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xcuse Me? 공대생, 우리에게 영어란?
2015. 03. 27
봄과 함께 좀 더 늦게 올 줄 알았던 취업시즌이 돌아오니 파릇파릇한 신입생과는 달리, 저를 포함한 학교의 고학번들은 걱정도 많고 이리저리 바빠집니다.
다뇽아, 우리 영어 얼마나 해야 해?
제가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영어 스트레스’입니다. 인문. 사회계열보다는 ‘영어’를 덜 중요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비교적 평소에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평균적으로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영어성적이 LG 기준 TOEIC 700, TOEIC Speaking 레벨 6, OPIC IM 정도랍니다. 그러나 ‘영어를 해야만 해’라고 말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제 지인들은 꽤 많은 비율로 휴학하고 어학연수를 가거나, 주말. 새벽마다 학원과 스터디를 다닙니다. 물론. 이건 제 친구들의 이야기만은 아니지요 🙂
그렇다면 우리가 영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4가지 유형을 나눠보고 이에 해당하는 친구들에게 짧은 인터뷰를 해 보았습니다.
인터뷰 학생
학생 A (이하 A): ‘ABCD면 충분하다’ 유형. 영어가 싫고, 무섭다. 영어란 그저 졸업과 취업일 뿐.
학생 B (이하 B): What… 뭐라고요…? 형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부럽다. 하지만 외국인은 무섭다. ㅠㅠ
학생 C (이하 C): ‘적당히 하자’ 유형. 취업, 졸업 기준 영어 실력보단 높고, 외국인 친구들도 좀 있다.
학생 D (이하 D): 영어 영문학과 다니시는 거 아니에요…? 유학파 아니냐는 소리 좀 듣는다.
우선, 본인들의 영어 실력을 말해줄 수 있어? 그리고 그 성적이 마음에 들어?
너희가 영어를 하는 이유가 뭐야?
그렇다면, 공대생에게 영어란 무엇이라고 생각해?
A: 나는 솔직히, 영어가 많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어. 당장 영어수업 알아듣지도 못하겠거든…. 안 그래도 전공내용이 어려운데, 억지로 영어로 듣는 게 학생들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능률도 떨어지는 것 같고. 차라리 그 시간에 인턴이나 연구실 생활을 하는 게 낫지 않아?
B: 나는 영어가 전공 다음으로 2순위라고 생각해. 전공분야보다 중요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어차피 전공들 다 영어로 배우는데, 영어를 못하면 수업도 들을 수 없잖아. 전공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C: 공대생에게 영어란… 스트레스가 아닐까? 다들 즐긴다기보다는 하기 싫은 숙제로 보는 느낌이야. 나도 예전에 그랬고. 전공에서 나오는 영어는 귀찮겠지만, 번역서나 친구의 도움을 받으면 아직은 싫어해도 할만한 것 같아. 하지만 분명 압박은 내가 위로 올라갈수록 더 심해지겠지. 피할 수 없으니 즐겨야만 하는 것이 바로 언어인 것 같아.
D: 사실, 영어를 정말 기본만 하는 공대 사람들도 대기업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는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분들도 나중에 아이들이 생기면 영어를 잘하라고 말하지. 모든 사람에게는 ‘의사소통’의 욕구가 있다고 난 생각해. 이게 스펙이 되니까 힘들어지는 거지. 영어는 스펙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영어수업을 하시는 원어민 J 교수님, 그리고 국제어 수업을 하시는 전공 P 교수님에게 찾아갔습니다.
영어수업을 하시는 원어민 J 교수님 한국이 점점 세계화 되고 있으면서, 영어는 이공계 학생들에게도 필수가 되는 추세이지요. 특히 대학교에서는 ‘Globalization(세계화)’ 라는 항목에 큰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공대생에게 영어란 ‘Have to’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국제화 되고 있으므로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영어 능력을 본인에게 맞게 향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간단한 여행만 가봐도 영어 혹은 ‘언어’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죠.
국제어 수업을 주로 하시는 전공 P 교수님 애초에 공학은 서양에서 온 학문이기 때문에 ‘영어’를 빼고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개발) 항목 안에 영어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해외논문 속에 파묻혀 있으면 특히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죠.
이전에 저는 중국. 일본 친구들과 국토를 걷는 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침 EBS에서 ‘한· 중· 일 영어 스트레스’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해서 함께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 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마지막 ‘영어는 뭐다?’라는 질문에 중국· 일본 친구들에 비해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취업을 위한 키(key)다’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세상을 살면서 ‘좋아하는 것’과 ‘좋아 보이는 것’의 구별을 잘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대부분의 공대생에게 영어가 재미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는 길인만큼 즐기면서 본인에게 필요한 능력을 얻을 수 있는 이공계 학생이 되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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