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것이 아름답다!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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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린 것이 아름답다!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2018. 10. 12

        언제나 무언가에 쫓기듯 빨리 빨리를 외치던 우리 삶에서 이제는 많은 사람이 슬로푸드, 슬로 퍼니처, 슬로 라이프 등을 외치며 느리지만, 행복한 삶을 추구합니다. 성장에서 성숙, 삶의 양에서 질로, 속도에서 깊이와 품의를 존중하고 느림의 삶을 추구하며 생겨난 국제운동이 바로 ‘슬로시티(slow city)’입니다. 느리지만, 행복을 만날 수 있는 곳, 슬로시티를 소개해드릴게요.


        슬로시티를 선언하다, 슬로시티의 시작

        오르비에토

        슬로시티 운동을 출범시킨 발상지는 어디일까요? 바로 ‘오르비에토’입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피렌체를 향해 100km쯤 더 가면 나지막한 산과 구릉 사이에 자리 잡은 오르비에토 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도시는 슬로푸드 운동이 처음 생겨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선 패스트푸드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슬로푸드의 이념과 철학으로 오르비에토 도시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슬로시티 선언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흥미를 갖는 도시, 훌륭한 극장, 가게, 카페, 여관, 사적, 그리고 풍광이 훼손되지 않는 도시, 전통 장인의 기술이 살아 있고 현지의 제철 농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도시, 건강한 음식, 건강한 생활, 즐거운 삶이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추구한다

        슬로푸드 운동에 이어 도시 내 대기오염과 소음공해를 줄이기 위해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며 자동차와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슬로푸드 운동을 확대해 1999년 이탈리아의 다른 세 도시와 함께 최초로 ‘치타슬로(cittaslow)’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치타슬로는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슬로시티(Slowcity)’가 됩니다. 슬로시티 운동은 기본적으로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여유 있고 즐겁게 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탈리아산 백포도주 ‘오르비에토’로 유명한 작은 도시, 오르비에토. 전체 주민이 2만여 명밖에 되지 않는 곳이지만, 1년 동안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무려 200만 명에 달하는 이 도시가 관광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무분별한 개발보다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잘 보존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의 국제 슬로시티

        한국의 국제 슬로시티

        사진자료: 한국슬로시티본부(http://www.cittaslow.kr/)

        속도가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슬로시티 운동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999년 국제슬로시티 운동이 출범된 이래 현재(2018년 8월 기준)까지 30개국 255개 도시에 슬로시티 운동이 확산하였으며, 그중 15개의 슬로시티가 한국에 있습니다.

        국제슬로시티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평가 요건과 평가 항목을 충족시켜야 하고 국제슬로시티연맹 최종승인 단계까지의 모든 절차를 거쳐야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평가 요건과 평가 항목을 모두 충족시킨 ‘한국의 국제 슬로시티 15곳’은 어디일까요?

        느림을 추구하는 여행지 ‘전남 신안군 중도’, 슬로워킹 축제가 개최되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명가 ‘전남 담양군 창평면’, 문향(文香, 문학의 향기) 이자 만향(漫香, 느림의 향기) ‘경남 하동군 악양면’,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충남 예산군 대흥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그린칼라(green-collar, 환경 분야나 친환경)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전통의 맥을 이어온 장인(匠人)의 고장 ‘경북 상주시 함창읍, 이안면, 공검면’, 전통의 맥을 이어온 장인(匠人)의 고장 ‘경북 상주시 함창읍, 이안면, 공검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경북 청송군 ‘부동면, 파천면’, 지붕 없는 박물관 창조도시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그리고 이 외에도 충북 제천시 ‘수산면’, 충남 태안군 ‘소원면’, 경북 영양군 ‘석보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화포천습지생태공원’, 충남 서천군 ‘한산면’이 한국의 국제 슬로시티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이곳 중 가을에 가보면 특히 좋은 슬로시티 5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낭만의 계절 가을, 힐링하기 좋은 국내 슬로시티

