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에서 항공유를 만든다고?✈️ 지속가능항공유(e-SAF)가 바꾸는 항공연료의 미래
2026. 08. 11
자동차는 전기차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비행기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장시간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는 만큼, 현재의 배터리 기술만으로 대형 항공기를 운항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항공 분야에서는 e-SAF(Electric Sustainable Aviation Fuel, 전기로 만드는 지속가능항공유)가 새로운 친환경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주로 생산되는 SAF(Sustainable Aviation Fuel)는 폐식용유나 동물성 지방 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만듭니다. 다만 폐식용유와 동물성 지방은 공급량이 한정돼 있고, 식량 자원이나 토지 이용과 경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항공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수록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e-SAF입니다. e-SAF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하는 지속가능항공유입니다. 공장이나 발전소 등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₂)와 그린수소를 결합해 만듭니다. 물과 전기,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원료 제약이 적고 확장성이 높습니다. 또한 배출된 탄소를 다시 연료 생산에 활용하는 탄소순환 구조를 통해 항공산업의 탄소 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SAF와 e-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생산 비용이 높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은 항공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지속가능항공유 사용을 의무화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ReFuelEU Aviation’을 발표하고, 항공운송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EU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에 SAF 혼합 사용 의무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e-SAF의 의무 혼합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2050년에는 최대 35%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유럽 국가는 정부 주도의 장기 구매계약과 경매 제도 도입을 추진하며, 생산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미국은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산업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통해 SAF와 e-SAF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처럼 주요국이 친환경 항공연료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면서 e-SAF는 항공산업의 탄소중립을 실현할 핵심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e-SAF는 어떻게 만들까요? 현재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여러 단계의 화학반응을 거쳐 e-SAF를 생산합니다. 대표적으로 공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₂)를 RWGS(Reverse Water Gas Shift, 역수성가스전이) 반응으로 일산화탄소(CO)로 전환한 뒤, FT(Fischer-Tropsch) 공정*을 거쳐 액체연료를 만드는 CO-FT 공정 기술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 FT 공정: 일산화탄소(CO)가 고온·고압 조건에서 촉매와 반응해 탄화수소를 생성하는 과정
다만 이 방식은 이산화탄소(CO₂)를 먼저 일산화탄소(CO)로 바꾼 뒤 다시 연료로 전환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여러 번 환승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죠. 공정이 복잡해 질수록 에너지 소비와 설비 투자비가 늘어나는 것도 한계입니다.
LG화학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e-SAF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기존 기술이 ‘CO₂ → CO → FT → Cracking → e-SAF’의 여러 단계를 거친다면, LG화학이 개발 중인 기술은 ‘CO₂ → FT → e-SAF’로 이어지는 보다 단순한 직접 전환 공정입니다. 특히 저온에서 CO₂를 직접 전환하는 CO₂-FT 공정을 구현하면 중간 원료인 CO 생산 단계를 생략할 수 있어 공정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기존 기술은 대리석을 하나씩 쌓아 덩어리를 만든 뒤 다시 깎아 조각품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LG화학이 개발 중인 차세대 기술은 대리석을 처음부터 정교하게 쌓아 한 번에 조각품을 완성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더 적은 에너지와 설비로 더 많은 e-SAF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비용은 낮추고 생산 효율은 높일 수 있는 것이죠. 나아가 e-SAF 생산 기술의 경제성을 한 단계 끌어올려 글로벌 친환경 항공연료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LG화학이 개발 중인 e-SAF 기술은 대외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 정부가 추진하는 CCU 메가프로젝트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버려지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항공유로 전환하는 차세대 기술을 실제 산업 규모에서 검증하는 실증 단계에 들어선 것입니다.
중동 지역 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안보와 원료 자립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 기술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해 관련 예산을 확대했습니다. 기술이 성공적으로 구현되면 대기 중으로 배출될 이산화탄소를 연료 생산에 다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미래 에너지원까지 확보할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촉매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촉매는 화학반응이 더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돕는 일종의 ‘길잡이’입니다. e-SAF와 같은 차세대 연료 기술은 촉매 성능뿐 아니라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공정 안정성, 생산 효율까지 함께 확보해야 하는 고난도 분야입니다.
하나의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실험과 검증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작은 성과 하나를 얻기도 하죠.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연구원들의 끈기와 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올 수 있습니다.
LG화학은 2030년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할 e-SAF 시장에 대비해 기술 개발과 실증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공정 개선을 넘어, 이산화탄소를 직접 전환해 항공유를 생산하는 차세대 촉매·공정 기술을 개발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복잡한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촉매의 구조와 성능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연구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산업계·학계·연구기관과의 협력 및 실증 사업을 통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상용화 기반도 조기에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LG화학만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 자부합니다. 탄소중립이 산업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LG화학은 축적된 촉매·공정 기술과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e-SAF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가치 있는 항공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통해 친환경 항공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글: LG화학 박승원 책임(기반기술.그린에너지촉매기술PJT)
현재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