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알아보는 이색 순화어와 순 우리말
2014. 10. 08
세종대왕님께서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해 반포한 지 벌써 568년이 흘렀사옵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우리 말은 많은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요. 허나 최근 들어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그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사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날을 맞아 준비했습니다. 우리말, 어디까지 아시옵니까?
아래의 글 속에서 외래어를 찾아 보시옵소서.
휴일 오후, 골드미스인 ‘케미’는 스키니진에 킬힐을 신고 외출을 했다. 친구가 살고 있는 셰어하우스의 오픈하우스 행사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가기 전 커피숍에 들러 텀블러에 커피를 주문한 케미는 약속 시간에 조금 늦었다. 이미 다른 손님들이 도착한 가운데 친구도 애인과 커플룩 을 입고 케미를 맞아주었다. 테이블에 차려진 색색의 컬러푸드와 가을이 제 철이라는 전어 세꼬시, 드레싱을 곁들인 핑거푸드 등 음식을 보니 배가 고팠다. 케미는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친구의 방을 구경했다. 초가을이라 모기가 많은지 친구의 침대 위에 시스루 원단의 캐노피가 설치되어 있었다. 함께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가드닝할 수 있는 작은 마당도 있었다. 집안 곳곳을 구경하는 사이 스마트폰이 진동을 했다. SNS에서 팔로워가 친구의 집을 찍은 사진에 댓글을 단 모양이다. 확인해보니 요즘 들어 스토커처럼 케미에게 연락을 하는 전 남자친구였다. 갑자기 다크서클이 짙어지는 기분에 케미는 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먼저 그곳을 빠져 나왔다. 지친 케미의 얼굴이 안타까웠는지 친구가 하이파이브를 하며 ‘힘내!’라고 외쳐주었다.
모두 몇 개의 외래어를 찾으셨사옵니까? 그렇다면 국립국어원에서 권장하는 대로 위 이야기를 한글로 순화하면 어찌 될까요? 한 번 보시겠습니까?
휴일 오후, 황금독신여성인 ‘케미’는 맵시청바지에 까치발구두를 신고 외출을 했다. 친구가 살고 있는 공유주택의 열린집 행사에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가기 전 찻집에 들러 통컵에 커피를 주문한 케미는 약속 시간에 조금 늦었다. 이미 다른 손님들이 도착한 가운데 친구도 애인과 짝꿍차림으로 케미를 맞아주었다. 식탁에 차려진 색색의 색깔먹거리와 가을이 제 철이라는 전어 뼈째회, 상큼한 맛깔장을 곁들인 맨손음식을 보니 배가 고팠다. 케미는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친구의 방을 구경했다. 초가을이라 모기가 많은지 친구의 침대 위에 비침옷 원단의 덮지붕이 설치되어 있었다. 함께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생활원예를 할 수 있는 작은 마당도 있었다. 집안 곳곳을 구경하는 사이 똑똑손전화가 진동을 했다. 누리소통망에 딸림벗이 댓글을 단 것일까? 확인해보니 요즘 들어 삐뚤사랑광처럼 케미에게 연락을 하는 전 남자친구였다. 갑자기 눈그늘이 짙어지는 기분에 케미는 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먼저 그곳을 빠져 나왔다. 지친 케미의 얼굴이 안타까웠는지 친구가 손뼉맞장구를 치며 ‘힘내!’라고 외쳐주었다.
어떻사옵니까? 조금 우습고 어색하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 않는지요? 얼핏 외계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하나 둘, 우리말로 순화해 쓰다보면 듣기 좋고 보기 좋은 우리말이 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순 우리말은 어떨런지요. 외래어를 순화한 낯선 말보다는 익숙하시다고요? 그럼 아래 문장이 어떤 뜻을 담고 있는지 맞춰보시겠습니까?
오늘 외출을 했다가 가는 곳마다 산돌림이 내려 혼이 났다. 우산을 조리차한다고 챙겨오지 않은 탓이다. 뒤늦게 집에 돌아와 젖은 옷을 간지펴 널어놓았다. 윙윙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에 옷가지가 너붓거렸다. 바닥에 흐트러진 옷가지를 간종그리고 나니 마음이 제법 탐탁했다. 피곤한 마음에 몸을 뉘였으나 새벽까지 궁싯거리다 간신히 노루잠이나마 잘 수 있었다. 아침에는 먹은 것도 없는데 속이 징건해서 또 깨고 말았다. 으슬으슬하니 고뿔이 올 모양이었다.
모두 완벽하게 이해하셨나이까? 아마도 ‘고뿔’의 뜻 정도만 알아본 분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제 친히 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순우리말의 뜻을 하나 하나 알려 드리지요.
산돌림 |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한 줄기씩 내리는 소나기 |
조리차하다 | 알뜰하게 아껴 쓰는 일 |
간지피다 | 가지런히 펴서 정리하다. |
너붓그리다 | 엷은 천이나 종이 따위가 자꾸 나부끼어 흔들리다. |
간종그리다 | 흐트러진 일이나 물건을 가닥가닥 가리고 골라서 가지런하게 하다. |
탐탁하다 | 모양이나 태도, 또는 어떤 일 따위가 마음에 들어 만족하다. |
궁싯거리다 | 잠이 오지 아니하여 누워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거리다. |
노루잠 | 깊이 들지 못하고 자꾸 놀라 깨는 잠 |
징건하다 | 먹은 것이 잘 소화되지 않아 더부룩한 느낌이 있다. |
고뿔 | 감기 |
어감이 참 예쁘지 않습니까? 이 말들이 모두 순 우리말이라는데 위의 외래어나 순화어보다 더 낯설지요? 그 동안 우리 입맛에만 편하게 한글을 이용한 게 아닌가 저도 반성이 됩니다. 세종대왕님께서 이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안타까워하실까요? 한글날을 맞아 다시 한 번 우리말의 소중함을 알았으니, 아름답고 바른 말과 글을 쓰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래야 오백 년이 더 흐른 뒤에도 후손들 역시 이날을 기리며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것이 아닙니까. 그럼 여러분 모두 한글날뿐 아니라 일년 삼백육십오일, 언제나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 간직하시길 바라며 이 엘지화학 누리사랑방지기는 틀스러우신 세종대왕님 모습과 함께 이만 물러나옵니다. 부디 강녕하소서.
간지피우는 포스팅이네요~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