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쟁이 내 아이와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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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집쟁이 내 아이와 친해지기

        2019. 08. 13

        “아이와 친해질 수 있을까요?”

        바로 첫째 아이 수아 얘기입니다. 수아를 생각하면 미소가 싹 가십니다. 수아는 하자고 하면 안 하고, 떼쓰고, 고집부리고 웁니다. 제가 가장 싫은 건 고집부릴 때예요. 양치질, 목욕, 옷 입기 등 무얼 하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고집을 피우며 자리에서 절대로 안 움직입니다. 아~ 정말 속이 터져요. 저는 또 시작인가 싶어 폭발합니다. 너무 미워서 꿀밤을 때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그래서 저 대신 남편이 수아를 케어해보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더라고요. 사실 수아가 어릴 때부터 시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태어나서 2년간 함께 살았고, 지금은 등·하원 책임져주시고 제가 퇴근 전까지 돌봐주세요. 수아가 싫다고 하면 할머니는 강요하지 않고 뭐든 다 허락하시기에 수아에겐 늘 할머니가 0순위죠. 저도 수아와 잘 지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힘들어요. 걱정입니다. 도와주세요.

        – 마음대로 안 되는 육아로 마음고생 중인 A씨

        “양육 과정 중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녀 양육을 통해 얻는 부모의 심리적 유익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성장’이라고 말합니다. 성장. 제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성숙하기 위해선 일종의 고통이 선행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실은 자녀를 키우는 동안 부모도 함께 성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갖은 어려움을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내가 나쁜 부모이기 때문이 아니라 양육이 원래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랑이 내가 더 많이 주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자녀는 나 자신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 사랑하는 부모가 질 수밖에 없겠지요. 싫은 친구는 안 보면 그만이지만 자녀는 그럴 수 없습니다. 미운 사람한테 화를 낼 순 있지만, 자녀에게 그럴 수는 없습니다. 화를 내면 결국 내가 더 아프기 때문이지요. 이 모든 이유가 내가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고집, 삶을 개척하는 힘이 됩니다”

        리더십 워크숍에서 간혹 ‘최선을 다해 지도했는데 구성원의 행동에 변화가 없어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나쁜 리더라 생각되고, 자존감마저 낮아진다는 거지요. 생각해봅시다.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데, 상대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건 아닐까요?

        부모도 리더입니다. 자녀가 내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믿고, 그걸 기반으로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 주장할지 배우고 있을 뿐입니다. 어린 시절 순종적으로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된 후에 거절하지 못해 사회생활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떠세요? 이처럼 반대로 생각하니 지금의 고집이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지지요?

        결과적으로 전 오늘 사연에서 어떤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고집이 센가요? 그렇다면 지금 잘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고집이란, 내 의견이 생기고 독립성을 발달시키는 힘이 됩니다. 엄마의 사랑을 믿으니 고집도 부릴 수 있는 거고요. 고집은 생존을 향한 하나의 에너지이자, 향후 삶을 도전적으로 개척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아이가 고집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걱정해야 할 상황이지 않을까요?

        “직면한 문제보다 아이의 장점에 집중하세요”

        ‘우리 아이는 이런 문제가 있어요. 어쩌죠?’라고 질문하시면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그럼, 아이의 장점은요?’ 제 질문에 대답을 못 하는 부모들이 꽤 있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문제중심접근’을 주로 훈련하고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격과 관련된 자녀의 행동을 문제중심에서 접근하면 자녀와 갈등이 증폭되기 쉽습니다.

        성격이란, 변하지 않는 그 사람만의 반응 패턴입니다. 자녀의 어떤 행동이 성격과 깊이 연관될수록 변화하기란 어렵습니다. 어떤 문제 행동은 성격의 성숙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이때는 뇌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심리가 덜 발달된 상태에서 부모가 너무 재촉한다면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요. 이때는 문제중심접근보다 장점중심접근이 좋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점중심접근이란 어떤 걸까요? 쉽게 말해, 내 아이의 장점을 먼저 파악하는 겁니다. 성격 관련 행동은 기존의 행동 요인을 제거하기보다 이를 강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때문에 ‘A라는 문제가 있지만 괜찮아, B라는 장점으로 커버할 수 있어’ 하고 생각해봅시다. 이런 식의 전략이 좋습니다. 자연스레 아이의 장점을 파악하고, 칭찬을 기반으로 긍정적인 소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칭찬노트를 써 보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아이는 칭찬을 좋아합니다. 특히 부모의 칭찬을 원합니다. 버릇이 나빠져도 괜찮습니다.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이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나아가 나쁜 버릇까지 바꿔줄 테니까요.

        -윤대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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