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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이야기

액체와 고체 사이, 신비의 물질- 액정

2015년 5월 13일

기체, 액체 고체. 어린 시절 과학 시간에 배운 물질의 세 가지 형태죠. 하지만 이러한 경계를 허무는 화학물질이 있습니다. 액체인 듯 액체 아닌, 액체 같은 물질. 바로 액정(Liquid Crystal)입니다. 액정은 영문명 그대로 ‘액체(Liquid)’와 ‘결정(Crystal)’의 중간 상태인 물질인데요. 자주 들어는 봤어도 잘 알기는 어려운 액정, 그 이야기를 속속들이 전해드릴게요.


1888년, 새로운 물질이 나타났다!

화학업계에서 비교적 신소재로 불리는 액정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최초로 액정을 발견한 사람은 1888년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 프리드리히 라이니처(Friedrich Reinitzer)였는데요. 그는 식물에서 얻은 천연알코올로 만든 ‘벤조산콜레스테릴’에서 이상한 성질을 목격합니다. 평소엔 투명한 이 물질이 섭씨 146도로 가열하면 불투명해졌다가 179도에 이르며 다시 투명해진 것이죠.

(좌)프리드리히 라이니처와 (우)오토 레만

(좌)프리드리히 라이니처와 (우)오토 레만ⓒwikimedia

이는 기다란 막대 모양의 탄소분자들이 온도에 따라 배열을 바꾸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는데요. 상온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배열된 분자층 사이로 빛이 통과해 투명했다가, 일정온도에서는 분자배열이 헝클어지며 빛이 통과하지 못해 불투명하게 보인 것이죠. 이후 독일의 물리학자 오토 레만(Otto Lehmann)이 1904년 논문을 통해 최초로 ‘액정’이라는 명칭을 소개했지만, 딱히 이 물질을 활용할 방안은 찾지 못한 채로 연구에만 머물러 1920년까지 무려 250종 이상의 액정물질이 발견된 채로 방치되었다고 하네요.

비로소 열린 액정의 신세계

특정한 용도가 없던 액정은 오랜 세월 그저 ‘발견’에서만 물질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과학이 발전하면서 1970대에 이르러 액정의 성질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되었죠. 이는 물질에 열이 아니라 전기장을 가함으로써 분자의 배열 방향이 바뀐다는 또 한 번의 발견 덕분이었는데요. 전기장 유무에 따라 투명과 불투명을 오가는 액정의 이러한 성질을 ‘전기 광학 효과’라고 부른답니다.

온도 변화에 따른 액정의 분자 배열 변화 ⓒwww.theiet.org

온도 변화에 따른 액정의 분자 배열 변화 ⓒwww.theiet.org

투명한 전극이 부착된 얇은 유리관 사이에 액정 물질을 넣고 전기를 흐르게 하면 액정 분자의 배열이 바뀌면서 빛의 강약을 조절하는 기술 덕분에 1974년, 액정은 전자손목시계에 사용되며 실용화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섭니다. 1988년엔 14인치 액정 컬러 TV가 개발됐죠. 이후 ‘Display’ 분야에서 액정은 독보적인 기술로 이름을 떨칩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모니터, TV,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IT 기술과 결합되어 더욱 보기 좋은 화면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죠.

우리 주변의 액정 디스플레이

액정 기술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뭐니뭐니해도 TV와 모니터죠. 하지만 처음부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액정이 이름을 떨쳤던 건 아닙니다. 1800년대 후반 브라운관이 처음 발명된 후 100년 넘게 쓰였거든요. 어릴 적 두툼하던 TV 브라운관, 모두 기억하시죠? 하지만 전자총으로 유리면을 쏘아서 화면을 구현하는 브라운관은 그 부피를 줄이는 데에 한계가 있었죠. 화면이 클수록 두께가 두꺼워져 제품의 이동이나 배치에 어려움도 컸고요.

LG의 다양한 디스플레이들

LG의 다양한 디스플레이 ⓒMark Krynsky, flickr.com

2000년대에 들어 이러한 브라운관 일색의 디스플레이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붑니다. 그 주역은 바로 LCD(Liquid Crystal Display), 즉 액정 디스플레이였죠. 분자 배열이라는 액정의 특징을 이용한 LCD는 화면 크기가 커져도 그 두께가 혁신적으로 얇아 TV는 물론 전자계산기, 휴대전화 등 소형기기의 평판 화면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기존의 TV와 비교했을 때 절반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2배의 수명을 지니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화면을 구현하는 LCD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갔죠.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모니터, 거실의 TV를 살펴보세요. 아마 대부분 틀림없이 LCD 기술이 차지하고 있을 테니까요.

Tip. LCD, LED, OLED, 모두 액정 디스플레이?

2000년대 LCD의 등장 이후 디스플레이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이죠. 그 가운데 새로운 이름의 디스플레이 또한 속속 등장했습니다. LED, OLED 등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 디스플레이들은 LCD와 무엇이 같고, 또 다를까요?

LED(Light Emitting Diode)

‘발광 다이오드’라고 불리는 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소자입니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돌아갈 때 깜박이는 작은 불빛, 도심 빌딩 위 대형 전광판 등에 쓰이죠.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이 높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눈에 피로도 덜 주어 백열등, 형광등을 대체할 차세대 광원으로 주목 받는 소재입니다. LED TV라 불리는 대부분의 TV는 기존 형광램프 대신 LED를 광원(백라이트)로 사용하는 LCD TV를 의미한답니다.

CES2014에서 선보인 LED 광고판

CES2014에서 선보인 LED 광고판 ⓒLG전자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형광성 유기화합물에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현상을 이용하여 스스로 빛을 내는데요. 낮은 전압에서도 구동이 가능하고 얇은 형태로도 만들 수 있어 최신 스마트기기를 중심으로 활발히 적용 중입니다. 백라이트 없이도 넓은 시야각과 빠른 응답 속도를 갖춰 LCD보다 화각이 넓고 잔상이 남지 않을 뿐 아니라 높은 화질과 비교적 단순한 제조공정 또한 자랑인데요. 최근에는 UHD(Ultra-HD)까지 기술이 진화해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얇은 모양으로 만들어 원하는 만큼 구부릴 수도 있는 OLED는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조명으로도 폭넓게 활용 중이랍니다!

LED와 OLED의 차이점 ⓒLG전자

LED와 OLED의 차이점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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