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의 불편한 생각, 감정 습관을 다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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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에서의 불편한 생각, 감정 습관을 다루는 법

        2019. 05. 10

        “직장에서 누군가가 제 흉을 보는 느낌이에요”

        저는 올해로 서른여섯, 팀에서 이제 중간관리자급으로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름 팀 업무에 기여도 많이 하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간다는 자부심을 가지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달,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협력 부서와 함께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말썽이 생긴 거예요.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되었고, 팀장님부터 팀원들까지 모두가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며 격려해 줬습니다. 팀원들에게 참 미안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지나간 일인데 크게 위축이 되더군요. 어느 순간부터는 팀원들이 작게 소곤대는 소리가 마치 제 지난 실수를 들먹이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어요. 이런 혼자만의 상상이 반복되나 보니, 이제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일조차 어려워집니다. 비난의 눈초리로 느껴지는 거죠. ‘다 지난 일, 팀원들도 이해해줬고 더는 신경조차 쓰지 않을 거야’라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않네요. 계속 제 흉을 보는 기분입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죠?

        -비난의 눈초리는 받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려워진 D씨

        어디선가 작게 소곤대는 소리

        어디선가 작게 소곤대는 소리. 그 소리가 왠지 내 흉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관계 생각(Idea of reference)’이라 합니다. 나랑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괜히 내 이야기인 것처럼 생각되는 현상이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느낌적인 느낌’을 마주하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특히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불안감이 커졌을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느낌이 찾아오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거든요.

        물론, 이러한 느낌을 받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당연한 일이야, 힘든 일을 겪은 후 찾아오는 정상적인 반응인 거야’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게 필요하답니다. 외려, ‘어라? 이상하다, 내가 왜 이렇게 반응하지?’라고 자책하거나, ‘내가 약하고 형편없는 사람인가?’라는 식의 자기 비난에 빠지게 되면 자존감은 더욱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에 따른 불안감도 나를 점점 잠식하게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드려 볼게요. 실수 없는 인생이 있을까요? 너무 뻔한 질문이었나요? 네, 맞습니다. 실패 없는 인간의 여정이란 결코 불가능합니다. 지금 자신의 인생을 한번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라며 후회스러운 기억이 적어도 한 번쯤은, 아니 사실 꽤 많을 거예요. 보통, 실수 후에는 자존감이 무너지고,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동시에 불안감도 생겨납니다. 후회스러운 경험을 하고도 이런 반응이 없으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입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실수 후에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발전의 추진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공통적인 심리 반응, 자연스러운 변화 대응입니다. 다만, 이러한 일반적인 현상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때 문제가 벌어집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습관화되는 것입니다. 오늘 사연 역시 ‘관계 생각’의 부정적 감정 습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감정 습관 돌아보기

        내가 가진 감정 습관 돌아보기

        다른 사람들이 소곤대는 소리, 마치 나의 뒷이야기일 것 같은 느낌. 이 같은 관계 생각의 부정적 감정 습관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이 습관은 문신처럼 깊이 내 마음에 새겨져 있어,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내 감정 글로 써보기

        내 감정을 글로 써보기

        그러나 마음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남이 나를 흉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내 감정 글로 써 보길 추천합니다. 나의 다양한 감정을 찬찬히 살펴본 후 글로 정리해보고, 부정적 감정을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써봅시다. 하나의 짧은 대본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쉬울 거예요. 내 부정적 감정과 그 원인 상황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만들어 보는 겁니다.

        대신 그저 쓰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 수군댈 때 느꼈던 나의 부정적 감정이 꼭 필요한 반응이었는지를 관객, 혹은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겠지요. 당시의 상황에서 나의 부정적 감정 반응이 정당 했다면, 합리적으로 대응한 것이니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내가 불필요한 감정을 품었다면, 다른 감정 선택지는 무엇이 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걸 적어 보세요. 다만, 최대한 긍정적인 선택지들을 선정해 가정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하나의 상황을 대본으로 작성하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건 부정적 감정 습관을 교정하는 데 대단히 유용합니다. 이후에 유사한 상황을 겪었을 때, 필요치 않은 부정적인 감정을 품던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감정 근력’이 생기거든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친구와 나누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친구와 고민을 나누기

        감정 습관 되새김질을 혼자 하기가 어렵다면, 평소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거나 신뢰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나눠보는 것도 좋습니다. 믿을 수 있는 친구의 객관적 시각은 큰 도움이 되거든요. 만약 오픈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남의 이야기인 양 그 사건과 감정 반응에 대해 대화를 갖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이때 냉철한 친구 한 명과 잘 받아주고 보듬어 주는 친구 한 명, 이렇게 두 명과 각각 이야기를 나누면 자신의 감정 습관을 객관화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감성이 풍부해지는 계절입니다. 내가 내 마음을 바라봐주고, 내가 나를 이해해 보기에 딱 좋은 봄이 아닌가 싶습니다.

        -윤대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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