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팩트체크 14화. 감기에 걸렸다면 항생제를 먹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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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이야기

닥터스 팩트체크 14화. 감기에 걸렸다면 항생제를 먹어야 할까?

2019년 2월 19일

닥터스 팩트체크 상단

의학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발명/발견을 꼽으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수명을 늘린 데에는 많은 약물과 치료법이 있을 텐데요.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항생제를 들 수 있습니다.

항생제 덕분에 그전에는 사망에 이르렀던 수많은 사람이 생명을 구했습니다. 지금도 감염성 질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을 회복하도록 돕고 생명을 구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은 이 발견 덕분에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페니실린 이후에 사람들은 다른 항생 물질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고 이후 다양한 항생제들이 인류의 삶을 바꿨습니다. 이렇게 항생제가 인류의 생명 연장에 획기적인 기여했지만 오늘날에는 항생제 남용이라는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그 때문에 항생제가 듣지 않는 세균이 등장하는 등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현대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약물 중 하나지만 새로운 문제를 낳게 된 항생제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고 항생제에 대한 오해와 그 진실을 알아보겠습니다. 더불어 항생제 오남용에 대처할 수 있는 지식도 전해드리겠습니다.


항생제란?

항생제란? 미생물에 저항하는 물질로 바이러스와 곰팡이를 제외한 세균에만 작용한다.

항생제는 영어로는 안티 바이오틱스(Antibiotics)라 부릅니다. 반대하다는 뜻의 안티(Anti)와 생명체라는 바이오틱(Biotic)의 합성어입니다. 즉, 미생물에 저항하는 물질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말인데요. 항생제는 미생물 중 바이러스와 곰팡이를 제외한 세균에만 작용하는 물질이라 정의합니다.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물질은 항바이러스제(Antiviral), 곰팡이에 대한 물질은 항진균제(Antifungal)라고 따로 분류해 정의합니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에 작용하는데요. 피부나 기타 부위에 국소적으로 발생하는 모낭염(Folliculitis)을 비롯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패혈증(Sepsis)까지를 모두 세균 감염이라 합니다. 생명에 위협이 되는 세균 감염은 물론, 가벼운 염증에도 항생제를 사용해 패혈증처럼 심각한 질병으로 확대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항생제의 시작, 페니실린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최초의 항생제로 불리는 페니실린은 1928년 플레밍이 우연히 푸른곰팡이가 포도상구균을 죽이는 데 효과가 있음을 발견한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페니실린을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플레밍은 대량 생산을 고안한 플로리, 체인과 1945년 노벨상을 수상합니다. 페니실린 이후 여러 항생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페니실린은 베타-락탐계열 항생제(β-lactam antibiotics)입니다. 페니실린의 베타-락탐 부분이 세균의 세포벽을 파괴합니다. 이로 인해 파괴된 세포벽에 수분이 유입되는 삼투압 현상이 생겨나 세균이 파괴됩니다. 현재 페니실린은 다양한 종류로 개량되었고 ‘더 많은 세균에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가 나오게 됩니다.

우리는 ‘더 많은 세균에 작용한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항생제에 따라 전혀 효과가 없는 세균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세균의 종류에 따라 효과적인 항생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세균은 크게 그람양성군(Gram positive bacteria)과 그람음성균(Gram negative bacteria)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람양성균은 그람염색법(세균의 세포벽 구조 차이를 이용하여 분류하는 기초적 세균염색법의 일종)을 했을 때 염색액의 색소가 유기용매에 녹아 보라색 계열로 보입니다. 이는 세포벽의 80~90%가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이라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포도상구균, 폐렴연쇄상구균 등이 있습니다. 반면, 그람음성균은 그람염색법을 했을 때 적색 계열로 염색되는 세균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세균, 대장균, 이질균 등이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페니실린은 그람양성균에 주로 작용합니다.

형태에 따라 구균(Coccus), 간균(Bacillus), 나선균(Spirillum)으로 세균을 나누기도 하며 산소가 있는 곳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지, 산소가 없거나 희박한 곳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지에 따라 호기성 세균(Aerobic bacteria)과 혐기성 세균(Anaerobic bacteria)으로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감염이 발생했을 때, 해당 부위에 따라 항생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항생제 내성균의 발견과 항생제 오남용

항생제 내성균?

항생제를 오래 복용하면 내성을 걱정하는데요. 이 내성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항생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다가 세균이 우연히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게 됩니다.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이 세균은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진 유전자를 지니게 됩니다. 저항성 유전자는 다른 세균에게 전달될 수 있으며, 다른 항생제에 대해 저항성을 지닌 유전자가 복합된 세균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중약물저항성을 지닌 세균을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라고 부릅니다.

앞서 페니실린을 베타-락탐계열의 항생제라고 알려드렸습니다. 세균은 페니실린에 대응하기 위해 베타-락타메이스(β-lactamase)라는 방어책을 만들었습니다. 베타-락타메이스는 항생제의 베타-락탐 고리를 끊어 항생제가 가진 항균 효과를 억제합니다. 항생제 내성균이라 불리는 이런 세균 중 대표적인 게 바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이하 MRSA)입니다.

