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가 적어 동료들과 어울리기 힘든 당신에게
2020. 03. 04
“말수가 적은 제가 동료들과 잘 어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게 더 편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집중할 때는 한 가지만 몰입하는 편이라 거의 말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한마디로 원체 말수가 적은데 회사에서는 이런 점이 동료들과 어울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동료들은 일하면서 담소를 주고받는데 이 과정에서 친밀감을 쌓고 서로 업무적인 상황도 공유하더라고요. 갑자기 아무 말 대잔치를 할 수도 없고 분위기만 이상해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말수가 적어서 동료들과 어울리기 힘든 C씨
말수가 적고 많은 문제(혹은 달변과 눌변의 문제)는 타고난 성격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애쓴다고 어느 날 갑자기 말수가 많아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네, 본연의 기질은 정말 바꾸기 힘듭니다. 다만 우리는 그러한 기질이 보이는 방식이나 내가 그 기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고쳐볼 수는 있겠지요.
우선 짚고 넘어갑시다. 회사생활에 있어서 반드시 쾌활하고 사교적이어야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만큼의 말을 잘 구사할 필요는 있습니다(가령 내부보고, 협의와 회의, 의견 제시와 설득, 프리젠테이션 등). ‘저 사람은 대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라거나 ‘자기 주관이 너무 없어 답답하다’라고 한다면 동료들 사이에서 불편함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일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동료들과 어울림이나 친교에서 말수가 적고 많음은 한마디로 ‘내 맘대로’ 아닐까요? 입담이 좋은 동료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부러운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말수 없음이 콤플렉스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게 결핍으로 바라보면 그 자의식 과잉이 고스란히 어색하고 겉도는 분위기를 감돌게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말수가 적은 것을 콤플렉스나 결핍이 아닌 ‘생각이 깊고 신중함’, ‘남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일 줄 아는 배려심’으로 재해석해야 합니다. 나는 말주변이 없고 말수가 적다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차라리 ‘듣는 역할’을 자처할 수도 있습니다. 이따금 고개를 끄덕여가며 웃어주면 끝입니다. 동료들은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될 겁니다. 행여 그 자리가 재미없는 사람들과 재미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면 무리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가급적 벗어나는 게 옳습니다. 정말이지 별로 즐겁지 않은 자리에서 내가 억지로 재미있는 인간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들어주는 역할 이상으로 참여하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면 잘 듣고 있다가 중간중간에 센스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성의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의 자의식과잉이 자신을 괴롭히게 두지 마세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지만, 말보다 글이 편하게 느껴진다면?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글로 하면 되겠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면대면으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내가 끼어들지 못했다면 안부의 글, 감사의 글, 정보공유의 글 등을 뒤늦게라도 글로 써 보내서 메꾸면 됩니다. 아무래도 글로 쓰면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게 더 편한 사람’의 장점을 십분 살려 논리적이고 단정한 대화를 할 수가 있겠지요.
네, 실은 말하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수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말수가 적더라도 내면에서 우러난 진정성 있는 말, 충분한 성찰을 기반으로 한 차분하고 논리적인 말, 타인의 입장을 두루 헤아리는 사려 깊은 말, 단 한마디를 하더라도 위트가 있고 사람들을 웃게 하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자랑, 비교, 변명, 험담, 투정, 아부, 공격, 그리고 타인을 휘두르기 위한 말이 아니고요.
무엇보다 직장에서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 일을 잘하면 사실 말을 많이 할 필요조차 없지 않나요? 일을 단단하게 잘하고 있다면 말수 없음은 오히려 신뢰감을 부각합니다.
이 세 가지 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첫째, ‘안녕하세요’라는 지극히 당연한, 아낌없이 기분 좋은 인사. 둘째, 동료가 곤란하거나 난처해할 때 ‘괜찮아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나요?’라고 먼저 자발적으로 손을 내미는 말. 마지막으로 셋째, 거절이 필요할 때 다부지게 말하는 ‘NO’. 그밖에는 말을 적당히 아껴도 대세에 지장 없습니다. 정말로요.
-임경선(저서:산문<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태도에 관하여> 등)작가
마음에 안정을 줍니다. 요즘 말수가 적다는 말을 듣고 함께 살라는 말을 듣습니다. 말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부담스러운 일인가 고민스러웠는데요.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회사를 오늘부로 퇴사하시는 이사님께 감사의 글을 쓰는중에 맞춤법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지금 이 글이 저에게 많은 공감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큰 도움이 된거 같아 댓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저도 말수가 없고 그런데 위안이 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말수가 없어 고민중이었습니다
저도말수가적어서ㅠ활발한셩격 부러워요ㅠ
이 글은 저장해두었다가 종종 위로를 받고 싶을 때마다 정독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 보전해주세요!
정말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마자여 활발한성격 너무 부럽더라구요..
저도말수가없어요 공감
저는 말많은 사람옆에 있으면 기빨리고 지쳐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합니다 이글을 읽고 공감이 많이가고
필요한 말을 적절하고 위트있게 하느게 중요하다는걸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