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살이 찌는 것은 비단 말뿐만이 아닙니다. 게, 대하, 전어, 사과, 배, 감, 은행…가을의 풍족한 먹거리와 함께 우리도 살이 쪄가죠. 오늘은 맛있는 가을 제철 음식 속에 숨어있는 화학에 대해 알아보아요!
대하ⓒstu_spivack, flickr.com / 게ⓒFood Group, flickr.com
가을 제철 음식으로 게, 대하를 빼놓을 수는 없죠. 오동통한 살을 자랑하는 대하는 소금구이를 해먹든, 튀김을 해먹든 그 고소한 맛과 특유의 풍미가 일품입니다. 게를 담가 만든 게장은 밥도둑이 따로 없고요. 마냥 맛있어만 보이는 게와 대하에도 화학 원리가 숨어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익히기 전의 게나 새우, 가재 등 갑각류는 회색, 청색을 띠는 데에 반해, 익힌 후의 갑각류는 붉은색을 띱니다. 이것은 갑각류의 껍데기에 있는 ‘아스타산틴(astaxanthin)’이라는 색소 때문이에요. 아스타산틴은 원래 붉은색을 띠는 색소이지만 단백질과 결합하고 있을 때는 회색, 청색을 띱니다. 갑각류가 살아있을 때 껍데기에서는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결합하고 있어 회색, 청색을 띠지만, 여기에 열을 가하면 단백질이 변성 및 분리되면서 원래의 색인 붉은색을 띠게 되는 것이죠!
가을이 되면 감나무에는 주렁주렁 맛있게 생긴 감들이 달려있습니다. 감은 그 달콤한 맛 때문에 사랑 받는 가을철 대표 과일이죠. 이런 맛있는 감 속에는 어떤 화학 원리가 숨어있을까요? 감이 덜 익었을 때는 떫은맛이 나기도 하는데요, 이는 탄닌(tannin)이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감에는 수용성 물질인 탄닌이 있어 이 물질이 혀에 닿으면 떫은맛이 납니다.
미처 익지 않은 감에는 탄닌이 많아 떫은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고요. 그러나 점차 감이 익으면서 탄닌은 감 속의 다른 물질과 결합하여 불용성이 되고, 혀가 불용성 탄닌의 맛을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 떫은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잘 익은 감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유이죠!
은행나무ⓒmrhayata,flickr.com / 은행열매ⓒt-mizo,flickr.com
가을 길거리는 단풍, 은행으로 알록달록 아름답지만, 가끔씩 풍겨오는 고약한 냄새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기도 하죠. 이 냄새는 바로 은행으로부터 오는 냄새인데요, 은행에도 역시 화학 원리가 숨어있습니다! 식물은 자기 자신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혹은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악취를 내거나 다른 식물의 생장을 저해시키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기도 해요.
이 현상을 알레로파시(allelophathy)라고 하고 이때 분비하는 화학 물질을 알레로케미컬(allelochemicals)이라고 합니다. 가을철 길거리의 악취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은행나무에서 분비하는 은행산(ginkgoic acid), 빌로볼(bilobol)이라는 알레로케미컬의 결과인 것이죠.
마냥 맛있는 줄로만 알았던 가을 제철 음식에도 이렇게 많은 화학이 숨어있었네요! 음식 속 화학 원리를 알고 먹으면 음식이 더 맛있을 것 같지 않나요?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풍성한 가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감을 좋아해서 감을 한 상자씩 사 먹기도 하는데요, 제가 이렇게 감을 많이 먹고 있으면 ‘변비에 걸리겠다’고 하는 말을 듣습니다. 정밀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린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감이 변비를 유발한다는 말은 탄닌이 수분을 흡수해서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수용성 탄닌만 그렇고, 불용성 탄닌은 변비의 원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감의 섬유질이 변비를 예방하기도 하죠. 잘 익은 감을 먹고, 수용성 탄닌 성분이 많은 꼭지 부분 등을 주의해서 먹으면 변비 걱정은 없답니다.
※ 특성화 이미지 출처: 중앙 새우 이미지 Paul Stein, flickr.com / 우측 은행 이미지 [cipher],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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