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셋톱박스에서 시작된 변화, KT와 LG화학의 친환경 순환 도전
2025. 08. 18
쓰임을 다한 셋톱박스는 대부분 소각됩니다. 셋톱박스 안에 담긴 전자부품과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 못한 채 온실가스와 미세 플라스틱 발생의 또 다른 원인이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KT와 LG화학은 수명이 다한 셋톱박스를 수거해 다시 셋톱박스로 재탄생시키는 순환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단순히 재활용 원료를 적용한 수준을 넘어 수거부터 선별, 세척, 가공, 재생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폐쇄 루프(Closed-loop)로 설계한 폐쇄형 생산 체계를 통신 단말기에 처음 적용한 사례입니다.
오늘은 KT와 LG화학 실무자들과 만나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변화의 과정을 전해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KT 김재남 상무 : KT 구매실 소싱2 담당을 맡은 김재남입니다. 단말, IT, 소프트웨어 관련 소싱 전략과 구매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역할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시도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KT 이원균 차장 : KT 구매실 소싱2 담당 단말·IT구매팀의 이원균입니다. 전사 단말 SCM 협의체를 운영하며 단말과 IT 구매, 계약, 그리고 친환경 리사이클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LG화학 김용태 담당 :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에서 Global 마케팅 전략을 맡은 김용태입니다. 제품 포트폴리오 및 가격·프로모션 전략 수립과 함께 지속가능성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LG화학 이종익 선임 :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 고객개발팀 이종익입니다.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고객과 함께 지속가능한 제품 관련 협업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Q. ‘친환경 임대 단말 생산 체계’ 구축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KT 김재남 상무 : KT는 2022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ESG 관점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폐단말기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은 전부 소각되었고 이를 순환 자원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폐단말기 플라스틱으로 새로운 단말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LG화학 김용태 담당 : LG화학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 성장을 실현하고 2050년에는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친환경 소재 브랜드 ‘LETZero’를 운영하며 고객의 탄소 배출 감축을 돕고 있습니다. KT의 협업 제안을 받았을 때 저희의 재활용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폐단말기 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Q. 많은 협력사 중 LG화학과 함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KT 김재남 상무 : ESG 실천 방안을 고민하던 시점에 이 프로젝트를 함께할 파트너가 필요했습니다. 내부적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이 구조를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곳은 LG화학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또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도 LG화학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KT 이원균 차장 : LG화학은 기존에도 KT 임대 단말기에 사용되는 일반 소재를 꾸준히 공급해 온 파트너였습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친환경 프로젝트도 함께 하자고 먼저 제안드렸고 국내외에서 친환경 소재 분야의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LG화학이 흔쾌히 응해 주셔서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Q. 폐단말기를 재활용해 셋톱박스를 만드는 폐쇄 루트(Closed-loop) 생산 체계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KT 이원균 차장 : 과거에는 회수한 임대 단말기를 폐기물 업체를 통해 모두 소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LG화학과 협력사들이 새로운 순환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폐기물 업체와 협의해 플라스틱을 분리한 후 세척하고 분쇄해 LG화학으로 보내면 이를 가공해 다시 단말기 케이스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LG화학 이종익 선임 : 수거된 단말기 커버는 저희가 지정한 리사이클링 파트너가 라벨과 이물질을 제거한 뒤 분쇄해 펠릿 형태로 만듭니다. 이 펠릿을 LG화학 공장으로 옮겨 독자적인 기술로 물성 및 난연 성능을 보완한 컴파운드 소재로 가공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소재는 다시 단말기 제조 협력사에 공급됩니다.
Q. 초기 생산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KT 이원균 차장 : 수거된 단말기를 LG화학으로 보내는 구조가 처음이다 보니 폐기물 업체들과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업체에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하고 LG화학과 협의하며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적용 초기에는 저희 디자인 품질 기준을 만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LG화학이 지속적으로 개선해 주셨고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치며 품질을 안정화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기존 제품과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LG화학 이종익 선임 : 수거된 플라스틱은 기존 PCR 원료보다 불순물이 많고 상태도 균일하지 않아 소재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는 게 가장 어려웠고 적절한 함량과 특성을 맞추기 위해 개발팀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KT와 함께 공급망 현장을 직접 점검하며 공정 하나하나의 품질을 확인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Q. LETZero 보증 마크는 어떤 의미에서 활용되었나요?
KT 김재남 상무 : LETZero 보증 마크는 고객이 단말기를 보는 순간 ‘이건 친환경 제품이구나’라고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든 표시입니다. 지니TV 셋톱박스에는 LETZero 마크와 함께 ‘E-순환우수제품’ 인증 마크도 함께 부착되어 있습니다. 고객이 정확한 의미를 모르더라도 ‘좋은 제품 같다’, ‘친환경 제품 같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두 마크가 함께 있으면 외관상으로도 프리미엄 제품처럼 보여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Q. 친환경 인증 단말기에 대해 실제 고객이나 내부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나요?
KT 김재남 상무 : 고객이 “정말 잘하셨어요”라고 직접 말하진 않더라도 친환경 마크가 주는 인식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스티커 하나를 붙이는 것도 결코 쉽진 않지만 그 의미는 큽니다. 당장은 고객이 알아보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와 ESG 이미지를 높이는 데 자산이 될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널리 알리고 확산된다면 고객들도 먼저 알아보고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KT 이원균 차장 : 내부 반응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사업 부서나 ESG 추진실에서 먼저 “스티커를 더 붙이자”라는 제안으로 LETZero 마크와 인증 마크를 단말기에 부착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인 반응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Q. 향후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확장할 계획인가요?
KT 김재남 상무 : 이번에는 셋톱박스 한 기종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AP, 모뎀 등 다른 단말기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협력사들도 ESG 역량을 갖추게 되었고 앞으로는 보다 원활하게 확장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특히 협력사 중에는 해외 시장에 진출한 곳도 있어 이번 경험이 글로벌 ESG 기준을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KT는 앞으로 친환경 단말기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LG화학 김용태 담당 : KT와의 협업으로 셋톱박스 외에도 5G, 데이터센터, 로봇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친환경 소재 설루션을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통신 외 다른 분야에서도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KT 김재남 상무 : KT 구매실은 전사 사업 부서들과 연결되는 역할을 합니다. LG화학이 보유한 우수한 설루션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논의하고 확장해 나가겠습니다. 저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KT 김재남 상무 : 지난해 지니TV 셋톱박스 A 모델이 국내 최초로 ‘E-순환우수제품’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인증을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할 기준과 제출 자료가 매우 까다로웠는데 이 과정에서 LG화학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LG화학 김용태 담당 :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로 통신 단말기에 Closed-loop 구조를 적용한 실험적 시도였습니다. 초기에는 하나의 모델로 약 2년간 생산 체계를 점검했고 자원 수거부터 품질 안정화까지 많은 과제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KT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협력해 주셔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잘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폐단말기 플라스틱이 다시 셋톱박스로 되살아난 이번 프로젝트는 KT와 LG화학 그리고 참여한 모든 협력사의 역량과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앞으로 LG화학은 이러한 순환 구조를 더욱 확장해 나갈 예정이며 KT 역시 ESG를 향한 여정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한 담당자들의 진솔한 이야기처럼 작은 변화가 모이면 일상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 변화는 제품 하나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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