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속에 녹아 있는 역사와 화학
2014. 11. 19
여러분,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둥근 해가 떴습니다~’ 동요에도 나오듯 많은 분들이 양치질을 꼽겠죠. 양치질을 위해 없어선 안 되는 치약. 이 치약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역사와 그 속에 숨은 화학 이야기. 함께 만나 볼까요?
양치질. 한자로는 ‘養齒‘질 이라고 합니다. 이를 닦은 것이니 이를 뜻하는 齒(치)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기른다, 가꾼다는 의미의 養(양)자가 들어간 게 좀 이상하다고요? 이것은 양치질의 기원 때문인데요.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은 버드나무 가지 끝을 뭉개 솔처럼 만들어 이를 닦았다고 합니다. 이 버드나무 가지를 지칭한 ‘양지(楊枝)’라는 한자의 음에 이를 의미하는 ‘치(齒)’가 더해져 ‘양치(養齒)’가 된 것이지요. 하지만 흔치 않은 버드나무 가지를 매일 꺾으러 다닐 수 없었기에 이후 사람들은 대충 손가락에 소금을 묻혀 이를 닦았습니다. 이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들어온 치약은 1889년 일본에서 개발된 가루형태의 치분(齒粉)입니다. 그리고 광복 이후, 미국산 치약이 국내에 처음 도입됐지만, 치분과 미제 치약 모두 비싼 가격으로 인해 널리 쓰이진 못했답니다. 그러던 중 1954년 락희화학(현 LG화학)에서 국내 최초로 치약을 개발, 미군 치약의 1/3 가격에 판매를 시작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비로소 국내에 본격적인 치약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죠.
‘럭키치약’은 LG화학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사’에서 만들어 낸 첫 히트상품입니다. 락희화학공업사를 창립한 구인회 회장님은 평소 다음과 같은 지론을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남이 미처 안 하는 것을 선택하라.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것부터 착수하라. 일단 착수하면 과감히 밀고 나가라. 성공하더라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것, 한층 더 큰 것, 보다 어려운 것에 새롭게 도전하라.
바로 이러한 생각 속에 만들어진 최초의 ‘럭키치약’은 소금도 비싸 모래로 이를 닦아야 했던 시절에 국민들이 질 좋은 치약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니, 그야말로 ‘즐거움을 주는 회사(樂喜, 락희)에서 만든 행운(Lucky, 럭키)의 치약’이었죠.
‘럭키치약’은 착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로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1962년 불소 성분을 더한 이후엔 1971년까지 치약 시장 점유율이 80%까지 치솟으며 ‘치약’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죠. 특히 1981년 출시된 ‘페리오 치약’은 20여 년간 4억 개 이상 판매되면서 ‘국민치약’의 반열에 올랐답니다. 지금도 ‘치약’하면 ‘페리오’라는 브랜드 명을 떠올리는 분들, 많으시죠?
좋은 치약이 있어도 제대로 칫솔질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죠. 그렇다면 양치질은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앞서 동요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이부터 닦으라고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해요! 양치질은 하루 3번, 식후에 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일어나자마자 양치질을 했어도, 식사 후 이를 닦지 않으면 소용이 없답니다. 물론 자고 일어나면 충치의 원인이 되는 플러그가 생성되므로 기상 후 양치질을 하고, 식후에 한 번 더 하는 것이 가장 좋죠. 하지만 시간이 빠듯하다면 식후에 한 번이 낫다니 명심하세요. 더불어 요즘은 치아 건강을 걱정하여 치약 선택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은데요. 사실 치아 건강은 어떤 치약을 쓰느냐 보다 얼마나 자주 이를 닦고 입안을 헹구느냐가 중요하다고 해요. 식사 후 음식 찌꺼기의 설탕 혹은 다당류로 인해 형성된 얇은 치태가 칼슘이온을 비롯한 다른 물질과 결합하여 단단해지면 치석(tartar)이 되어 제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그러니 무언가를 먹은 후 치약이 없을 때는 치아 표면의 에나멜을 손상시키지 않을 정도로 경도가 낮은 고운 소금을, 가글 액이 없다면 베이킹소다(중탄산나트륨(NaHCO3))를 녹인 물을 사용해 입안을 헹구세요. 염기 성분이 입안 세균이 뿜는 산(acid)을 중화시켜 상쾌한 기분이 들 테니까요.
LG하면 다들 LG전자부터 떠오르는데, 사실은 화학부터 시작했었군요! 유용하고 흥미로운 정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