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그리고 50일 동안 쌓은 이야기-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ABS.여수.혁신P 김명규 전문실장 : 당신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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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 그리고 50일 동안 쌓은 이야기-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ABS.여수.혁신P 김명규 전문실장 : 당신의 내일을 응원합니다

        2020. 05. 25

        첫 직장에 입사해 줄곧 한 곳에서 일한 이들, 곧 정년퇴임을 앞둔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지만, 한 곳에서 오롯이 일한 이들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조금 다를 것입니다.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시간을 쌓은 이야기. 돌담이 쌓이기 전, 하나씩 돌을 쌓던 이야기. LG화학에도 이런 이야기를 가진 이가 있습니다.

        24살에 LG화학 여수공장에 입사해 2020년 12월 정년퇴임을 앞둔 석유화학사업본부 ABS.여수.혁신P의 김명규 전문실장님입니다. ‘정말 좋은 회사다’라며 인터뷰 중간중간 LG화학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냈던 김명규 전문실장님. 그의 말속에서 우리가 말하는 회사란 어때야 하는지, 일은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할지, 우리 인생의 중요한 건 무엇인지를 언뜻 보았습니다.

        1985년 11월 12일 입사, 35년 그리고 50일의 시간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걷다 보면 하루 동안 평균 1만 보를 훌쩍 넘긴다는 김명규 전문실장

        1985년의 LG화학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이 질문을 들으면 우리는 검색을 하거나 멀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김명규 전문실장님은 그저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뜹니다. 그의 기억에는 1985년의 LG화학이 존재합니다. 그는 1985년 11월 12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1985년 11월 12일에 입사를 했지요. 그때는 LG화학이라는 이름이 아니었어요.”

        거기까지 말한 김명규 전문실장님은 잠깐 말을 멈췄습니다. 아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1985년으로 돌아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5년 전 일일 텐데, 입사했을 때 기억이 나나요?

        그럼요,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 LG화학은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 화치단지, 용성단지, 적량단지로 나뉘어 있는데요. 그 당시에는 화치단지뿐이지요. 정문을 들어서면 지금은 다 공장이지만 그때 식당 건너편, 수지 창고 쪽은 허허벌판이었어요. 그때는 회사 이름도 LG화학이 아니고 럭키였지요. 1995년에 LG화학으로 이름을 바꿨지요. 1985년 11월 제 마음속에 품은 꿈을 이루고자 학비를 벌기 위해 2년만 일하자며 입사했는데, 이렇게 머무르게 되었네요. 입사하고 처음 맡은 일은 제품개발, 제품개선, 원부원료대체 등을 실험/지원하는 역할이었어요. 이후로는 공정품질관리, 생산기술연구지원,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 등 다양한 업무도 했어요. 지금은 HR 업무를 하고 있지요. 공장 기준으로 본다면 관리 영역 말곤 거의 모든 일을 해 본 셈이지요.

         

        대학교 학비만 벌려고 입사했는데, 쭉 근무하게 된 데에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1985년에 입사해서 1999년까지는 사실 많은 일을 배웠다고 할 수 있어요. 입사했을 때 지금은 퇴임하신 박진수 부회장님이 제 과장님이셨습니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에서 LG화학의 미래와 비전을 봤습니다. 사실 1980년대에 럭키는 지금 LG화학 같은 위상이 아니었어요. LG화학 근무복을 입고 가게에 가면 외상을 주지 않았어요. 다른 회사는 외상을 줬거든요(웃음).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했지요. 그때 박진수 부회장님은 언젠가 우리가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서 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지요. 정말이지 그분은 회사의 미래에 대해, 성장성에 대해 깨어 있었어요. 많이 앞서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비전이 저를 눌러앉게 한 것 같습니다. 그 시기를 지나고서, 지금은 현역에 있지 않으시지만 그 당시 PS(Poly Styrene)기술과장이었던 임재운 팀장님이 제게 담당이란 역할을 주셨어요. 담당은 그때 특정 업무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지는 리더 역할인데요. 그때 고등학교 졸업한 직원에게 담당을 주는 일은 정말 파격이었어요. 제가 일하는 걸 보고 그 역할을 맡겨주신 겁니다. 그분들 덕분에,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모든 순간이 다 특별했고 함께 일했던 모든 이들이 다 제게 특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많은 일을 하셨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은 어떤 순간인가요?

        담당을 맡아서 진행했던 난연 HIPS(High Impact Polystyrene) 담당을 맡아서 진행했던 업무가 기억납니다. 지금은 없어진 제품인데, 그 당시 TV, PC 모니터 Back Cover 등의 외장재에 사용했지요. 제품을 개발하거나 개선하면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지난 시간을 되짚어보면 겁 없이 덤볐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순간이 다 특별했고 함께 일했던 모든 이들이 다 제게 특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하며 지금에 집중한다

        업무를 살펴보는 모습

        35년 동안 LG화학에서 일하면서 마음속에 남는 일은 없을까요. 회사가 아니라 35년 동안 뚜벅뚜벅 걸어온 인생 속에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을까요. 몇 발걸음 앞서서 걸어간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쩌면 나침반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 질문에 대해 김명규 전문실장님은 그 전보다 오래 생각에 잠겼습니다.

