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로 보는 화학사 VOLUME 017. ‘원자번호 29번 구리를 소개합니다’
2018. 01. 26
지난번 ‘원소로 보는 화학사’에서는 금속 중에서 전기, 열의 전도율과 반사율이 가장 큰 원소 ‘은’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생활에 금속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문화의 빗장을 연 원소이면서, 우리 생활 속 손 타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소인 ‘구리’에 얽힌 화학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구리는 기원전 9,500년에 펜던트로 출토된 원소로, 구약성서(그리스도교 성서 중 예수 탄생 이전의 신의 계시를 기록한 책) 출애굽기(구약성서의 한 책)에도 ‘놋’이라는 이름으로 구리가 등장합니다. 기원전 49년 로마를 정복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구리 동전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 넣었는데요. 그 이유는 더욱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구리로 만든 동전이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 지급하는 화폐에서 권력의 상징이자 통치의 수단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렇게 구리는 생활 속에서 금속을 사용하기 시작한 문화의 빗장을 연 원소입니다.
구리는 인류가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금속 중 하나입니다. 방울종 및 거울 등 고대의 구리 제품은 초록색을 띠는데요. 이것은 녹청이라는 초록색 녹으로 덮인 것입니다. 구리는 건조한 공기 중에서는 안정하지만, 습기가 있는 곳에 장시간 방치하면 염기성 탄산구리를 생성하여 표면이 녹청으로 덮이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리는 광택이 있는 붉은 색을 띠며 길게 늘어나고 얇게 펴지기 때문에 가공에도 용이합니다. 무엇보다 구리는 은 다음으로 전기전도율이 높습니다. 이는 구리의 3d 궤도가 10개의 전자로 모두 채워진 특수한 전자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구리는 전성이 좋아 전선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요. 이것은 이 글의 후반부에서 ‘구리의 사용’을 소개해 드릴 때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해요.
구리는 체내에서도 필수적인 원소입니다. 생체 내에 포함되는 전이원소(원자의 전자배치에서 가장 바깥 부분의 d껍질이 불완전한 양이온을 만드는 원소) 중에서는 철과 망간 다음으로 함유량이 많습니다. 70kg의 성인 인체에는 80mg의 구리가 함유되어 있는데 주로 뇌, 간장(간과 창자), 신장, 혈액, 담즙 등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또한, 구리는 산소를 운반하는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의 합성에도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흥미로운 예를 들어보자면 문어, 달팽이나 굴 등은 피가 파란색인데요. 이는 혈액의 주성분인 헤모시아닌(구리를 함유한 단백질)에 구리가 대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구리는 이렇게 우리 체내에 필수적인 원소로써, 결핍되거나 과잉섭취 할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구리가 결핍되면 빈혈, 모발 이상, 뼈와 동맥 이상 등이 초래될 수 있고, 반대로 과잉섭취 할 경우 간 경화, 설사, 구토 등의 증세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구리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구리 제품은 기원전 8,800년경 북이라크에서 발굴된 구슬(beads)이며 이는 천연 구리로 만든 것이었는데요. 안타깝게도 가장 오래된 구리 제품만이 알려져 있을 뿐, 구리의 처음 발견자는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원전 3,000년경에는 아라비아반도에서 구리광의 정련이 시작되었습니다. 구리는 주로 합금으로 이용하는데요.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만든 청동기는 기존에 사용되던 석기를 대체하며 청동기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럼 구리의 원소명은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요? Copper(구리)의 어원은 구리의 산지로 유명한 사이프러스 섬의 라틴어명인 Cuprum에서 유래했습니다. 또한, 한자의 구리(銅)는 구리의 특징으로 금속의 금(金)과 소리를 나타내는 음표의 동(同)이 합쳐진 것입니다.
11족 구리족은 ‘주화 금속’이라고 불립니다. 이는 고대부터 주화를 만드는 데 주로 이용돼 붙은 별명인데요. 구리는 제련하기가 쉽고 매장량이 많으며 광택이 있어 화폐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우리나라 동전에도 알루미늄, 아연 등과 함께 많은 양의 구리가 들어 있습니다. 동전을 만드는 데 구리를 이용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구리는 항균성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리는 계단, 복도, 문의 손잡이, 난간, 엘리베이터 버튼 등 사람 손이 많이 타는 물건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최근에는 구리 화합물로 만든 도료까지 나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구리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역시 전선입니다. 출토, 재활용된 구리의 대부분이 전선 생산에 쓰입니다. 이는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은, 알루미늄, 금 등의 다른 전선용 금속 물질보다 저렴하다는 구리의 장점 때문인데요. 또한, 구리는 열을 잘 통과시키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전류의 전기가 흘러도 견딜 수 있습니다. 다만 교각이나 강 등 지지대가 부족한 장거리에 설치할 때는 무게 때문에 알루미늄 전선을 이용합니다.
오늘은 매우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 생활 속 손 타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소인 ‘구리’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다음 ‘원소로 보는 화학사’에서는 조심해야 할 금속 원소 1순위인 ‘수은’에 얽힌 화학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내용 출처> 누구나 쉽게 배우는 원소 (그림으로 배우는 118종 원소 이야기)/원소의 세계사 (주기율표에 숨겨진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비밀들)/원소가 뭐길래 (일상 속 흥미진진한 화학 이야기)/Big Questions 118 원소 (사진으로 공감하는 원소의 모든 것)
구리 이야기도 넘 재밌어요~
안녕하세요. LG케미토피아 콘텐츠에 관심 가져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많은 애정 부탁드립니다!
구리는 은 다음으로 전기전도율이 높다, 이는 구리의 3d 궤도가 10개의 전자로 모두 채워진 특수한 전자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전도율이 3d 궤도와 무슨 상관인지 궁금하네요~… 전이원소와 관계가 있는지요?
구리구리 김구리입니다
구리에 대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