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맛을 좌우하는 김장의 화학
2015. 11. 06
‘아리랑’에 이어 2013년 유네스코에서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겨울 문화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김장’입니다. 늦가을~초겨울 사이에 온 가족과 이웃이 모여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는 김장으로 이맘때 즈음 바쁘신 분도 많을 텐데요. 왜 선조들은 이 추운 계절에 김장을 했을까요? 또 왜 김장 김치는 오래도록 그렇게 맛이 있을까요? 김장의 비밀, 화학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소금에 절인 배추나 무 따위를 고춧가루, 파, 마늘 등의 양념에 버무려 발효시키는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 위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반찬이죠. 갓 버무린 겉절이는 아삭한 맛에, 오래 두고 묵힌 김치는 시큼한 맛에 냄새만 맡아도 입에 절로 침이 고이는데요. 우리 전통 음식의 상징이랄 수도 있는 김치, 그 역사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걸 아는 분은 많지 않죠?
약 3천 년 전 중국 문헌에서 오이 절임에 대한 글자가 처음 등장한 이후 ‘침채’라는 이름의 음식이 고대부터 이어졌는데요.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는 삼국시대에 들어 염장 기법이 도입되면서 배추를 소금에 절어 두고두고 먹던 풍습이 김치로 발전을 했다고 해요. 하지만 당시 김치의 모습은 흔히 말하는 ‘백김치’처럼 색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조선시대인 1600년대에야 우리 땅에 고추가 보급되었기 때문입니다. ‘김치’라고 하면 으레 빨갛고 매콤한 색과 맛을 떠올렸는데, 하얗기만 한 김치라니 좀 낯설죠?
소금에 절이는 방식으로 채소를 오래 먹을 수는 있지만 맛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죠. 적당히 시큼한 맛은 식욕을 돋우지만, 너무 익어버린 김치는 그냥 먹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조상님들이 생각한 방법은 새로 담근 김치를 온도 변화가 적은 곳에 보관하는 것이었습니다. 냉장고도 없고, 얼음도 귀하던 시절에 어떤 방법으로? 바로 크고 단단한 그릇에 보관하는 것이었죠.
속리산에 위치한 법주사에는 신라 성덕왕 때 만들어 김치를 보관했던 돌항아리, 석옹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해요. 이후 흙으로 빚은 옹기로 그 용기의 형태가 변했고, 보다 일정한 온도에 김치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그 옹기를 땅에 묻는 ‘김장독’이 탄생하게 된 거죠. 점차 김장 기술이 발전하면서 초겨울 김장량도 증가했는데요. 한 번에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일이 연례 행사처럼 자리잡으면서 ‘김장 문화’라는 독특하고도 고유한 우리만의 문화가 탄생한 거죠.
김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슈퍼푸드’라 불릴 만큼 많은 영양분을 가진 음식인데요. 그 안에 숨은 화학을 알아볼까요?
처음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에서 세포막의 수분이 빠져 나가며 해로운 미생물이 제거되고 유산균과 영양분이 늘어납니다. 붉은 색감과 칼칼한 맛을 만드는 고춧가루, 감칠맛을 내는 젓갈과 액젓 또한 유산균이 자라는 데에 일등 공신이죠.
오랜 시간 보관하는 김장 김치는 유산균의 활약으로 발효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이때 김칫독, 오늘날의 김치냉장고가 발효되기 좋은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공기와 빛 차단막 역할을 해 싱싱함은 그대로 간직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김장 김치를 완성하는 거랍니다. 김칫독의 경우 아래 부분이 더 좁아 발효 과정에서 김치국물이 위로 모이게 되어 더욱 효과적인 공기 차단을 하게 되고요.
어때요, 여러분? 그저 한 번 담가 오래 먹기 위해 하는 줄 알았던 김장 문화 속에 빼곡한 화학의 역할이 대단하죠? 이번 겨울에는 부모님과 함께 김장을 하며 그 안에 또 어떤 화학적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아무리 땅에 묻고 김치냉장고에 보관을 해도 자연의 섭리처럼 김치의 맛은 시어지기 마련! 봄이 가까워지면 김장김치도 시어서 먹기 힘들 때가 있죠. 그럴 때는 김치 통에 깨끗하게 씻은 달걀껍데기나 조개껍데기를 하루쯤 넣어두세요. 김치의 신맛이 달걀과 조개 껍데기 속 탄산칼슘과 만나 산-염기 중화반응을 일으켜 신맛이 옅어진답니다.
※ 메인 이미지 출처: ⒸRepublic of Korea,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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