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의 해, 당신이 몰랐던 양 이야기 - LG케미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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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양의 해, 당신이 몰랐던 양 이야기

        2015. 01. 08

        새해가 밝으며 유독 주목을 받는 동물이 있죠? 바로 양인데요. 2015년은 십이지 중 8번째 동물인 양()과 십간 중 2번째인 을()이 만나 을미년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립니다. 특히 을()은 오행 중 나무()에 해당하고, 이는 청색을 의미해 올해는 ‘청양의 해’라고도 하는데요. 호기심 많은 블로그지기가 이 ‘양’이라는 동물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과연 양은 어떤 동물인지, 그 동안 몰랐던 양의 모든 것! 함께 알아볼까요?


        귀하고 신성한 제물, 동양의 양

        너른 초원에서 풀을 먹고 자라는 양은 일찍이 동양에서 신성한 동물로 대접을 받았습니다. 양의 뿔 모양이 식물 줄기와 비슷해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부터 양을 식물의 신으로 보고 풍요를 비는 의식을 치르기도 했죠. 특히 중국을 비롯한 유교권 국가들 사이에서 양은 천지신명, 왕, 유교 성인들의 제사 때 제물로 쓰이며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졌는데요. 비교적 초지 면적이 좁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이기에 더욱 신비롭고 영험한 동물로 여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개성시 고려 공민왕릉을 지키는 양 석상

        개성시에 위치한 고려 공민왕릉을 지키는 양 석상 ⓒwikimedia.org

        <조선왕조실록>에도 양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조선은 양을 중국으로부터 받아 제사에 제물로 썼는데, 태조 때부터 제사에 쓰일 양과 돼지를 키우는 전담 관청 전생서(典牲署)가 있었다고 해요. 필요에 따라 양을 사오거나 하사를 받았는데, 매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 각 고을에 암컷과 수컷을 나누어 주고 잘 길러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합니다.

        <연산군 일기>의 기록에 따르면 어느 날 양 3마리가 창덕궁의 인정전(仁政殿)까지 들어와 담당관리가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는데, 알고보니 당시 양을 잘 몰랐던 연산군이 그 생김새를 보기 위해 불러들였다고 밝히며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그만큼 조선시대까지 양이 일반인은 물론 왕에게도 보기 힘든 동물이었음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죠. 다행히 국가적인 개체 수 늘리기 작전이 성공했는지, 중종 25년에는 서울에 양을 기르는 집이 많아져 볕에 내놓은 곡물을 먹어 치우는 등 문제를 일으키자 도성 안에서 양을 키우는 것이 금지되기도 했답니다.

        어질고 순한 풍요의 상징, 서양의 양

        양은 수 백, 수 천 마리가 떼를 지어 함께 사는데요. 어디를 가든 반드시 원래 지내던 곳으로 되돌아오는 회귀 본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양을 어질고 순한 동물로 인식했죠. 특히 성경에는 양이 약 500번 이상 빈번하게 등장하는데요. 당시 이스라엘의 주요 생계 수단으로서 흔한 동물이기도 했지만, 순하며 무리를 잘 따르는 양의 모습이 예수를 따르는 선한 백성들의 모습과 겹쳐지기 때문이겠죠.

        갈대가 된 요정을 그리며 피리를 부르는 판

        갈대 피리를 부르는 반인반양 ‘판’ⓒwikimedia.org

        로마 신화 속 아르고 원정대 이야기에 등장하는 양은 풍요를 상징합니다. 헤라클레스 등의 영웅들이 포진한 원정대는 용이 지키고 있는 보물을 찾기 위해 ‘아르고 호’라는 배를 타고 떠나는데요. 이들이 찾으려던 보물인 황금 양털은 당시 부의 상징이던 양털과 양가죽의 가치를 대변하죠.

        신화에는 양과 관련된 재미있는 인물도 나오는데요. 목동의 신 헤르메스와 여신 페넬로페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양 모습의 아들 ‘판’이 그 주인공입니다. 어느 날 판은 요정 시링크스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만 시링크스는 그의 사랑을 거부하며 도망치다 물의 요정들에게 도움을 청해 갈대로 변하고 말죠. 그녀를 그리워하던 판은 갈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었는데, 그것이 오늘날 팬 플루트(Pan flute)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말라르메의 시, 드뷔시의 음악, 나아가 발레 레파토리로도 유명한 <목신의 오후>의 주인공 또한 ‘판’이었다니, 제법 예술적인 반인반양이죠?

        양에게 이런 뜻이? 일상 속의 양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양으로부터 기원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양이 등장하는 꿈은 보통 부()나 행운을 부르는 길몽으로 여겨집니다. 한고조 유방과 조선의 태조는 꿈에서 양의 뿔과 꼬리를 잘라낸 뒤 왕위에 올랐는데요. 이는 양을 의미하는 한자()의 위, 아래 획을 없애면 왕()과 모양이 같기 때문이라는 해몽으로 유명해졌죠.

        羊美善義

        (왼쪽부터)양 양, 아름다울 미, 착할 선, 옳을 의ⓒwikimedia.org에서 발췌

        뿐만 아니라 한자 중 아름다울 미(), 착할 선(), 옳을 의() 또한 양() 자를 포함한 글자로, 양의 풍요로움, 선함, 옳고 그름을 안다는 특징에 다른 뜻을 결합해 새로운 글자가 된 경우랍니다. 또한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국내에 양과 관련된 지명이 총 40군데나 있는데요. 특히 가축 관리가 편하고 목초지가 있는 남부 지방과 섬에 양 관련 지명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고 합니다. 가을이면 단풍놀이 명소로 꼽히는 ‘내장산’의 명칭도 구불구불 이어진 계곡과 산세가 마치 양의 내장 속에 들어간 것 같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는 것, 모르는 분들 많으셨죠?

        어떠세요? 생각보다 오랫동안 우리 가까이에 존재했던 양의 이야기,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이제 막 시작된 푸른 양의 해! 순하고 풍요로운 양의 기운을 받아 여러분의 2015년도 순탄하고 길한 일만 가득하시길 이 블로그지기가 기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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