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를 만드는 맛있는 화학, 마이야르 반응
2015. 05. 07
불의 발견으로 인류는 빛과 온기를 얻었고, 야수로부터 공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불은 우리에게 맛있는 요리까지 선물해 주었는데요. 사냥해온 동물을 처음 불로 익혀 먹었던 그가 바로 인류 최초의 요리사였을 것입니다. 불과 음식이 만나 이뤄지는 맛있는 화학이야기,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소개합니다.
“고기의 굽기는 어느 정도로 해드릴까요?” 노릇하게 구워 나오는 스테이크는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죠. 육류를 불에 구우면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면서 특유의 향이 생기고, 맛 또한 좋아지는데요. 이런 현상을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바로 맛있는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를 만드는 비법이죠.육류는 다량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 우리가 느끼는 고기의 맛은 단백질의 맛이 아니라고 합니다. 단백질의 분자는 맛을 느끼기에 너무 크기 때문인데요. 불을 접하면서 육류 단백질에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작은 분자로 변하면서 풍미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이때 가열하는 불의 온도는 섭씨 130~200도(℃) 사이가 적당하며, 200도 이상 올라갈 경우 표면이 타서 발암물질이 생기니 골라 드셔야 한답니다.
환원당과 아미노기 화합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은 육류뿐 아니라 대부분 식품에서 발생하는데요. 이 화학반응은 식품의 색과 향기, 맛 등에 관여하게 됩니다. 1912년 프랑스의 생화학자 루이스 카밀 마이야르(Louis Camille Maillard)가 이 화학반응을 최초로 발견하여 보고하였고, 그의 이름을 따 마이야르 반응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마이야르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분자는 현재 1,000가지 이상 발견되었습니다. 이 분자들은 같은 재료로 요리해도 온도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생성되며, 각각 다른 향미를 느끼게 하는데요.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하여 다양한 인공향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금도 꾸준히 연구를 하고 있답니다. 맛있는 음식을 위한 과학적인 접근이 계속된다면, 우리의 식생활도 더욱 풍요로워지겠죠?
마이야르 반응은 식품의 색깔을 갈색으로 변하게 하여, 갈변화 현상이라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는 마이야르 반응의 최종 산물인 멜라노이딘(Melanoidine) 색소 때문이랍니다.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암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멜라노이딘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요. 바로 커피입니다. 커피콩을 볶는 로스팅 과정을 통해 녹색의 생두가 갈색의 원두로 변하는 과정 역시 마이야르 반응의 하나랍니다.마이야르 반응은 가열을 통해 단시간에 진행되지만, 상온에서 가열 없이 천천히 일어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간장이나 된장을 만드는 중 ‘숙성’ 과정이 해당되죠. 이때 마이야르 반응이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데, 오래 묵힐수록 장맛이 깊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랍니다.
바삭한 감자칩부터 고소한 누룽지까지, 마이야르 반응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폭넓게 활약 중인데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비법이 이런 화학반응이라니 놀랍죠? 이젠 요리사를 화학자라고 불러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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