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으로 읽는 화학사] Vol.9 반응속도로 밝힌 촉매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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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으로 읽는 화학사] Vol.9 화학 현상에는 질서와 법칙이 있다! 반응속도로 밝힌 촉매의 원리

        2026. 07. 31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여겨온 현상을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

        • 설탕이 녹는 속도는 무엇에 따라 달라질까요?
        • 잘라 놓은 사과는 왜 갈색으로 변하고, 철은 왜 오랜 시간에 걸쳐 녹슬까요?

        우리 주변의 물질은 저마다 다른 조건과 속도로 변합니다. 너무 익숙해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일정한 규칙이 작용합니다.

        빌헬름 오스트발트(Wilhelm Ostwald)는 바로 그 규칙을 화학의 관점에서 측정하고 설명한 과학자입니다. 1853년 발트해 연안에서 태어난 그는 물질이 어떤 성질을 지니는지, 어떤 조건에서 변화하는지, 반응의 속도는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수치로 정리했습니다.

        화학 반응 속에서 질서와 규칙을 찾아낸 빌헬름 오스트발트. 그는 어떻게 현대 물리화학의 중심에 서게 됐을까요? 그의 여정을 따라가기에 앞서, 먼저 ‘화학’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화학이란 무엇일까요?

         

        화학은 물질의 성질과 구조, 물질이 변화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물질의 변화를 생활에 활용해 왔습니다. 광석에서 금속을 얻고, 식물로 약과 염료를 만들었으며, 불을 이용해 도자기와 유리를 만들었습니다.

        초기에는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제조법과 기술이 중심이었습니다. 이후 중세 연금술사들의 실험을 거치면서 여러 물질을 섞고 가열하거나 증류하는 방법이 발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점차 실험 조건과 결과를 꼼꼼히 기록하고, 물질의 양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시작했습니다.

        17세기와 18세기를 거치며 물질의 성질과 변화를 연구하는 활동은 ‘화학’이라는 독립된 학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같은 실험을 반복해 결과를 확인하고, 물질의 변화를 수치와 법칙으로 설명하려는 연구도 활발해졌습니다.

        그러나 물질이 변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많았습니다. 같은 반응도 진행되는 속도가 달랐고, 어떤 반응은 일정한 상태에서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특정 물질을 넣었을 때 반응이 눈에 띄게 빨라지기도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스트발트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반응이 어디까지 진행되는지,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는지, 어떤 조건이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며 화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화학 반응 속도의 규칙을 찾다

        산이 물에 녹으면 이온으로 해리되며, 이온으로 나뉘는 정도는 산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오스트발트는 산성 용액의 전기전도도를 측정해 이온화 정도를 비교하고, 같은 조건에서 화학 반응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반응속도도 함께 측정했습니다. 두 측정 결과를 비교한 결과, 이온화 정도가 큰 산일수록 반응속도가 빠른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산 촉매 반응에서 이온의 양과 반응속도 사이의 관계를 설명했습니다.

        일부 화학 반응에서는 반응물이 생성물로 바뀌는 동시에, 생성물이 다시 반응물로 돌아가는 현상도 일어납니다. 두 반응의 속도가 같아지면 반응물과 생성물의 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이를 ‘화학평형’이라고 합니다.

        오스트발트는 1875년부터 물속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화학적 친화력을 연구했습니다. 화학적 친화력은 물질끼리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당시의 개념이었습니다. 그는 화학평형 상태에서 반응물과 생성물이 어떤 비율로 남는지 관찰하며 물질의 반응성을 수치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여기에 그는 ‘시간’이라는 개념도 더했습니다. 같은 평형에 도달하는 반응이라도 그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크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발트는 반응이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상태뿐 아니라, 그 상태에 이르는 속도까지 함께 연구했습니다.

        당시 화학자들은 산과 염기의 반응, 산이 다른 물질의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만드는지를 관찰하며 산의 성질을 비교했습니다. 실험 방법이 달라져도 빠르게 작용하는 산은 대체로 계속 빠른 반응을 보였지만, 그 이유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오스트발트는 산이 물에 녹으면 이온으로 나뉘며, 그 비율이 산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그는 산성 용액의 전기전도도를 측정해 이온으로 나뉘는 정도를 비교하고, 같은 산이 특정 화학 반응의 속도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폈습니다.

