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이 바꾼 현대사] Vol.3 이온 탄생의 비밀을 밝혀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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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이 바꾼 현대사] Vol.3 이온 탄생의 비밀을 밝혀내다

        2026. 03. 10

        ‘공기’가 달라지면 지구의 온도도 달라질까? 오늘날에는 익숙한 질문이지만, 19세기 말만 해도 대기 성분의 변화가 기후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스웨덴의 과학자 스반테 아우구스트 아레니우스(Svante August Arrhenius)는 1896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가 증가하면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는 훗날 기후 변화 연구의 초기 이론 중 하나로 다시 주목받게 됩니다.

        그러나 아레니우스를 1903년 노벨 화학상으로 이끈 연구는 기후가 아닌, 용액 속에서 전기가 흐르는 원리였습니다. 그 시작은 아주 단순한 질문이었습니다.

         

        용액 속에서 전기는 어떻게 흐르는가?”

         

        흥미롭게도 이 연구는 오늘날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폰 배터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이온 연구의 시작

        반트호프(Jacobus Henricus van ’t Hoff): 1901년 제 1회 노벨화학상 수상자 오스트발트(Wilhelm Friedrich Ostwald): 1909년 제 9회 노벨화학상 수상자

        아레니우스는 1859년 스웨덴 빅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산술 계산에 두각을 보였고, 웁살라에서 수학·물리학·화학을 공부했습니다. 더 활발한 실험 연구를 위해 스톡홀름으로 옮긴 그는 물리학자 에드룬드(E. Edlund)의 연구를 도우며 전기 현상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전해질과 이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순수한 물은 전기가 거의 흐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금·산·염기 같은 물질을 물에 녹이면 *전도도가 달라집니다. 이 현상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는 기준은 아직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실험으로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반트호프(Jacobus van’t Hoff)와 오스트발트(Wilhelm Ostwald) 같은 당대의 과학자들과 교류했으며, 그의 연구를 넓히는 계기가 됩니다. 훗날 이 과학자들 역시 1901년과 19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며 물리화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전도도:  물질이 전류를 얼마나 잘 흐르게 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 단위 부피당 이온이 많을수록, 이온의 이동성이 클수록 높아짐.

         

        전류가 이온을 생성한다?

        기존 이론: 신호등(전류)이 켜졌기 때문에 자동차(이온)가 나타남 아레니우스: 신호등(전류)은 제어만 할 뿐 이미 자동차(이온)는 존재함

        당시 학계에서는 전기분해 연구의 영향으로, 용액 속 이온은 전류가 흐를 때 전극에서 생겨난다는 해석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즉, 전류가 먼저 흐르고 이온은 그 결과로 생긴다는 설명이었죠.

        하지만 아레니우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전해질이 물에 녹아 있는 동안에도 이미 이온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전압을 가해 전도도를 측정해 보면, 같은 용액이라도 무엇을 얼마나 녹였는지에 따라 전도도가 달랐고, 특히 용액을 더 묽게 만들수록 이러한 변화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아레니우스는 이런 결과가 전류의 흐름이 이온을 새로 만들어낸다는 설명보다, 이미 존재하는 이온이 전류를 전달한다는 해석으로 더 잘 설명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온은 언제부터 존재하는 걸까요? 아레니우스는 이 질문의 답을 ‘물에 녹는 순간의 용액 상태’에서 찾았습니다. 바로 여기서 그의 ‘전해질 해리 이론(Electrolytic Dissociation Theory)’이 출발합니다.

         

        반발 속에서 탄생한 전기 해리 이론

         

        이온 발생 시점에 대해 아레니우스가 내놓은 답은 이렇습니다. 전해질은 물에 녹는 순간 이온으로 나뉘고, 그 상태로 용액 속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는 소금(NaCl)도 물에 녹으면 다음과 같이 분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NaCl → Na⁺ + Cl⁻

        이렇게 생긴 양이온(Na⁺)과 음이온(Cl⁻)은 용액 속에서 이동하며 전류를 전달합니다. 즉, 전류가 이온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이온이 이동하면서 전류를 전달한다는 것이 아레니우스가 제시한 전기 해리 이론의 핵심입니다.

        이 원리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역시 같은 원리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Li⁺)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며 전기가 흐르게 됩니다.

        결국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배터리처럼 우리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많은 전자기기는 이온의 이동이라는 동일한 전기화학적 원리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전해질 해리 과정: 고체 상태의 소금(Nacl)이 물에 들어가면, 양이온(Na⁺)과 음이온(Cl⁻)으로 분리되어 용액 전체로 퍼져나갑니다.

