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일찍이 황진이가 노래했듯 1년 중 가장 긴 밤을 자랑하는 동지가 내일입니다. 예부터 동짓날이면 생각나는 음식, 바로 팥죽이죠. 따끈한 팥죽 한 그릇이면 긴 밤의 추위도 모두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동지에 전복도, 호박도 아닌 팥으로 쑨 죽을 먹을까요? 붉고 단단한 팥으로 죽 말고 또 무얼 해 먹을 수 있을까요? 동지 하루 전, 문득 궁금해진 팥 이야기를 블로그지기가 파헤쳐봤습니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풍습은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그 기원은 중국이라고 하는데요. ‘공공씨’의 자식이 동짓날 죽어 전염병을 옮기는 ‘역귀’가 되었고, 이 귀신을 멀리 쫓기 위해 생전에 그가 싫어했던 붉은 팥으로 죽을 쑤는 게 풍습으로 정착했다고 해요. 고려시대에도 동짓날 팥죽을 먹는 내용의 시가 있었다고 하니, 그 역사가 정말 오래됐죠?
팥은 특유의 검붉은 색깔 때문에 귀신을 쫓고 재앙을 면할 수 있는 신성한 곡물로 칭송 받았습니다. 덕분에 동짓날뿐 아니라 이사를 했을 때도 대문, 장독대 등 집 안팎에 팥죽을 쑤어 뿌렸다고 해요. 돌림병이 돌면 길에 뿌리기도 했고요.
콩보다 작고 단단한 팥은 조리법이 쉽지 않습니다. 잘 익히지 않으면 거친 식감으로 인해 맛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맛있게 팥죽 끓이는 법, 알아 볼까요?
일단 팥은 깨끗하게 씻어 물을 넉넉히 넣고 끓입니다. 처음 끓어오른 물은 사포닌 성분으로 쓴 맛이 나니 모두 따라 버리고요. 다시 팥의 5배쯤 되는 물을 넣어 푹 익을 때까지 오래 삶아줍니다. 팥이 익으면 물을 부어가며 주걱으로 비비며 체에 걸러 내린 다음 껍질을 제거해주세요.
‘팥죽’ 하면 쫄깃한 새알심도 빼놓을 수 없죠? 찹쌀가루에 소금을 약간 섞고 따뜻한 물을 부으며 익반죽을 한 뒤 동그랗게 빚어줍니다. 자, 이제 체에 거른 팥물에 불린 쌀을 넣고 쌀이 퍼질 때까지 끓여주세요. 중간에 주걱으로 한 번씩 저어주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마지막에 새알심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면 끝! 죽이 삭지 않도록 주걱은 나무로 된 것을 쓰고, 설탕은 그릇에 옮겨 담은 뒤 기호에 따라 첨가하세요!
팥은 이뇨작용이 뛰어나 부기가 심한 분들이 먹기 좋은 식재료입니다. 얼마 전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이하늬 씨도 부기를 방지하기 위해 팥물을 자주 마신다고 밝혀 화제가 됐죠. V 라인 미인을 만들어주는 팥, 죽 말고 또 무얼 해먹으면 좋을까요?
1. 압력밥솥에 팥을 푹 삶은 뒤 나무 국자로 대강 으깬다.
2. 삶은 팥에 물을 적당히 붓고 팔팔 끓인다.
3. 칼국수 면을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하여 솥에 넣는다.
4. 면이 익기 전 소금으로 간을 한다.
TIP. 팥죽이 뜨거우니 충분히 식혀 드세요!
1. 냄비에 물을 끓이며 한천가루를 넣고 잘 섞어 준다.
2. 한천가루가 다 녹으면 설탕을 넣고 섞어준 뒤 소금을 조금 넣는다.
3. 물이 끓으면 잘 삶아 으깬 팥을 넣고 10분간 잘 섞은 뒤 불을 끈다.
4. 모양 있는 그릇이나 틀 안쪽에 물을 발라주고 팥물을 부어 실온에서 굳힌다.
TIP.직접 삶은 팥 대신 빙수용 단팥을 넣으면 편해요!
팥죽 먹으며 동지 기분을 내고 싶은데 요리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요? 걱정 마세요! 호빵과 우유만 있으면 당신도 팥죽 요리사! 단팥 호빵에 십자 모양 칼집을 내어 그릇에 넣고 우유를 적당량 부어주세요. 그리고 전자레인지에서 2분 30초간 데우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호빵 팥죽 완성! 견과류를 얹어 먹으면 고소한 맛까지 더할 수 있답니다. 먹다 남겨둔 냉동실 시루떡도 물을 붓고 팔팔 끓이면 간단하게 팥죽 맛을 볼 수 있답니다! 오늘 도전해보세요!
좋은 정보네요~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