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로 보는 화학사 Vol.034. ‘원자번호 52번 텔루륨(Te)을 소개합니다’
2018. 10. 17
지난번 ‘원소로 보는 화학사’에서는 강철 합금과 건전지에 쓰이는 원소 ‘망가니즈(원자번호 25번, 망간)’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오늘은 ‘지구’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희귀한 준금속 원소 ‘텔루륨(원자번호 52번)’을 소개해드릴게요! 지구에 존재하는 텔루륨의 양이 많은 것도 아닌데(금보다도 적다) 어떻게 이런 이름이 붙은 걸까요?
텔루륨은 산소, 황, 셀레늄과 같은 16족에 속합니다. 황이나 셀레늄처럼 독특한 향을 지녀서 마늘 냄새가 납니다. 또한, 텔루륨은 준금속으로 분류되어 공기 중 혹은 산소 중에서 연소하며 물에는 녹지 않습니다. 공업적으로는 구리를 정련한 뒤에 양극에 부착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텔루륨의 동위원소인 텔루륨-128은 존재하는 모든 방사성 동위원소 가운데 가장 긴 반감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려 2.2 x 10^24년, 즉 2자 2000해 년(2,200,000,000,000,000,000,000,000년)으로, 상상도 안 되는 시간입니다. 이는 약 137억 년이라고 알려진 우주 나이의 160조 배입니다.
텔루륨은 1782년 오스트리아 광물학자 프란츠-요제프 뮐러 폰 라이헨슈타인(Franz-Joseph Müller von Reichenstein)이 금 광석 샘플에서 발견했습니다. 당시 많은 과학자는 이 금속이 안티몬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안티몬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이 금속은 성질이 매우 복잡했습니다. 이 때문에 ‘문제를 만드는 금’이라는 뜻의 ‘아우룸 프로블레마티쿰(aurum problematicum)’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폰 라이헨슈타인은 이 광석에 금 이외의 다른 금속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후 1798년에 독일 화학자 마르틴 클라프로트(Martin Heinrich Klaproth)가 이 광석에서 순수한 텔루륨을 분리해냄으로써 폰 라이헨슈타인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다음 해, 클라프로트는 ‘지구’를 뜻하는 라틴어 ‘텔루스(tellus)’에서 이름을 따서 이 원소 이름을 ‘텔루륨(tellurium)’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 지구에 존재하는 텔루륨의 양이 많은 것도 아닌데(금보다도 적다) 어떻게 이런 이름이 붙은 걸까요?
연금술이 발달한 14세기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천체의 특성과 신화, 그리고 당시까지 발견된 7개의 금속 원소들을 짝짓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밝게 빛나는 태양은 금, 은빛으로 보이는 달은 은, 붉은 화성은 녹슨 철, 회색의 토성은 납, 목성은 주석, 노란빛의 금성은 구리, 빠르게 공전하는 수성은 수은과 연관 지었습니다. 천체는 새로 발견된 원소의 이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1781년 천왕성(Uranus)이 발견된 이후 1789년 존재가 드러난 92번 원소에 ‘우라늄(uranium)’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식이었는데요. 52번 원소는 1782년 발견되고, 당시 알려져 있던 태양계 행성 중 원소 이름에 반영되지 않은 행성이 오직 지구뿐이었기에 텔루륨으로 이름 붙여졌습니다.
텔루륨은 무정형(외형이 일정하지 않은 상태) 텔루륨과 결정성 텔루륨이 있습니다. 이 중 결정성 텔루륨은 빛의 강도에 의해 전기저항이 변화하며 이 성질을 이용하여 복사기의 감광 드럼(레이저 인쇄기 등의 전자 사진식 인쇄기에 쓰이는 인쇄 정보 패턴을 기록하는 매체)에 사용합니다. 또한, 텔루륨은 전기저항이 높은데요. 50 ℃에서는 전기저항이 은의 약 10만 배에 이릅니다. 이런 텔루륨은 열에 의해 무정형 및 결정성으로 변화합니다. 이러한 성질을 지닌 소재를 상변화(어떤 물질이 온도와 압력에 따라 서로 다른 상태) 기억소자라고 합니다. 이는 DVD 등의 기억매체에 이용합니다. 기억한 후에도 레이저를 쏘면 순간적으로 비결정이 되어 원래대로 돌아가므로, 이 성질을 이용해 데이터를 재입력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금속이나 반도체를 접속시켜서 온도 차를 주면 전기가 흐르는데, 이것을 제베크(Seebeck)효과라고 합니다. 이는 1821년 에스토니아의 제베크가 발견한 현상입니다. 반대로 서로 다른 금속이나 반도체를 접속시켜 전류를 흐르게 하면, 한쪽에서는 열을 방출하고 다른 한쪽은 열을 흡수합니다. 이를 펠티에(Peltier)효과라고 합니다. 텔루륨과 비스무트, 안티몬 등으로 만들어진 반도체는 제베크효과와 펠티에효과를 잘 발휘합니다. 인체와 외부 공기의 작은 온도 차로 움직이는 손목시계는 제베크효과에 의한 발전을 응용한 것입니다. 또한, 냉장고 및 와인셀러의 냉매 재료는 펠티에효과를 이용합니다. 이들은 냉각을 가동할 때에도 소음이 거의 없고 온도를 미세하게 조정합니다.
텔루륨은 도자기, 에나멜과 유리에 붉은색이나 노란색을 입히는 착색제로 이용합니다. 또한, 적외선 검출기 재료로도 사용합니다. 카드뮴과 텔루륨의 화합물 박막(thin film)을 사용한 CdTe 태양전지는 값이 저렴한 데다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어 유럽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특수 합금 제조에 주로 쓰이며, 화합물은 반도체와 전자 산업의 소재, 섬유 생산의 촉매, 고무 경화제 등 다양한 용도로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오늘은 ‘지구’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희귀한 준금속 원소 ‘텔루륨(원자번호 52번)’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다음 ‘원소로 보는 화학사’에서는 철 부식 방지와 생명체에 아주 중요한 금속 원소 ‘아연(원자번호 30번)’을 소개해 드릴게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내용 출처> 누구나 쉽게 배우는 원소 (그림으로 배우는 118종 원소 이야기) / 원소의 세계사 (주기율표에 숨겨진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비밀들) /원소가 뭐길래 (일상 속 흥미진진한 화학 이야기) / Big Questions 118 원소 (사진으로 공감하는 원소의 모든 것)
좋은 정보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오와… 2자 2000해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