        그는 또한 전해질이 물에 녹을 때 이온으로 나뉘는 정도, 즉 해리도가 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같은 전해질이라도 용액이 묽어질수록 해리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았고, 이러한 관찰은 용액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이 이론은 화학의 기본 개념을 정리하는 데도 영향을 남겼습니다. 아레니우스는 산과 염기를 각각 물에서 H⁺(수소 이온), OH⁻(수산화 이온)을 만들어 내는 물질로 설명했고, 이 정의는 지금도 ‘아레니우스 산·염기’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1889년 온도에 따라 반응 속도의 변화를 설명하는 식, ‘아레니우스 방정식’도 제시했습니다. 이 식은 오늘날 재료 개발, 반도체 공정, 촉매 연구, 화학 반응 설계 등 반응 속도를 다루는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레니우스는 전기 해리 이론을 박사 논문으로 제출했지만 처음부터 환영받지는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용액 속 이온을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기존의 설명과도 거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논문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학계에서의 전망도 밝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논문을 해외 연구자들에게 보내 의견을 구했고, 오스트발트와 반트호프는 그의 아이디어에 주목했습니다. 이후 물리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성장하면서 그의 이론도 점차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제3회 노벨화학상 수상자, 스반테 아레니우스

        아레니우스는 1903년, 전해질 해리 이론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연구는 용액 속 전기 현상을 설명하는 새로운 기준을 세웠고, 화학 반응과 전기 현상을 하나의 체계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이후 오스트발트, 네른스트를 비롯한 연구자들에게 이어지며 전기화학과 물리화학 연구를 정리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 번의 설명으로 끝난 이론이 아니라, 이후 연구의 출발점이 된 발견이었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에게 축복이다?

        CO₂와 지구온난화 CO₂ 2배 증가 시   아레니우스 → 약 5~6°C, 세계기상기구(IPCC) 제6차 평가보고서 → 약 2.5~4°C 아레니우스의 계산값은 현재 과학 기준보다 약간 높지만, 기본 메커니즘 자체는 매우 정확하다. 온실가스의 과도한 증가→지구 바깥으로 반출되는 태양복사 에너지 감소→더 많은 태양복사에너지 지구 대기권에서 흡수→*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대기 온도 증가 *온실가스: 지구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복사를 흡수해 열을 대기에 머물게 하는 기체로, 그중 이산화탄소(CO₂)가 대표적이다.

        아레니우스의 관심은 용액과 전기 현상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화학과 물리학 원리를 바탕으로 대기와 기후도 설명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1896년 아레니우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두 배로 증가할 경우 지구 평균기온이 약 5~6℃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하며, 온실효과를 정량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당시에는 대기 성분의 변화가 지구 전체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점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에, 그의 연구는 매우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오늘날 세계기상기구(*IPCC)는 CO₂ 농도 증가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약 2.5~4℃로 제시하고 있어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온실가스가 지구의 열을 가두고 기온 변화를 일으킨다는 기본 메커니즘을 일찍이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레니우스의 연구는 큰 의의를 지닙니다.

        그는 이런 변화가 북유럽처럼 추운 지역에는 더 온화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오늘날의 기후 위기 인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대기 조성과 기후의 관계를 계산 가능한 문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e-Mobility
        시대의 기반을 만들다

        아레니우스의 발견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같은 이차전지기술은 전해질 속 이온의 이동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고 다시 꺼내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온이 전극 사이를 이동하며 화학 에너지와 전기 에너지 사이의 변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비롯해, 전고체 배터리, 차세대 배터리 소재, 전기차 에너지 시스템 모두 이온 이동이라는 전기화학 원리 위에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결국 이온이 이동하는 경로와 반응 환경을 어떻게 설계하고 제어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 전해질, 전극 소재, 분리막 등 다양한 소재 기술이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이온의 움직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빠르게 제어할 수 있는지는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합니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충전 속도를 개선하며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역시 이온 이동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레니우스의 연구는 이후 전기화학과 재료과학의 발전을 이끌었고, 전기차와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과학적 발견이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산업과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학계의 반발 속에서도 연구를 이어간 아레니우스의 시도는 한 시대의 성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후 연구자들에게는 새로운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고, 오늘의 사회에는 다양한 기술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레니우스의 태도는 학계의 정설을 의심하고 직접 데이터를 통해 답을 찾으려는 과학자의 정신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정신은 오늘의 과학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레니우스는 노벨상 연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자유로운 연구를 위하여 잔을 들고 싶습니다.”

         

        ※ 본 콘텐츠에 사용된 이미지는 AI로 제작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노벨화학상 공식홈페이지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1903/summary/

        -Science History Institute https://www.sciencehistory.org/education/scientific-biographies/svante-august-arrhenius/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Svante-Arrhenius#ref259847

        -Chemistry Europe https://chemistry-europe.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elsa.202400020

         


         

        화학이 바꾼 현대사

        이 시리즈는 세상을 빛낸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중심으로, 화학이 만들어온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그 의미를 오늘의 삶 속에서 함께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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