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같은 인조가죽, 유행의 비밀은?
2016. 02. 29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다가올 봄이 더욱 가깝게 느껴집니다. 올해 봄 날씨는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거라는 보도를 보았는데요.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찬 봄철, 사랑 받는 패션 아이템을 꼽으라면 단연 트렌치 코트와 가죽 재킷이겠죠. 그런데 요즘 가죽 의류에 인조 바람이 거세다고 합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인조가죽, 그 매력을 함께 알아볼까요?
동물의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면을 가공한 천연가죽은 오래 전부터 의류나 신발, 잡화 및 각종 액세서리의 원자재로 사랑을 받았는데요. 아름다운 무늬, 독특한 질감과 우수한 내수성, 내열성을 지님에도 가공이 어렵고 무거우며, 관리와 보관이 까다로워 멋쟁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했죠. 비싼 가격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방법이 생겼으니, 바로 합성피혁의 탄생이 그것입니다.
1910년대 초 처음 ‘파이록신레더’가 만들어진 이래 제2차세계대전 이후 염화비닐레더, 스펀지레더 등을 거쳐 나일론과 우레탄 등을 원료로 하는 ‘합성피혁’으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광택이 도는 표면층이 가죽과 흡사한 합성피혁은 이후 의류,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널리 쓰이며 ‘레자’라는 명칭으로 알려졌는데요. ‘레자’는 ‘가죽’을 의미하는 ‘Leather’의 일본식 발음이 굳어진 것으로, 표준어가 아니니 쓰지 않는 것이 좋답니다.
인조가죽(Artificial leather)은 합성피혁 보다 더 가죽에 가까운 소재인데요. 합성가죽이 천연가죽 특유의 광택과 질감, 즉 표면적 특징만을 재현했다면, 부직포와 폴리우레탄 등으로 이루어진 인조가죽은 도톰하고 따뜻한 천연가죽의 특징까지 인공적으로 비슷하게 만든 ‘가짜 가죽’인 거죠. 덕분에 인조가죽은 비교적 저렴한 신발, 가방 등의 소재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가짜라고 해도, 인조가죽은 천연가죽보다 나은 점이 꽤 많았습니다. 물과 습기는 물론, 긁힘에도 더 강했고, 천연의 무늬 이상의 아름다운 무늬와 색상을 표현할 수 있었죠. 천연가죽에 비해 가격도 싸서 소파, 침대 등 큰 가구에도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요. 물론 화학원료로 만들어진 만큼 불에 약하고, 처음 사용할 때 화학적인 냄새가 나는 등 한계와 단점도 분명했습니다. 오래 잘 관리할수록 은은한 광택을 가지며 부드러워지는 천연가죽에 비해 수명도 짧았고요. 하지만 인조가죽의 결정적인 단점은 따로 있었죠.
2000년대에 들어서까지 인조가죽의 최대 난제는 ‘가짜같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소재 개발을 거듭해도 천연가죽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때문에 합성피혁이나 인조가죽은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오랫동안 벗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천연가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를 보이기 전까진 말이죠.
인조 소재의 반란은 모피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환경과 희귀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모피 불매 운동이 이어졌고, 이를 대체할 인조모피 소재가 급격하게 발전했죠. 채식주의처럼 동물의 가죽이나 털로 만든 옷을 거부하는 ‘비건 패션(Vegan fashion)’이 대세가 됨에 따라 인조가죽 역시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고가의 명품 브랜드들도 비건 패션에 동참함에 따라 PVC나 합성섬유만으로도 천연가죽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광택이나 질감을 가진 옷들이 점차 늘게 되었습니다.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역시 인조가죽 유행에 일조했는데요. 내구성보다는 스타일과 간폄함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무겁고 비싼 천연가죽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가볍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누릴 수 있는 인조가죽 제품이 더 합리적인 쇼핑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죠. 덕분에 최근에는 인조가죽 제품을 전문으로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 또한 생겨나고 있답니다.
화학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합성피혁과 인조가죽은 의류뿐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들의 탄생에는 어떤 화학 소재가 필요할까요? 합성피혁의 주된 소재는 나일론과 PVC입니다. 대표적인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PVC는 첨가제에 따라 전선 피복부터 합성피혁까지 그 활용범위가 넓답니다.
인조가죽을 만드는 데에는 PVC에 가소제가 함께 쓰이는데요. 가소제는 PVC에 첨가해 보다 유연성과 탄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답니다. 두 소재 모두 LG화학에서 생산되고 있는 건 물론이고요! 이제 왜 인조가죽이 화학 속에서 태어났는지 잘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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