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과 떠나세요! 지금 이 순간을 위한 특별한 단풍 여행지
2018. 09. 28
온 산천이 알록달록하게 물드는 가을. 이런 가을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은 들뜨기 시작합니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매년 만날 수 있는 단풍이지만 일 년에 한 번! 이때가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의 단풍! 소중한 사람과 함께 떠나고픈 단풍 여행지에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요? 전국 각지에서 추천받은 단풍 명소 중에서 조금 더 특별한 곳을 모아서 소개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한다면 화담숲을, 잊지 못할 가을 사진을 찍고 싶다면 홍천 은행나무숲을, 문학과 가을을 느끼고싶다면 고창 선운사를, 멀리 떠나기 어렵다면 경복궁을 추천합니다. 어떤 곳들인지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볼게요!
서울에서 차를 타고 40분이면 닿는 생태수목원. 곤지암 리조트와 맞닿아 있어, 곤지암 화담숲으로 더 자주 불리는 화담숲은 가을 단풍 여행지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중 하나입니다. 4천여 종의 국내 자생식물과 도입식물이 서식하고 그 규모가 약 1,355,371.9㎡(약 41만 평)에 달한다고 곧잘 설명됩니다.
화담숲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가을에 그 빛을 더 발합니다. 화담숲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천년단풍이 관람객을 반깁니다. 수령 200년 이상이 된 이 나무는 붉은빛을 잔뜩 머금은 단풍잎으로 가을의 시작을 알립니다. 민물고기생태관, 연못, 한옥 등 조형물과 단풍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속에 감흥을 자아냅니다. 화담숲은 모노레일을 운영하고 있어서 걷기 어렵다면 표를 구입해 탑승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시골풍경을 재현, 전시해놓은 ‘추억의 정원’을 비롯해 이끼가 자라고 그 양쪽으로 단풍나무가 있는 ‘이끼원’, 바위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만날 수 있는 ‘암석/하경정원’ 등 다양한 테마원을 품고 있습니다.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화담숲의 절경은 다양한 곳에서 펼쳐집니다. 억새가 핀 풍경과 모과나무, 국화 분재가 있는 분재원, 구절초가 소담하게 핀 정원까지. 특히 화담숲이 빛을 발하는 곳은 산책길입니다. 완만한 경사에 데크길까지 조성되어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가을, 화담숲에 들린다면 단풍이 곱게 물든 숲속을 배경으로 포토존 중 하나인 ‘약속의 다리’에서 꼭 사진을 찍어보세요.
10월이 되면 생각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 홍천군에 자리 잡은 은행나무숲입니다. 세상이 온통 노란빛으로 물든 이곳은 몇 해 전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유지이지만 10월에만 사람들과 함께 은행나무숲의 단풍을 나누고자 활짝 문을 엽니다. 샛노란 은행나무 2,000여 그루가 저마다의 빛깔을 뽐내며 우뚝 솟아 있어, 절경이 따로 없습니다. 연인을 비롯해 친구들끼리, 가족끼리 방문한 사람들이 많고, 사진을 찍으려는 이들 또한 많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렇게 넓은 은행나무숲이 생겨난 것일까요? 이 답을 하려면 은행나무숲 주인의 이야기를 알아야 합니다. 아내의 만성 소화불량에 삼봉약수가 효과 있다는 이야길 듣고 오대산 자락에 살게 되었다는 은행나무숲의 주인. 그는 아내의 건강을 기원하며 넓은 땅에 은행나무 묘목을 하나씩 심었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홍천 은행나무숲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렇게 심어진 은행나무 묘목들이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라나 아름다운 노란빛의 은행나무숲이 되었습니다.
10월에 펼쳐지는 은행나무의 장관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은행나무숲 주인은 2010년부터 10월 한 달 동안 숲을 개방합니다. 한 번 이 은행나무숲을 찾았던 이들은 매년 가을, 10월만 되면 다시 홍천 은행나무숲을 떠올리고 또 찾아온다고 합니다. 드넓게 펼쳐진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습니다.
‘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으로 끝맺는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는 ‘고창 선운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입니다. 고창 선운사만큼 문학과 관련된 사찰 또한 드물 것입니다.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를 비롯해 미당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에서는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보러 갔더니’라는 구절에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김용택 시인은 <선운사 동백꽃>에서, 송기숙 소설가는 <녹두장군> 소설에서 선운사를 불러냅니다.
시인과 소설가에게 고창 선운사는 많은 영감을 불어넣은 모양입니다. 겨울에는 동백꽃으로, 여름에는 녹음으로 선운사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지만 고창 선운사의 가을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꽃무릇이 피고, 꽃무릇이 진 빈자리를 붉고 노란빛을 알리는 단풍이 채웁니다. 사람들은 단풍으로 물든 숲길을 걷다가 그 아름다움에 취해 발걸음을 멈추곤 합니다. 고창 선운사의 단풍은 졸졸 흐르는 도솔천을 배경으로, 선운산, 도솔암까지 이어집니다. 주말만 되면 전국에서 고창 선운사의 단풍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단풍을 보러 고창 선운사에 들른다면 선운사가 등장하는 시 한 구절쯤 읽어보면 어떨까요? 단풍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창 풍천장어를 맛보는 일 또한 빼놓지 마시길 바랍니다.
설악산, 지리산 등 단풍 명소는 많습니다. 하지만 너무 먼 탓에, 혹은 여유가 없어 갈 수 없는 분들이 있나요? 그렇다고 아름다운 올해의 단풍을 그대로 보내기엔 아쉽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추천하는 단풍 여행지, 경복궁입니다. 정도전이 <시경>에 등장하는 ‘이미 술에 취하고 덕에 배가 부르니 군자 만년에 복이 빛나리라’에서 두 글자를 따와 지은 이름, 경복궁. 경복궁은 ‘길이길이 크게 복을 누린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조선에서 제일 처음 전깃불을 밝혔다는 건청궁을 비롯해, 한글 창제 이야기가 밴 집현전, 신하들이 왕에게 아침 조회를 했던 근정전 등 역사를 품은 건물 사이로 무르익은 단풍이 얼굴을 드러냅니다.
연못과 어우러진 향원정의 단풍은 조선 궁궐의 미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연회 장소로 쓰였던 경회루, 직접 벽돌을 구워 만들었다는 아미산의 굴뚝과 꽃담. 시간 여행을 하듯 경복궁을 거닐며 만나는 단풍은 도심에서 쉽게 느낄 수 없었던 여유를 선물합니다.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물들인 조선의 법궁, 경복궁을 거닐며 역사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참, 한복을 입고 가면 이용 요금이 무료인 점도 잊지 마세요!
현재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