        “미국 시인 프로스트의 <기지 않은 길>이란 시, 아세요?”

        그 말에 시구를 되짚어보았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때때로 가지 않았던 길이 생각나긴 합니다. 때때로 2년 일하고 나서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교에 갔다면 어땠을까? 내 미래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하긴 하지요.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정작 그 길을 갔다면 지금 이 길이 어땠을까를 생각했겠지요.”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씀인가요?

        후회라기보다는 아쉬움, 아니 궁금증에 가깝습니다. 그쪽으로 갔다면 어떤 길이 펼쳐졌을까. 어떤 오솔길과 시냇물을 만났을까. 어떤 색깔의 나뭇잎을 보게 되었을까. 그런 궁금증이지요. 궁금증은 궁금증대로 두고 지금, 현재에 집중해야지요. 제 인생에서 아쉬움을 꼽는다면 제일 먼저 가족이 떠오릅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족에게 소흘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잘 커 주었어요. 저의 오늘은 사실 제 아내가 만들어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후회하는 부분은 가족들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충분히 쏟지 못했던 점이에요.

        입사 후 일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 입사 20주년에 회사에서 부부동반 여행을 보내주었다. 존경하는 아내와 함께 호주 시드니에서 찍은 사진.

        가족들은 정년퇴임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아이들은 농담처럼 제게 어떻게 한 직장에서 30년 넘게 일을 할 수 있느냐고 합니다(웃음). 그리고 고생 많이 했다고. 우리가 지금까지 이렇게 살고,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건 아빠, 엄마 덕분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말해주는 아이들 셋이 있어서 제 삶이 자랑스럽습니다. 여담이지만 LG화학에서 아이들 학자금을 지원해줍니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겠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LG화학에서 일하고 있어 행복합니다. 열정을 보이면 그에 답해주고,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이란 경영 이념 덕분에 마음의 집에서 일하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건 순리대로

        매일매일 현장을 둘러보며 일하는 데에 기쁨을 느낀다는 김명규 전문실장

        2020년 12월 퇴임일. 김명규 전문실장님은 그 날짜를 세어보고 또 세어봤다고 했습니다. 정년퇴임이라는 게 실감이 나느냐는 물음에 길고 가벼운 웃음이 이어졌습니다. 웃음 끝에 묻어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조용했습니다.

        “정말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오늘 최선을 다해 일한 것처럼 내일도, 모레도 최선을 다해 일할 뿐입니다. 어제 일한 것처럼요. 그러면 사람들이 정년퇴임할 사람이 뭘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농담을 하지요.”

        그러면서 그는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꺼냅니다.

         

        정년퇴임을 앞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다시 말하지만, 정말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웃음). 지금도 충분히 일할 수 있고, 후배들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되거든요. 하지만 젊은 세대를 생각하면 부담감도 듭니다. 저희가 젊을 때는 일자리가 넘쳐났거든요. 요즘 젊은 세대는 너무 힘들겠다, 정말 고생이 많겠다 싶어요. 저 같은 우리 세대가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뺏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일할 수 있는데, 아직 젊은데 아쉽다는 마음은 접어두려고 합니다. 주어진 대로 순리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살아보니 제 개인의 삶을 위하는 것보다 공동체를 생각하고, 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도요. 그게 결국 개인의 삶을 위하는 길이 되더라고요.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곳이 LG화학이고, 우리 사회이니까요. 모든 건 자연의 순리대로, 순리를 따라야 하겠지요.

        1988년 부모님을 모시고 청주공장 견학을 갔을 때 찍은 사진. 1997년 멕시코 출장 때 찍은 사진.

        정년퇴임 이후 무얼 할지 계획도 있나요?

        정년퇴임 이후 무얼 할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일단은 1년 정도는 쉬면서 오래 생각하고 고민하려고 합니다. 책도 읽고 여행도 하면서 바깥 세상을 받아들여 보려고요. 뒤를 돌아보거나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고 고민하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요?(웃음) 욕심이 화를 부릅니다. 그래서 순리를 따르며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삶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김명규 전문실장님은 인터뷰 요청을 받고 오래 망설였다고 했습니다. 막상 응하겠다고 하고서도 전날이 되자 긴장이 되어 잠이 통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못 한다고 할까, 하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용기 내어 인터뷰 자리에 성큼 나선 건 LG화학 임직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할 때도 생활할 때도 사람 사이에는 관계가 중요합니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내가 조금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절대 손해를 보지 않더라고요(웃음). 다른 세대, 다른 이들이 모여 있지만 서로서로 좋은 점만 모으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LG화학이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내리라 믿어요. 후배들이 잘 이끌어 주리라 믿습니다.”

        김명규 전문실장님은 남은 짐을 두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사람처럼, 남은 구성원들을 걱정하고 생각했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회사와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말들, 순리에 따라 살고 싶다는 소박한 이야기, 함께 일한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온기가 이야기 나누는 공간에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LG화학이 더 빛날 수 있었습니다. LG화학은 언제나 당신의 내일을 응원하겠습니다.

        김명규 전문실장님, 함께 35년 그리고 50일을 걸어와 주어 감사합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LG화학이 더 빛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른 길을 가게 되겠지만, LG화학은 언제나 당신의 내일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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