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로 보는 화학사 VOLUME 024. ‘원자번호 28번 니켈(Ni)을 소개합니다’
2018. 05. 09
지난번 ‘원소로 보는 화학사’에서는 사용하는 것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원소 ‘비소’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원소는 악마의 구리라고 불리는 ‘니켈’에 얽힌 재미있는 화학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니켈은 주석 채광을 방해한 텅스텐과 은, 채광을 방해한 코발트처럼 불순물로 취급되던 원소입니다. 니켈은 구리를 채굴할 때 비소 혼합물 형태로 가끔 섞여 나오는데요. 홍비니켈석이라 불리는 이 광석은 구리처럼 붉은색을 띄기에 초창기 기술력으로는 분류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또한, 용광로에서 독성 증기까지 뿜어내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기도 했죠. 오늘날에는 화학 지식과 발달한 기술 덕분에 순수한 니켈을 제련할 수 있게 되었고, 니켈은 일상에서도 흔하게 접하는 친숙한 원소가 되었습니다.
니켈 원소의 이름은 독일 신화 속 도깨비 같은 유령의 또 다른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독일슈네베르크의 광부들은 구리 광석과 비슷하게 보이는 붉은 광석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이 광석은 다루기가 매우 힘들었는데요. 그래서 광부들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리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광부들은 이것이 악마의 저주 때문이라며 이것을 ‘Kupfernickel(악마의 구리)’이라고 불렀습니다.
1751년에 스웨덴의 광물학자 악셀 프레드리크 크론스테트(Axel Fredrik Cronstedt)는 쿠퍼니켈을산에 녹여 구리의 경우와 같은 초록색 용액을 만들었습니다. 구리를 포함하고 있는 용액에 철을 넣으면 일부 구리가 석출되지만 이 용액에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용액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원소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마침내 쿠퍼니켈이라는흰색 금속을 추출해냈습니다. 쿠퍼니켈은 줄여서 니켈이라고도 불렸습니다. 1775년에 스웨덴의 화학자 토르베른 베리만(Torbern Bergman)이 순수한 니켈을 분리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것을 이미 알려진 여러 금속의 혼합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니켈의 발견 이야기에 구리가 등장하는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닙니다. 니켈과 구리는 두 원소로만 이루어진 쿠프로니켈이라고 부르는 중요한 합금을 만들기 때문인데요. 미국의 5센트 짜리 동전을 ‘니켈’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동전이 75%의 구리와 25%의 니켈을 섞어 만든 쿠프로니켈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10센트, 25센트 그리고 50센트 짜리 동전도 쿠프로니켈로 만들어 지지만, 니켈은 8.3%로 비교적 적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외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동전을 쿠프로니켈로 만들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순수한 니켈로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냉각 시스템, 선박의 선체와 프로펠러, 그리고 유전 시추 장비의 다리에도 쿠프로니켈 합금이 사용됩니다.
아연을 구리와 함께 니켈에 첨가하면 니켈실버라고 부르는 합금이 만들어집니다. 이 합금에는 이름과 달리 은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식성이 강한 이 합금은 지퍼와 값싼 보석을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악기를 만드는 데도 사용되는데요. ‘실버’ 색소폰과 트럼펫, 일부 심벌즈 등이 니켈실버로 만들어진 악기들입니다. 강하지만 유연한 철사인 니켈실버는 모델 제작자들이나 합성 보석 제작자들에게 인기 있는 재료입니다. 그리고 강한 내식성 때문에 칫솔이나 페인트 붓의 지지대로도 사용됩니다.
니켈은 니켈실버 외에도 스테인리스 스틸을 비롯해 다양한 합금에 사용됩니다. 스테인리스 스틸에 사용되는 니켈의 양은 전체 니켈 수요의 60%를 차지합니다. 크롬과 함께 헤어드라이어나 토스트기의 열선으로 쓰이는 니크롬 도선에도 사용되며, 니켈 금속은 제트엔진이나 로켓엔진에 사용되는 많은 고성능 초합금의 기반이 됩니다. 또한 석유, 제약, 식료품 산업에서 채소 기름을 수소화 처리하는 과정의 촉매로도 사용됩니다.
니켈의 주요 용도는 금속 상태의 니켈이나 합금 또는 순수한 원소 상태의 니켈과 관련 있지만, 일부 니켈 화합물도 중요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니켈 화합물은 재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 제조에 사용됩니다. 니켈-카드뮴 전지는 1899년에 처음 발명된 후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전자제품이 많아지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전기 충전 용량이 크고 독성이 있는 카드뮴을 포함하지 않은 니켈 금속 하이브리드 전지(NiMH)가 휴대용 전자제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자제품에서 니켈-카드뮴 전지를 대체하는 2차전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전지는 모두 니켈 화합물인 수산화산화니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티타늄과 같은 다른 전이금속을 포함하고 있는 일부 니켈 화합물은 페인트, 플라스틱, 섬유, 화장품의 염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부 니켈 화합물은 과민 반응을 일으키거나 독성이 있고, 심지어는 발암물질로 작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이런 화합물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생명체의 경우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니켈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일부 식물과 세균은 소량의 니켈을 필요로 합니다.
오늘은 악마의 구리라고 불리는 ‘니켈’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다음 ‘원소로 보는 화학사’에서는 왕이나 귀족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염료 ‘티리언 퍼플’의 주성분 원소 ‘브로민’에 숨겨진 화학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내용 출처> 누구나 쉽게 배우는 원소 (그림으로 배우는 118종 원소 이야기)/원소의 세계사 (주기율표에 숨겨진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비밀들)/원소가 뭐길래 (일상 속 흥미진진한 화학 이야기)/Big Questions 118 원소 (사진으로 공감하는 원소의 모든 것)
니켈원소에 대에서 많은것을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