        느림을 추구하는 여행지, 전남 신안군 ‘중도’

        느림을 추구하는 여행지 전남 신안군 ‘중도’

        지명 그대로 새로운 안심과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신안(新安)은 슬로 감성체험, 해양과 도서관광을 즐길 수 있는 블루 슬로(blue slow)의 고장이자 걸어서 바다까지 가는 저탄소 산책 코스가 있는 느린 여행지입니다. 또한, 신안은 세계 최량의 갯벌 천일염 명소이기도 합니다. 염장인은 슬로시티의 철학과 이념을 추구하는 슬로 피플(slow people)로, 염장인이 만든 미네랄이 풍부한 소금, 갯벌 천일염인 천하명품 태평소금은 느림의 뜻을 지니고 있어 전형적인 슬로푸드 중 하나입니다.

        슬로워킹 축제가 개최되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

        슬로워킹 축제가 개최되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

        ‘빙그레 웃는다’라는 뜻을 지닌 섬 ‘완도(完島)’는 주민들의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건강의 섬’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청산도는 한반도 끝자락인 주도 완도에서 배를 타고 40여 분가량 가야 하는 곳에 있는 국내 유일의 슬로시티 섬이며, 옛 지명은 신선도입니다. 청산도에서는 매년 슬로걷기 축제가 개최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초록을 품은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슬로시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문향(문학의 향기) 이자 만향(느림의 향기), 경남 하동군 ‘악양면’

        문향이자 만향 경남 하동군 ‘악양면’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는 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가 되었던 전통 가옥인 최참판댁이 있습니다. 이곳은 소설 속 무대를 실제 공간에 재현함으로써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마치 소설 속에 직접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소설 『토지』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 행사에 참여할 수 있고, 민속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에서는 각종 문학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 하동군에서 문화 관광지로 주목받는 슬로시티 명소가 되었습니다. 하동은 어머니 같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슬로푸드인 자연 야생 녹차의 향내로 가득한 곳이기도 합니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그린칼라(green-collar, 환경 분야나 친환경),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차별화된 경쟁력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면은 전체 면적 중 71%가 임야로, 그린벨트(삼림보존지역, green belt)로 50년째 온갖 규제와 법규로 개발이 제한되어 서울보다 마을의 발전이 느리다는 주민들의 불평이 많았던 곳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서울과 다른 형태의 지역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안으로 녹지와 맑은 공기, 깨끗한 물과 토양이 양호하다는 조안면의 조건을 활용해 한국의 대표 유기농업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국제슬로시티로 거듭났습니다.

        남양주시 조안면의 명소로는 연꽃마을, 장수마을, 실학박물관, 다산 유적지, 유기농 테마파크, 슬로푸드문화원, 남양주종합촬영소, 다산로, 마진산성 등이 있습니다. 특히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두물머리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명소 외에도 유기농 쌈채, 딸기, 연근을 활용한 가공품 등 다양한 유기농산물과 슬로푸드도 있습니다.

        전통의 맥을 이어온 장인의 고장, 경북 상주시 ‘함창읍, 이안면, 공검면’

        삼백(三白)의 고장 경북 상주시 ‘함창읍, 이안면, 공검면’

        경북 상주는 ‘전통의 맥을 이어온 장인의 고장’이라는 수식어구 외에도 상주를 소개할 수 있는 수식어구는 정말 다양합니다. 상주는 오래전부터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리며 누에고치, 쌀, 겉이 흰 곶감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또한, 상주는 농업과 식문화가 발달한 고장인데요. 상주 전 가구 수의 42%가 농가이며 음식의 역사도 찬란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상주는 국내 대표 자전거 도시이기도 합니다. 낙동강 중심에 있고 백두대간의 명산 속리산의 생태축이기도 한 상주는 이산화탄소 절감을 미리 준비하며 국내의 대표 자전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자전거가 차지하는 교통 분담률이 21%이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전거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가을 날씨에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상주에서 자전거를 타며 슬로시티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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