        그 결과, 오스트발트가 조사한 산 촉매 반응에서는 이온으로 많이 나뉘는 산일수록 반응을 더 빠르게 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산의 촉매 작용이 용액 속 이온의 양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오스트발트는 용액의 농도와 이온화도의 관계를 설명하는 오스트발트 희석 법칙을 제시했습니다. 약한 산이나 약한 염기는 용액을 묽게 할수록 이온으로 해리되는 비율인 이온화도가 증가하며, 이러한 관계는 α²/(1−α) × c = K 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α는 이온화도(해리도), c는 용액의 초기 농도, K는 해리 상수를 의미합니다. 이 법칙은 용액의 농도 변화에 따라 이온화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량적으로 설명합니다.

        오스트발트는 용액의 농도와 이온으로 나뉘는 비율의 관계도 수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약한 산이나 약한 염기처럼 물속에서 일부만 이온으로 나뉘는 물질은 물을 더해 묽게 만들수록 이온화되는 비율이 커졌습니다.

        이 관계는 오늘날 ‘오스트발트 희석 법칙’이라고 불립니다. 화학자들은 이 법칙을 활용해 묽은 용액 속 약한 산과 염기가 얼마나 이온으로 나뉘는지 계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스트발트의 연구는 화학평형과 반응속도를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해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물질이 어디까지 반응하는지와 그 상태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는지를 함께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의 관심은 곧 반응의 속도를 바꾸는 물질인 ‘촉매’로 이어졌습니다.

         

        화학 반응 속도를 바꾸는 물질, 촉매

         

        1835년 스웨덴의 화학자 옌스 야코브 베르셀리우스(Jöns Jacob Berzelius)는 특정 물질이 함께 있을 때 화학 반응이 활발해지는 여러 현상을 묶어 ‘촉매 작용’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명칭은 생겼지만, 촉매가 화학 반응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베르셀리우스는 물질 속에 잠재된 결합 성향을 깨우는 특별한 ‘촉매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스트발트는 촉매 작용을 반응속도의 관점에서 바라봤습니다. 산과 염기가 관여하는 여러 반응의 속도를 꾸준히 측정하고, 촉매의 유무에 따라 반응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습니다. 다양한 반응을 관찰한 결과, 촉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습니다. 촉매는 반응의 속도를 바꾸지만, 반응이 끝난 뒤에도 다시 남아 있었으며, 최종 생성물의 일부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스트발트는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촉매를 정의했습니다.

        촉매: 자신은 최종 생성물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서 화학 반응의 속도를 바꾸는 물질

        그의 촉매 연구는 물질과 물질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했습니다. 화학자들은 생성물의 종류와 양에 더해, 반응에 걸리는 시간과 그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까지 살필 수 있게 됐습니다. 촉매는 이후 화학 반응의 흐름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9회 노벨 화학상 수상자, 빌헬름 오스트발트

        제9회 노벨 화학상 수상자, 빌헬름 오스트발트

        1909년 빌헬름 오스트발트는 촉매 작용과 화학평형, 반응속도의 기본 원리를 연구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시상 연설을 맡은 스웨덴 왕립과학원 원장 한스 힐데브란드(Hans Hildebrand)는 촉매가 화학 반응에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크게 줄일 수 있는지 강조했습니다. 촉매가 없다면 평형에 도달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반응도 알맞은 촉매를 만나면 몇 분, 때로는 그보다 짧은 시간 안에 진행될 수 있다며 오스트발트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시상 연설에서는 오스트발트가 강연과 저술을 통해 현대 화학 이론을 널리 알린 공로도 함께 언급됐습니다. 연구 성과를 학계에 확산하고 후대 연구자들에게 전한 그의 업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었습니다.

         

        색에도 질서가 있을까?

        노벨 화학상 수상 이후 오스트발트는 색채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같은 빨간색도 사람에 따라 선홍색, 주홍색, 진홍색 등 서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산업 생산이 빠르게 늘어난 20세기 초, 같은 색을 반복해서 구현해야 하는 인쇄와 염색, 제품 생산 현장에는 누구나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색채 표준이 필요했습니다.

        1914년 오스트발트는 독일공작연맹의 요청을 받아 색을 일정한 기준으로 구분하는 체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흰색이나 검은색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색을 일정한 간격으로 나눠 24가지 색상으로 배열했습니다. 여기에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정도를 표시해 색의 차이를 구분했습니다. 같은 빨간색이라도 흰색이 더해지면 연한 분홍빛이 되고, 검은색이 더해지면 어두운 적갈색이 되는 관계를 체계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그는 색의 관계를 색상환과 삼각형, 두 개의 원뿔을 맞붙인 입체 모형으로 표현했습니다. 각 색의 위치가 정해지자 사람들은 색의 차이를 눈으로 비교하고, 같은 색을 정확하게 가리킬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체계는 오늘날 ‘오스트발트 색체계’로 불립니다. 화학 반응의 속도와 평형을 수치로 설명했던 오스트발트는 색의 세계에서도 일정한 질서와 규칙을 찾아냈습니다. 그는 생애 마지막까지 색채 연구를 이어갈 만큼 이 분야에 깊은 애정과 열정을 보였습니다.

