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개론] 우리 일상 속의 플라스틱
2016. 03. 25
우리 일상에서 플라스틱 소재가 제공하는 제품은 아주 많다. 생활 속 플라스틱 제품들은 그 기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본성(本性)을 찾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변화를 거치면서 우리 앞에 등장한 플라스틱 제품들이 많다. 지난 시간에 플라스틱의 역사와 발전상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오늘은 마지막으로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폴리우레탄은 흔히 바닥 장식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용도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폴리우레탄은 열경화성 수지는 아니지만 유사한 3차원 구조를 가진 플라스틱이다. 그래서 질기고 화학약품에 잘 견디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기절연체, 구조재, 기포단열재, 기포쿠션, 탄성섬유 등에 사용되며, 신축성이 좋아서 고무의 대체물질로도 사용된다.
페인트 코팅은 물체의 겉면을 수지(樹脂) 따위의 엷은 막으로 씌우는 일이다. 올바른 코팅을 위해선 매년 반사망원경의 반사면을 코팅하여 빛의 반사효율이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분광기의 구성요소인 프리즘의 경우에도 무반사 코팅이 필요한데, 무반사 코팅을 하게 되면 빛의 난반사를 막아 빛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미러의 부식을 막을 수 있다. 페인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산화 부식작용으로 인한 쇠의 부식을 막는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의 대부분은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석유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추출해 낸 원료를 화학 처리해 만든 섬유가 바로 나일론이다. 나일론은 가볍고 표면에서 광택이 나고 물에 잘 젖지도 않는다. 또한 나일론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하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저렴해 과거부터 인기가 많았다. 거미줄보다 가늘고 마찰에 강하며 인장강도가 다른 섬유보다 월등하다.
사실 인공섬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19세기 말부터 있었다. 프랑스의 일레르 베르니고 샤르도네 백작은 사진촬영 도중 엎지른 콜로디온 용액이 끈끈한 덩어리로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단서로 합성 비단을 제작했지만 아쉽게도 불에 너무도 취약했다. 후에 인조 비단인 레이온이 개발됐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수분을 흡수하면 느슨해지는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1935년 미국 화학자인 월리스 커러더스(Willis Carotheros) 연구팀이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나일론을 발명했다. 실처럼 가늘게 뽑히고 비단처럼 광택이 나며, 말려도 굳거나 부서지지 않는 신비의 물질, 바로 나일론이었다. 하기야 누에가 하는 일(비단)이니, 인간도 할 수 있는 일(나일론)이었다. 1939년, 나일론 스타킹이 출시되자 여성들이 백화점 앞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아귀다툼 끝에 겨우 스타킹을 거머쥔 여성들이 치마를 걷고 즉석에서 신어보기도 했다. 그 해만 6,400만 켤레가 팔렸다. 가볍고 신축적이면서 내구성마저 뛰어나 그물과 낚싯줄, 테니스·배드민턴 라켓 줄, 수술용 봉합실, 전선 피복 등 전 산업 분야에 사용됐다.
우리가 간편히 페트병이라고 부르는 이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는 유리병보다 용도에서 훨씬 나은 용기다. 페트병은 현재 가장 일반적인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 중 하나다. 또한 저렴할 뿐만 아니라 내구성에 있어서도 유리병을 능가한다. 페트병의 발명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일컬어지는 플라스틱의 역사와 함께 했다.
1862년 영국의 화학자 알렉산더 파크스(Alexander Parkes, 1813-1890)는 식물에서 셀룰로오스를 추출해 파케신(Parkesine)이라는 플라스틱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어 1909년 벨기에 화학자 리오 베이클랜드(Leo Baekeland, 1863-1944)는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반응시켜 베이크라이트(Bakelite)라는 첫 합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1973년, 너세니얼 와이어스(Nathaniel Wyeth, 1911~1990)는 거의 10년 간 페트병을 연구했다. 동료들에게 플라스틱으로 코카콜라와 같은 탄산 음료를 담을 수 있는지 물어봤을 때 동료들은 폭발할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그리고 일련의 초기 실험을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이 맞는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그러다 와이어스가 발견한 한 가지 사실, 플라스틱은 약한 물체지만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긴 가닥의 분자들이 서로 얽히게 되면 강력해 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원리에 입각하여 플라스틱이 페트병으로 추출될 때 나일론 원사를 결합시킬 수 있는 형틀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노력이 결과를 맺자 그가 말했던 한 마디.
몇 달간을 좌절한 후에 우리는 형틀에 굳어진 수지 덩어리를 사용해 병을 만들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물과 같이 흐른다. 항상 관심을 넓게 가져라.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가라. 한정된 생각에 머물지 말라.
음료 용기에서 혁명을 일으킨 페트병은 탄산 음료 산업의 호황으로 인해 업계에서 바로 사용되었으며 1999년경 1년에 무려 1000억 병이 생산되었다. 오늘날 미국에서 생산된 폴리에스테르 카펫 중 거의 절반 가량은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만든 것이다.
화학제품과 소재들을 몇 가지 정도로 간추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 주위에 화학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휴대폰에서부터 TV, 그리고 냉장고, 그리고 자동차 코팅제인 페인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과학이 바로 화학이다. 섬유, 수지, 고무 등 거의 모든 제품들이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의 소재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쓰는 일회용 비닐도 그렇다. 온실을 만들어 과일과 채소를 우리에게 공급하기 위해 빨리 출시하려면 ‘비닐 하우스’가 필요하다. 이뿐이겠는가? 주변에서 플라스틱 아닌 것을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로 플라스틱은 우리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석유화학은 결코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다가 아니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했던 “많은 석유 에너지 반대 단체들은 현대경제를 지탱하는데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생산품에 얼마나 많이 의존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것 같다”는 말을 남긴 미국의 경제사학자 로버트 힉스(Robert Higgs 1944~ )의 말을 상기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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