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로 보는 화학사 VOLUME 014. ‘원자번호 79번 금을 소개합니다’
2017. 11. 29
지난번 ‘원소로 보는 화학사’에서 원자번호 20번 ‘칼슘’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유일하게 황금색으로 빛나는 원소 ‘금’에 얽힌 재미있는 화학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금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금속입니다. 금을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구는 끝없이 많은데요. 문화 발달을 이끈 장신구로서의 금속부터 시작해서 연금술의 목표물로서 화학의 진보를 이끈 금속, 대항해 시대와 식민지 시대를 연 금속,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한 금속, 골드러시(gold rush)로 시대의 흐름을 바꾼 금속, 현대 전자 산업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금속, 실물 자산으로서 최후의 보루가 되는 금속까지. 그 표현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죠. 그만큼 금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고, 현재도 그러한 원소입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원재료를 수입하여 가공한 뒤 수출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아 왔습니다. 하지만 텅스텐과 몰리브데넘, 그리고 금은 비교적 풍부한 편에 속했는데요. 심지어 신라 시대에는 금이 너무 많아 그 가치가 옥보다 낮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는 신라와 가야의 장신구가 거의 다 금으로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15개 종목, 102개의 경기가 펼쳐질 예정인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모두 금메달을 받는 꿈을 꾸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금메달은 정말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 일까요? 사실 오늘날 올림픽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에게 수여되는 금메달은 순금이 아닙니다. 금메달은 은메달에 6g 이상의 금을 도금한 것입니다. 이번 평창올림픽의 금메달과 은메달은 순은(순도99.9%)으로 제작하고, 금메달의 경우 순은에 순금 6g 이상을 도금하도록 한 IOC 규정을 준수했다고 합니다.
금은 원소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역사시대 이전에도 인류에게 알려져, 많은 고대문명에서 귀중품으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기원전 3000년에 금투구를 만들었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를 비롯한 금 장식품으로 사용했습니다. 에게문명, 잉카문명 등에서도 금의 반짝거리는 광택을 귀하게 여겼고 중국도 기원전 1300년경에 뛰어난 금 제조기술을 갖고 있었습니다. 금을 뜻하는 영어 단어 ‘골드(gold)’는 오래 전의 프로토-인도-유럽어에서 ‘빛나는, 노란색, 황금’을 뜻하는 ‘겔(ghel)’에서 유래했습니다. 금의 원소기호 ‘Au’는 ‘태양의 빛’을 뜻하는 라틴어 ‘아우룸(aurum)’의 첫 두 글자를 따서 붙인 것입니다.
금은 선명한 전자현미경 사진을 얻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표본에 축적되는 전하를 흘려 보내기 위한 아주 얇은 코팅, 혹은 세포 내 특정한 단백질이나 구조물에 붙어 금 나노입자 상태로 전자현미경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금 나노입자는 촉매, 회로와 같은 산업 분야는 물론이고, 독성이 없고 생체 친화도가 높다는 특성 때문에 암 치료, 약물 전달, 질병 감지기, 임신 테스트기 등 의료 분야에도 넓게 쓰입니다. 이렇게 금 나노입자의 활용 범위는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으며, 영상 진단 조영제, 알츠하이머 치료에 이용할 방법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금은 연성이 매우 좋고 부식성이 전혀 없다는 특징이 있어 반도체 칩에 사용되는 가는 연결 도선으로 이용됩니다. 성능 좋은 오디오 제품의 연결 도선에도 금 도선이나 금을 도금한 도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금이 녹슬지 않고 전기전도도도 좋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전자 제품을 분해해 보면 회로 뒷면에 금으로 인쇄된 선이 보일 텐데 이 부분이 바로 전자 회로의 핵심입니다. 금을 이용하는 분야가 워낙 많다 보니, 언제부턴가 버려진 전자 제품을 수거하여 금, 은 등 귀금속을 뽑아내는 산업도 뜨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폐품에서 금을 수거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여 왔고, 그 결과 현재 금 보유량이 금의 주 생산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금 매장량과 비슷할 정도가 되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금은 오랫동안 치과 치료용으로도 사용되어 왔습니다. 종종 수은과의 혼합물인 아말감으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 개발된 세라믹이나 합성 재료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또한 금은 독성이 없어 얇은 판이나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 식품에 소량 첨가하기도 합니다. 식용 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품이겠죠? 한 재미있는 사례로 2010년에 뉴욕 식당이 5g의 24캐럿 식용 금을 첨가한 프로즌 오트 초콜릿이라는 메뉴를 개발해 무려 2만 5,000달러에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이 가격에는 보석을 박은 스푼과 다이아몬드 팔찌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유일하게 황금색으로 빛나는 원소 ‘금’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다음 ‘원소로 보는 화학사’에서는 고대부터 사람들을 매료시켜 온 짙고 푸른 요괴 원소 ‘코발트’에 얽힌 화학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내용 출처>
누구나 쉽게 배우는 원소 (그림으로 배우는 118종 원소 이야기)/원소의 세계사 (주기율표에 숨겨진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비밀들)/원소가 뭐길래 (일상 속 흥미진진한 화학 이야기)/Big Questions 118 원소 (사진으로 공감하는 원소의 모든 것)
우와 ~ 프로즌 오토 초콜릿 장난 아니네요! 신선한 메뉴 놀라워요ㅎㅎ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좀 더 폭넓게는 잘 모르는 금에 대해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