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호박’의 영양부터 재배까지~ 호박의 모든 것![제철작물사전]
2019. 03. 22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뜻밖의 행운, 좋은 소식이 생기거나 좋은 물건을 얻었거나, 어떤 이가 집안에 복을 가지고 온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호박은 복과 행운을 주는 귀한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호박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대륙입니다.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한반도에 호박이 처음 전래된 것은 임진왜란 후인 1609년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육당 최남선은 오랑캐(여진족)로부터 전해진 박과 비슷하다고 하여 호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흔히 호박을 떠올리면 애호박과 늙은호박만 생각하기 쉽지만 전 세계적으로 약 30여 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박은 품종에 따라 크기, 색, 형태가 달라지는데 크게 동양계(모샤타)호박과 서양계(막시마) 호박, 페포계 호박으로 나뉩니다. 동양계 호박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호박, 풋호박, 늙은호박이 있으며 서양계 호박은 단호박이 있습니다. 페포계 호박은 핼러윈 때 인기를 끄는 초대형 호박으로 쥬키니호박, 국수호박이 있습니다. 페포계 호박은 종간교배가 되지 않지만, 동양계 호박과 서양계 호박은 교배가 가능해 종간잡종인 ‘신토좌’ 품종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호박은 애호박, 쥬키니호박, 단호박, 늙은호박입니다. 그중 반찬용으로 인기 있는 애호박이 전체 호박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데, 애호박 꽃이 떨어진 후 어린 호박에 인큐베이터비닐봉지를 씌워 재배하는 인큐베이터 애호박이 많습니다. 애호박 다음으로는 늙은호박, 단호박, 약호박 등이 뒤를 잇습니다.
대표적인 녹황색 채소인 애호박은 꼭지부터 씨까지 버릴 게 없습니다. 당질과 비타민A, 비타민C가 풍부해 피로 회복 및 노화 방지 효과가 탁월합니다. <본초강목>에서는 애호박의 효능에 대해 ‘보중익기(補中益氣)’라고 설명했습니다. 소화기 계통(위·비장 등)을 보호하고 기운을 더해준다는 뜻입니다. 애호박 씨에 들어 있는 레시틴은 치매 예방 및 두뇌 계발에 좋고, 양질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합니다. 영양만점 애호박은 조직이 연해 전으로 부쳐 먹거나 얇게 채를 썰어 다른 채소와 함께 볶아 먹는 등 가볍게 조리해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단호박, 늙은호박과 같이 속이 진한 노란 빛을 띠는 호박에는 미네랄과 전분, 비타민이 풍부합니다.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세포를 강화시켜주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신체 기능을 향상시켜 주고 암세포 증식을 막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흡연경력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호박의 베타카로틴이 발암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무독화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타민B와 비타민C도 풍부해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적입니다. 단호박과 늙은호박은 전자레인지나 솥을 이용해 찌거나 죽, 수프 형태로 요리해 섭취하면 맛과 영양을 모두 지킬 수 있습니다.
호박은 다른 채소보다 기후에 잘 적응하고 병에도 강합니다. 초보농부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작물이지요. 그중에서도 애호박은 뿌리가 강건하고 넓게 퍼져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뙤약볕에서도 말라 죽지 않을 정도로 강한 채소입니다. 더위에는 애호박보다 쥬키니호박이, 쥬키니호박보다 맷돌호박이 더 강합니다.
일반적으로 호박은 3월 하순이나 4월부터 7월 사이에 파종해 7월과 11월 사이에 수확합니다. 물론, 재배 지역과 환경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온도와 일조량이 받쳐주면 12월까지도 수확할 수 있습니다. 호박의 발아 최저온도는 15℃이고, 최적온도는 25∼28℃입니다. 30℃ 이상이 되면 발아가 억제되므로 고온에 유의해야 합니다. 수확시기를 놓치면 맛이 떨어지니 제때 수확하는 것이 좋습니다.
호박 재배 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넝쿨’입니다. 특히, 애호박은 넝쿨을 뻗으면서 자라는 작물로 넝쿨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지주’나 ‘그물망’을 설치해주어야 합니다. 넝쿨을 제대로 유인해주지 않으면 땅 밑으로 내려가 열매가 흙에 닿기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 않을 우려가 있습니다. 또, 씨앗을 직접 파종하는 것보다는 육묘한 모종을 옮겨 심으면 더욱 잘 자랍니다. 호박을 심기 전에는 충분히 물을 주어 토양을 촉촉하게 하고 모종 간 40~50cm 간격으로 심습니다.
쥬키니호박, 애호박, 풋호박은 착과 후 7~10일이면 수확할 수 있습니다. 늙은호박은 개화 후 35~50일 경과 후 황갈색, 황색이 된 것을 수확합니다. 저장할 호박은 받침대, 그물망 등을 이용해 호박이 서로 닿거나 겹쳐지지 않도록 하고 통풍이 잘되도록 합니다. 저장온도는 10~13℃, 습도는 70~80% 정도로 유지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애호박과 풋호박은 여름에 가장 맛있고, 늙은호박과 단호박은 가을에 제맛을 냅니다. 애호박은 너무 크지 않고 곧은 것이 맛있습니다. 연두색에 표면은 윤기가 흐르고, 꼭지는 마르지 않은 게 좋습니다. 특히 꼭지 주변이 들어간 것, 손으로 들었을 때 크기에 비해 무겁다는 느낌이 드는 것일수록 맛이 좋습니다. 애호박은 쉽게 시들고 무르기 때문에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바로 따서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늙은호박은 얼룩진 색 없이 진한 황갈색이면서 상처가 없는 것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상처가 있는 호박은 오래 저장할 수 없고 쉽게 썩어 버립니다. 또 늙은호박 표면에 하얀 분가루가 생긴 것은 잘 익었다는 뜻입니다. 단호박은 들었을 때 묵직하고 표면이 고르고 윤기있는 게 좋습니다. 반으로 잘라 파는 호박은 속이 진한 황색을 띠면서 촉촉한 것을 고르세요.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호박 소비량은 5.9㎏으로 추정됩니다. ‘슈퍼푸드’ 호박의 영양 가치가 알려지면서 건강식이나 다이어트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4월에는, 여름철 뙤약볕을 온몸으로 맞아도 꿋꿋이 자라나는 강한 생명력과 풍부한 영양소를 지닌 호박 기르기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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