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이는 많으나 얻은 자는 적다는 허니버터칩, 맛 좀 보셨나요? 나온 지 꽤 되었는데도 여전한 밀당으로 애간장을 녹이는 애증의 과자, 요정이나 유니콘처럼 전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보기 힘든 허니버터칩! 도대체 왜 이렇게 우리를 애태우는 걸까요? 또한 다양한 ‘허니 푸드’의 출시까지, 식지 않는 허니 푸드 열풍에 대하여 알아봅시다!
고백하자면, 블로그지기는 감자칩을 찾아 편의점을 어슬렁거리는 굶주린 하이에나 한 마리였답니다. 결국 5배 넘는 웃돈을 주고서야 그 달콤짭쪼롬한 감자칩 한 봉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요. 온 식구가 모여 봉지를 뜯는 순간, 꿈결처럼 밀려오던 버터 냄새를 잊을 수가 없네요.
허니버터칩ⓒ해태제과 페이스북
처음 먹었을 때는 달콤 + 고소 + 짭짤 + 느끼한 맛이 한데 어우러진, 그야말로 ‘미각충격’이었습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줄 알았건만, 이거야말로 우리가 찾던 신선함이었어요. 사람 입맛은 모두 비슷한 모양인지, 허니버터칩은 출시 석 달 만에 100억 넘는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하며 세간의 화제가 되었죠.
그 흔한 TV광고 한번 할 필요도 없었어요. ‘이 과자, 물건이다!’ 입 소문은 SNS로 빠르게 퍼져나갔죠. 블로그에는 맛 본 자들의 간증이 줄을 이었고, 연예인들도 부지런히 인증샷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시중에선 이 과자를 도통 찾을 수가 없었어요. 3교대로 일하며 기계를 풀가동해도 구하기 어려워 ‘공장에 불이 났다’는 헛소문마저 나돌았지요. 소규모 공장인지라 대량생산을 할 수 없었고, 인기가 식을까 섣불리 공장을 증설하지도 못했거든요.
허니버터칩 알리미 앱 스크린샷
-돈 있어도 못 먹는 그 과자
달아나는 토끼가 욕심나고, 튕기는 미녀일수록 더 아름다운 법! 찾기 힘들수록 사람들은 더욱 열을 올렸습니다. 위치추적 어플까지 등장한 한편, 사람들은 입고 시간에 맞춰 편의점 앞에 줄을 서기도 했죠. 어찌나 시달렸는지 ‘과자 없습니다, 제발 묻지 마세요!’ 호소문까지 나붙을 지경에, 카운터에 몰래 숨겨놓고 단골에게만 판다는 주인도 있었어요. 박스로 득템한 행운아는 로또 1등 당첨자보다 더 큰 부러움을 받았죠.
-허니 향 과자가루 살 사람?
얼마 후, 중고거래 사이트에 몇 배로 가격을 올려 판매하는 사람마저 나타났어요. 다른 과자들이나 쌀 한 가마, 심지어 중고차를 사면 과자를 끼워준다는 ‘인질극’ 마케팅마저 등장했죠. 워낙 보기 힘들다 보니, 한탄과 풍자도 많았어요. ‘먹다 남은 과자 반 봉지 팝니다. 손 씻고 먹어서 깨끗해요’ 라든가, ‘빈 봉지 팔아요. 냄새라도 맡아보세요’ 같은 글들이요. 결국 허니버터칩은 ‘간절히 원하지만 구하기 힘든 것’의 대명사로 전설처럼 회자되었죠.
허니버터칩 인질마케팅 및 중고거래 뉴스방송ⓒYTN
이후 수많은 허니버터칩의 아류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습니다. 찾기 힘든 원조의 대체제로 ‘허니 앤 버터 맛’, ‘허니 바비큐 맛’, ‘허니 치즈 맛’ 등 단짠(달콤하고 짭잘한) 감자칩들이 과자코너를 점령해갔고, 허니버터칩의 원조로 알려진 일본산 ‘시아와세 버터칩’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죠. 또한 허니버터칩의 동생이라 불리는 ‘허니통통’이나 ‘허니버터아몬드’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었고, 이런 허니 푸드 열풍은 과자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허니치즈볶음면ⓒ삼양식품 페이스북
-라면이 핵꿀맛?
라면과 꿀, 과연 어울릴까요? 매운 맛이 대세인 라면에도 달콤한 바람이 불었는데요. ‘허니 치즈 볶음면’ 은 강한 치즈향에 달콤한 맛이 어우러진 데다 느끼하다 싶으면 동봉된 할리피뇨 오일을 부어 매운 맛을 조절하도록 했답니다. ‘허니 불타는 볶음면’에는 꿀 액상 스프가 들어있는데요, 고추장 소스에 꿀을 섞어 비벼먹는 맛…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 될 것 같죠?
-허니 치맥으로, 건배!
발 빠른 사람들은 허니 막걸리, 허니 맥주를 내놓으며 열풍에 동참했습니다. 맥주의 친구는 역시 치킨이죠? 한 치킨업체는 허니 시리즈를 런칭한 뒤 기존 매출 대비 200% 이상의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요. 특히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중국인에게 사랑 받으며 상해 매장에서 최고 판매량을 기록 중이라네요. 이에 질세라 다른 치킨업체들도 허니 커리맛 치킨, 허니시즈닝을 뿌려먹는 치킨 등 신제품을 속속 선보여 과자에 이어 치열한 허니 경쟁 중이랍니다.
교촌 허니 시리즈ⓒ교촌치킨 카카오스토리
꿀이 들어간 화장품부터 푸딩, 우유, 아이스크림, 견과류까지… 이제 주변에서 꿀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지경인데요. 최근 스타벅스까지 꿀을 넣은 커피 ‘허니 바닐라 마끼아또’를 출시하며 다국적 기업까지 접수한 꿀의 진화,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허니버터그릴바ⓒCU 페이스북, 허니버터 팩과 시트마스크ⓒ미샤 페이스북, 스윗푸딩 허니블러썸ⓒ쁘띠첼 페이스북, 허니아이스ⓒ해태제과 페이스북
드디어 내년 초, 허니 열풍의 포문을 열었던 허니버터칩 공장이 증설된다고 합니다. 이후엔 과자공급량이 지금의 두 배 정도로 늘어날 거라는데요. 이대로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계속될 거라는 전망과, 품귀현상 탓에 다른 맛을 찾은 사람들에게 외면당할 거라는 거라는 둥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허니버터칩의 운명은 과연 어찌 될까요? 스트레스를 풀어주며 행복을 선사하는 달콤한 맛! 여전히 뜨거운 허니 열풍 한 가운데에서, 내년까지 계속될 달콤한 바람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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