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를 만나다” – 미술 전시회 나들이
2015. 04. 08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이라네. 밭일할 때 삼종소리가 들리면 할머니는 한 번 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우리 일손을 멈추게 하고 삼종기도를 올리게 했지. 그럼 우리는 모자를 손에 꼭 쥐고서 아주 경건하게 고인이 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곤 했지. – 밀레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올해 2015년은 밀레가 태어난 지 꼭 200주년 되는 해이며, 현재 올림픽공원 내에 위치한 ‘소마미술관’에서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전시가 열리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장 프랑수아 밀레(Jean François Millet, 1814∼1875년)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4년에 걸쳐 기획한 특별 해외 순회전의 한국전시입니다. 한국에 앞서 미국과 일본전시를 통해 무려 100만 명이 관람했다고 하니 밀레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는데요.
특히 이번 전시는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밀레의 걸작 4작품이 첫 선을 보인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밀레의 대표작 <씨 뿌리는 사람>, <양치기 소녀>, <감자 심는 사람>, <추수 중에 휴식(룻과 보아스)>이 전시된다고 해서 더욱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밀레 탄생 200주년 기념전!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봄철 미술 전시회 나들이! 그럼 오늘은 블로그지기와 함께 밀레의 숨결을 만나보실까요?
밀레의 대표작품인 <씨 뿌리는 사람>은 36살의 밀레가 이룩한 혁명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1850년 프랑스 살롱에 전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평범한 농부가 커다란 캔버스에 ‘영웅’처럼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오른손으로 씨를 뿌리며 대지 위를 걸어가는 농부의 역동성이 느껴지는 밀레의 걸작 <씨 뿌리는 사람>. 당시 미술계는 역사와 성서, 신화적인 장면과 영웅들을 묘사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밀레는 오랜 전통을 깨고 인간의 일상을 중심으로 한 현실에 주목한 것이었죠.
특히 <씨 뿌리는 사람>은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 받은 작품이기도 한데요. 블로그지기 역시 엽서 등에서만 보아오던 밀레의 걸작 <씨 뿌리는 사람>을 실제로 본 소감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밀레의 힘찬 붓질의 질감이 캔버스 위에 그대로 드러난 <씨 뿌리는 사람>은 실제로 보면 화폭 밖으로 농부가 당장에라도 걸어 나올 만큼 그 역동성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스케치를 보내네. 흙을 온통 파헤친 넓은 밭은 선명한 보랏빛을 띠고 있지. 잘 익은 보리밭은 옅은 진홍색을 띤 황토색이네. 노란색에 보라색을 섞어서 중성적인 톤으로 칠한 대지에는 노란 물감으로 붓질을 많이 했네.-고흐가 에밀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 중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앳된 얼굴의 소녀가 오른손엔 꼬챙이를, 왼손엔 양털 뭉치를 든 채 어딘가를 보고 있는데요. 새하얀 앞치마엔 한낮의 햇빛이 반사돼 아름답게 일렁이고, 그녀의 발 아래로는 섬세하게 묘사된 풀과 민들레가 바람에 나부끼는 밀레의 <양치기 소녀>. 이 작품은 밀레의 그림 중 가장 큰 인물화로 꼽힌다고 하죠. 그런데 여러분 <양치기 소녀>그림에는 흥미로운 탄생의 ‘비밀’이 한가지 숨어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밀레가 젊은 시절 그린 역사화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 위에 물감을 덧발라 그렸다는 점입니다. 생활고 때문에 캔버스를 구할 여력이 없던 밀레는 얼마든지 색을 덧입힐 수 있는 유화의 특성을 이용하여 기존의 작품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요. 밀레의 그림 중 행방 불명이 된 줄만 알았던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는 훗날 X-선의 발명과 함께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고 해요.
부부가 같이 땅을 갈고 감자를 심는 동안 나귀가 묶여있는 나무 밑에서 아기가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화폭에 담은 밀레의 <감자 심는 사람>. 감자 심는 사람들의 신성한 노동성이 크게 두드러지는 이 작품 앞에서 블로그지기는 숙연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감자 심는 노동의 장면은 신성하다 못해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감자라는 작물은 그 당시 동물 사료로 쓰였던 것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비싼 빵의 대용식이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에서 감자는 농부의 빈곤을 상징하고 있죠. 실제로 보면 더 압도적인 대형 캔버스에 이 그림을 그린 밀레는 농부의 일이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인물들에게 영예로운 지위를 부여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그리려 한 것은 노동이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몸을 움직여 수고하도록 태어났다. <네 이마에 흐르는 땀의 대가로 살아야 한다>고 성경에 쓰여 있듯이. 이것은 영원히 변치 않을 인간의 숙명이다. -밀레의 말 중에서.
밀레의 작품 <추수 중에 휴식(룻과 보아스)>은 밭일을 하는 농부들의 평온한 모습을 묘사한 작품 가운데 최고의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룻과 보아스’는 구약성서 룻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남편을 잃고도 지극 정성으로 시어머니를 모시던 룻에게 감동해 아내로 맞은 대지주 보아스의 사랑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림 속 맨 왼쪽의 고개를 숙인 여성이 룻, 바로 옆 남자가 보아스입니다.
이 작품을 위해 밀레는 실제 농부를 모델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세를 관찰한 다음 이들이 겹쳐진 모습을 철저하게 계산해 그렸을 뿐만 아니라, 50여 점 이상 습작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죠. 밀레는 이 그림을 통해 처음으로 살롱전에서 2등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림에는 모두 몇 명의 일꾼이 등장할까요? 얼핏 보기에는 12명으로 보이실 텐데요. 좀 더 자세히 자세히 살펴보면 곡식더미 근처에서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나머지 한 명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답니다. 그래서 작품 안에는 전부 13명이 등장하죠. 세밀한 관찰 없이 탄생할 수 없는 서로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에, 구도 또한 완벽한 작품이라 불리는 <추수 중에 휴식(룻과 보아스)>. 여러분도 직접 미술 전시관에서 숨은 일꾼을 한번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예매: 인터파크
<올림픽공원>은 전체면적이 43만 8,000평이나 되는 서울의 대표 공원입니다. 3개 테마공원으로 구분되는데, 첫째는 산책·조깅 코스, 건강지압로, 인라인스케이팅, 등으로 이루어진 ‘건강 올림픽공원’이고, 둘째는 몽촌역사관, 몽촌토성, 조각작품공원으로 이루어진 ‘볼거리 올림픽공원’, 셋째는 음악분수, 웨딩 사진 찍기, 이벤트 광장 등으로 구성된 ‘재미있는 올림픽공원’입니다. 봄날 산책은 건강과 볼거리 재미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올림픽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시면 어떨까요? ☞홈페이지
<한성백제박물관>
봄 나들이 데이트 코스로 제격~!
밀레..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했던 그의 작품들, 깊이 있게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