         

        세상의 질서를 찾아내고자 했던 학자

         

        물리학의 측정 방법은 오스트발트가 화학 반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됐습니다. 그는 물질의 양과 전기전도도, 반응속도처럼 측정할 수 있는 값을 화학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오스트발트는 190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야코뷔스 헨리퀴스 반트호프(Jacobus Henricus van ’t Hoff), 1903년 수상자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ugust Arrhenius)와 학문적으로 교류했습니다.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는 1920년 수상자 발터 네른스트(Walther Hermann Nernst)를 비롯한 젊은 연구자들과 물리화학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연구와 강의를 이어가는 한편 교과서와 실험 지침서를 집필해 물리화학의 개념과 연구 방법을 널리 알렸습니다. 이러한 연구와 교육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라이프치히대학교로 모여들었습니다. 오스트발트가 이끈 물리화학 연구소는 새로운 이론이 오가고 뛰어난 연구자들이 성장하는 세계적인 연구 거점이 됐습니다. 오늘날에도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빌헬름 오스트발트 물리·이론화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은퇴한 뒤 오스트발트의 관심은 자연과 사회 전반으로 넓어졌습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활동을 움직이는 공통 원리로 에너지에 주목했습니다. 모든 변화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제한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그가 제시한 ‘에너지 명령’에 잘 드러납니다. 핵심은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고, 더 가치 있는 형태로 활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오스트발트는 이 원칙을 과학 연구와 생산, 노동, 사회 운영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담아 「에너지 명령」과 「현대 자연철학」 등의 책을 펴내는 등, 노년에는 자연과 사회를 움직이는 원리를 탐구하며 과학철학자로 활동했습니다.

        화학 반응과 색채, 교육과 철학까지 오스트발트의 관심 분야는 매우 넓었습니다. 분야는 달라도 그가 추구한 방향은 한결같았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현상에서 규칙을 찾고, 사람들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촉매가 좌우할 미래 에너지 효율

         

        오스트발트는 촉매 연구를 산업 공정에도 적용했습니다. 그는 1902년 암모니아와 산소를 반응시켜 질산을 만드는 공정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 공정에서는 백금계 촉매를 이용해 암모니아의 산화를 빠르게 진행합니다. 이후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 질산은 비료와 각종 화학제품의 중요한 원료로 쓰입니다. 이 방식은 ‘오스트발트법’으로 불리며 오늘날 산업용 질산 생산의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촉매는 의약품과 플라스틱, 연료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공정에도 활용됩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 정화 장치에서는 촉매가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의 유해 물질이 비교적 덜 해로운 물질로 바뀌도록 돕습니다.

        촉매를 잘 활용하면 반응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원하는 물질이 더 많이 만들어지도록 반응을 조절하고, 원료 낭비와 부산물의 발생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촉매는 친환경 화학 공정을 설계하는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도 촉매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이산화탄소를 연료나 화학 원료로 바꾸는 기술에는 반응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끌 촉매가 필요합니다.

        오스트발트가 연구한 반응속도와 촉매의 원리는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화학 산업의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 반응의 흐름을 이해하려 했던 그의 연구는 현대의 생산 공정과 친환경 에너지 기술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화학 반응의 속도와 평형, 촉매의 원리를 연구한 오스트발트의 관심은 색과 교육, 에너지와 철학으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분야가 달라져도 그의 태도는 한결같았습니다. 복잡한 현상을 자세히 살피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규칙을 찾아 정리했습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많은 분야에 관심을 쏟는 괴짜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생각은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촉매가 움직이는 산업 현장, 색을 구분하는 체계, 물리화학 교육,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 속에서 그의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발견은 너무 익숙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일상의 변화를 오래 바라보고, 그 안의 규칙을 끝까지 좇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닐까요?

         

        ※ 본 콘텐츠에 사용된 이미지의 일부는 AI로 제작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노벨화학상 공식홈페이지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1907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Eduard-Buchner

        -Wuerzburg 대학교 홈페이지 https://www.uni-wuerzburg.de/en/uniarchiv/personalities/eminent-scholars/eduard-buchner/


        노벨상으로 읽는 화학사

        이 시리즈는 세상을 빛낸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중심으로, 화학이 만들어온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그 의미를 오늘의 삶 속에서 함께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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