이러한 MRSA 균에 대응하기 위해 반코마이신(Vancomycin) 같은 강력한 항생제가 개발되었습니다. MRSA 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감염될 때 치명적입니다. 그렇기에 반코마이신이 개발되기 이전인 1950년대에는 병원 내 감염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항생제의 개발과 함께 이에 대응하는 강력한 세균이 등장하고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었습니다. 이처럼 세균과 인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역사 속에서 항생제는 계속 발전합니다.

이런 예로 우리는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항생제 내성균이 생겨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항생제 오남용이 결국 항생제 내성균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수년 전에는 반코마이신에 저항하는 세균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발생했습니다. 최근에는 반코마이신 저항성 세균에 리네졸리드(Linezolid)라는 항생제가 사용되지만, 리네졸리드에 저항하는 세균이 언제 등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항생제 내성균은 대형 병원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며 여러 종류의 감염병 환자들이 입원해 있기 때문인데요. 입원 환자들 중에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자가 많기에 항생제 내성균이 발생할 시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지역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생제 내성균이 가진 위협 때문에 십여 년 전부터는 전 세계에서 항생제 오남용을 방지하고 항생제 내성균을 억제하기 위한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적절한 항생제 복용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올바른 항생제 복용 방법

항생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항생제 복용에 대해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의사는 환자에 대한 문진과 진찰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인지 세균에 의한 감염인지를 판단합니다. 세균에 의한 감염이라는 진단이 내려질 경우 질환에 가장 흔한 세균을 억제하는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이 과정에서 세균에 의한 감염인지를 그 여부를 알기 위해 검사를 진행하는데요. 전신성 감염이라면 혈액검사를 진행하고 피부처럼 국소성 감염이라면 감염 부위를 채취하여 균을 확인합니다. 이런 검사는 균을 배양해서 확인하기에 5일 이상 시간이 소요됩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아니고서는 균을 배향해 세균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까닭에 보통은 의사의 경험에 비추어 항생제를 처방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균에 의한 감염인지 바이러스에 의한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에 간혹 세균 감염이 아님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일이 있습니다.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각 병원과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에 대한 정보(건강보험심사평가원 http://www.hira.or.kr 사이트에서 조회 가능)를 환자가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전과는 달리 대부분의 의사들은 처방하기 전에 환자에게 항생제 처방 여부를 알려줍니다. 덕분에 최근에는 환자가 본인이 왜 항생제를 복용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항생제 내성균의 출연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생제 오남용을 막아야 합니다. 물론, 노인이나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반드시 항생제를 처방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 항생제를 꼭 복용해야 할까요?

항생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

항생제 처방이 꼭 필요한 경우는 크게 위와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질병에 따라 세균의 종류가 다르고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에 의사와 상의해서 항생제 복용 여부를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항생제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설사가 있습니다. 항생제 복용 후 설사가 발생한다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유산균 등을 같이 복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신 두드러기, 호흡 곤란 같은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면 해당 항생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감염병에서는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항생제가 있기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꼭 의사에게 이를 알리고 다른 종류의 항생제를 처방받아야 할 것입니다.

항생제 복용법

증상이 호전되어도 처방된 항생제는 전부 복용해야 합니다. 항생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할 시에 체내에서 최소화되었던 세균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요. 항생제는 세균을 완전히 사멸시킬 용량과 기간을 고려해 처방되니 이 점을 기억하세요. 또 임의로 항생제 복용을 중단할 경우 항생제 내성균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간혹 특정 질병에서 합병증이나 세균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3개월 이내에 같은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3개월 이내에 1~2주 이상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있다면 병원 진료 시 의사에게 이를 꼭 알려야 합니다.

항생제 복용 후 3일 이상이 지났음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거나 악화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항생제 변경에 대해 문의해야 합니다.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항생제를 복용할 때는 술을 금해야 합니다. 알코올은 특정 항생제의 효과를 감소시킵니다. 항생제 복용 중 음주는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도 항생제가 피임약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신부의 경우 사용할 수 없는 항생제가 있으니 처방 전에 의사에게 반드시 임신했음을 알려야 합니다.

항생제에 대한 오해

항생제에 대한 팩트체크

항생제와 관련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항생제는 감기약’이라 오해입니다.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지식이 없고, 항생제 오남용이 무분별하게 발생했던 과거에는 감기에도 항생제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감기 원인 중 90% 이상은 바이러스입니다. 때문에 감기에 무조건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감기가 폐렴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항생제를 복용하는 일 또한 잘못된 일입니다. 항생제는 결코 감기약이 아닙니다. 일반 감기에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항생제 처방을 극도로 꺼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국내 항생제 처방률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러 노력으로 인해 항생제 처방이 줄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건강한 아이는 세균 감염 중 대부분의 경우에 항생제 없이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생제 처방 없이 지내다 가벼운 세균성 감염이 뇌수막염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의사와 상의 하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아이라도 항생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항생제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이 점을 다시금 떠올리고 의사와 상의 하에 처방된 항생제는 올바른 복용법을 지켜 복용해야 합니다. 항생제 오남용과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을 막기 위해 의사와 병원을 비롯해 환자와 지역사회 등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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