바사크로난(Vasakronan)은 최초로 ‘녹색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장 형성을 본격화했고, 2016년에는 폴란드가, 지난 3월에는 이탈리아가 녹색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지금까지 녹색 국채를 발행한 나라는 20여 개에 이릅니다.
국내에서는 2019년 정부가 5억 달러 규모의 ‘녹색·지속 가능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올해인 2021년에 들어선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이 녹색 채권 발행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녹색 채권 인증을 해주는 국제 민간단체 CBI(Climate Bonds Initiative 기후채권이니셔티브)는 지난해 12월까지 전 세계에 발행된 녹색 채권의 누적 금액을 1조 달러(약 1,124조 원)로 집계합니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재생 에너지 산업(35%)에 가장 많이 투자됐으며, 이어서 저탄소 건축(26%), 친환경 교통 시스템 구축(19%)에 비중 높게 사용되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ESG 채권 발행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공기업과 금융회사 위주였던 ESG 채권 발행 시장에 제조업 등 일반 기업이 가세하면서 올해 채권 발행액은 벌써 지난해 전체 규모의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LG화학은 지난 2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친환경 원료 사용 생산 공정 건설,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증설, 소아마비 백신 품질관리 설비 증설, 산업재해 예방 시설 개선 및 교체, 협력사와 상생을 위한 금융지원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8,200억 원 규모의 그린 본드와 소셜 본드가 결합된 지속가능 본드를 발행했습니다.
위 그래프와 같이 2021년 국내 ESG 채권 발행은 월 단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대표 기업의 ESG 채권 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네이버와 아마존(Amazon)이 있습니다. 친환경 프로젝트와 사회공헌 프로젝트 등에 사용할 것이라 밝혔고 이러한 지속가능 채권 발행을 통해 ESG 이니셔티브를 홍보하며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지속해서 제고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기후 변화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지속가능성에 기초한 국가 경제의 전환 및 성장동력 확보의 중요성은 나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닌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 구조에 기반한 글로벌 ESG 채권 시장의 성장도 눈에 띄는데요. ESG 채권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해야만 산다’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ESG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ESG 붐은 최근 국내에서도 경영과 투자의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투자자 수요와 지속 개발 활동에 필요한 자본 조달 등을 위해 국가적인 ESG 채권 발행이 다양화되고 확장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낮은 금리로 더 저렴하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발행시장에서 ESG 경영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 채권 발행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습니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조달 금리도 낮추고 친환경 기업 이미지 제고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3. 고객도 원한다! 투자 기관의 수요 폭증
기업이 앞다퉈 ESG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은 최근 투자 기관의 수요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과 교직원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정책적으로 ESG 채권 투자를 확대하고 자산운용사들도 잇달아 ESG 펀드를 설정하고 있는데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낮은 금리로 빌리며 ‘친환경 기업’이라는 인식도 제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한편, 세계 3대 연기금으로 7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도 투자에 있어 ESG 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ESG 채권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ESG 채권 발행은 일반 회사채 발행과 다르게 별도의 인증 절차가 요구되어 ESG 인증 수수료 부과는 물론 약 2주간의 인증 시간이 소요됩니다. 수수료도 들고 절차가 복잡하지만 대외신인도 제고(언론 홍보 및 ESG를 선도하는 기업 이미지), 거래소 상장 수수료 및 연부과금 면제 등 기대 효과가 크기에 채권 발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ESG 채권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그린 워싱* 등 ESG 채권의 적격성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린 워싱: 기업 활동이나 제품의 환경적 속성을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로 시장에 제공해 ‘친환경 이미지’만으로 경제적 이득을 획득하려는 기업 행동을 의미한다.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그간 민간 중심이었던 ESG 기준 이외에 유럽 규제기관을 중심으로 그린 워싱의 잠재 가능성을 제거하고 더 엄격한 기준을 세울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관련 규제를 체계화 작업이 진행되는 동시에, 녹색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사용처가 적절했는지(즉, ESG 기준에 부합하는 적절한 프로젝트, 사업 등에 이용되었는지)에 대한 사후 평가와 관련 내용 공시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LG화학은 글로벌 시장과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ESG 경영을 시행하고 관련 활동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올해 ESG 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와 친환경 원료 사용 생산 공정 건설,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증설에 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LG화학은 ESG 경영 용도에 맞게 자금을 활용하고 투명하게 사용처를 공개할 것입니다. 나아가 국내·외 ESG 채권 발행을 통해 다양한 투자자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ESG 경영 활동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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