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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이야기

[화학개론] 배터리,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

2016년 9월 28일

LG케미토피아 화학개론: 선우준/전지 컨설턴트, TOP21대표,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5년간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우수 기업에서 차세대 전지 개발 전문가로 활약했다. 2차전지의 역사와 미래 전략을 아우른 그의 저서 <2차전지 Road to the TOP>은 2016년도 세종도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지난 두 차례의 글을 통해 전지의 원리와 다양한 형태, 물적 안정성과 적용 분야에 대해 알아보았다. 마지막 글에서는 2차 전지 산업의 미래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통찰력은 과거의 흐름 파악에서부터 올 수 있는 법, 현재의 전지 산업이 올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전지 산업의 미래를 살펴보겠다.

직류 시대

전류전쟁의 두 주역, 에디슨(좌측)과 테슬라(우측)

전류전쟁의 두 주역, 에디슨(좌측)과 테슬라(우측)ⓒwikipedia.org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교류 전류는 19세기 미국에서 있었던 “전류전쟁”의 결과다. ‘전류전쟁’은 직류의 우수성을 주장했던 미국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과 교류의 우수성을 주장했던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 간의 경쟁을 말한다. 테슬라는 동유럽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 와 에디슨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했는데, 에디슨이 약속했던 보너스를 주지 않자 연구소를 나와 독립했다.

당시 테슬라가 주장한 교류는 전압을 자유롭게 변경시킬 수 있으므로 대형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먼 곳까지 보낼 수 있었지만 고전압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면이 있었다. 반면 에디슨은 직류 전기를 생산한 후 일정 구역에만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직류 전기의 사용을 주장하였다. 발전소를 많이 세워야 하지만 전압이 높지 않아 안전했기 때문이다.

교류 방식을 주장한 테슬라의 발전기 원형 모델

교류 방식을 주장한 테슬라의 발전기 원형 모델ⓒwikimedia.org

두 사람의 경쟁은 거대 기업과 손잡으며 더욱 확대되었다. 에디슨은 금융업자인 J.P.Morgan의 재정적인 도움을 받아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설립했다. 이에 대응하여 웨스팅 하우스(Westinghouse)는 교류 기술을 주장한 테슬라를 지원하는 등 양측은 기술은 물론 재정적으로도 대등한 경쟁을 펼쳤는데, 승부는 경제성에서 갈렸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교류 방식의 전기 생산 방식이 직류 방식보다 더 경제적이었던 것이다. 에디슨의 패배로 오늘날까지 100년 이상 ‘교류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직류 기술이 미래 전기 생산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친환경 전기 발전이 부각되고 전기 그리드 기술과 2차 전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직류 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에디슨이 주장하는 직류 발전 방식에 태양광 발전을 도입하고, ESS(energy storage system) 등을 추가하면 우리가 지향하는 친환경 발전 방식이 된다. 발명왕 에디슨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 엘런 머스크가 설립한 전기 자동차회사인 ‘Tesla Motors’는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한국의 전지 산업

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는 ‘누가 먼저 인간을 달에 보낼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는데 이 과정에서 반도체가 개발됐다. 반도체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고장이 적어 전자기기의 소형화를 앞당겼고, 캠코더, 휴대전화, 노트북과 같은 휴대용 전자기기 개발의 도화선이 됐다. 반도체와 더불어 휴대용 전자기기의 소형화에 중요한 부품이 있었는데, 바로 2차전지였다.

1회 충전 후 작동 시간과 수명이 짧고 무겁기까지 한 납축전지와 니카드전지로는 휴대용 전자기기가 제대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휴대용 전자기기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고성능 2차 전지가 필요했고, 1980년대 들어 전세계적으로 고성능 전지 개발 붐이 일어났다. 유럽, 북미, 일본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는데 이 시기가 전지 개발의 황금기로 불린다.

스마트폰 배터리를 케이블로 충전하는 모습

전지 개발 경쟁은 1990년 일본의 도시바 전지와 Panasonic이 니카드전지를 개선한 니켈 수소 전지를 개발하고, 1991년 Sony가 기존 전지보다 전압이 3배나 높고 수명이 길어서 휴대용 전자기기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지인 리튬 이온 전지를 개발하면서 일본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다. 1899년 스웨덴에서 니카드전지가 발명된 지 92년 만에 현대 전지가 개발된 것이다. 이어 1990년대 일본이 전기자동차용 전지와 ESS 전지를 개발하는 국책 과제인 ‘New Sunshine project’를 추진하는 등 2차전지의 중심이 유럽과 북미에서 일본으로 바뀌면서 일본이 세계 전지 산업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렇게 일본이 유럽, 북미의 전지 강호들을 물리치고 비상하고 있을 때 바다 건너 한국의 전지 기술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당시 한국의 경우 전지가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묶여 있어서 대기업은 사업은 물론이고 개발조차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로케트 전기와 서통에서 건전지를 만들고 세방전지에서 납축전지를 만드는 것이 전부였다. 연구 활동은 창원의 전기 연구소와 대덕의 표준 연구소, 화학 연구소에서 소규모로 전지 관련 연구를 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한국은 전지의 암흑기였고 후진국이었다. 전지 산업이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묶여 있는 동안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Sanyo에서 개발한 리튬 1차 전지도 만들 수 없었고, 심지어 1899년에 개발된 2차 전지인 니카드전지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형형색색의 건전지를 포함하여, 여러가지 배터리들의 모습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1991년 전지 사업의 기초가 없는 Sony가 리튬 이온 전지를 개발해 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자 한국의 40대 기업 중 전지와 연관성이 있는 10여 개 업체들이 전지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러 업체에서 활발하게 전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던 1998년, IMF 금융위기가 닥쳤고 대부분의 업체들은 전지 개발을 포기했다. 하지만 LG화학을 비롯한 몇몇 국내 기업들은 2차전지 개발과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결단으로 LG화학은 1999년 10월, 일본의 7개 업체에 이어 국내에서는 최초로 2차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10년 동안 2차전지 시장을 독주해온 일본 기업들을 한국의 거대 기업인 LG화학 등이 막은 것이다.

전기 자동차 시장

독일의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에 대해 많은 애착을 갖고 있으며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할 때 독일 업체는 디젤 자동차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렇게 보수적이고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고수하려고 했던 독일 업체가 온실가스 감축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되며 리튬이온 전지에 눈을 돌리게 된다.

volkswagen_logo_2012

폭스바겐 로고ⓒwikipedia.org

 

 

폭스바겐 그룹의 뮬러 회장은 2016년 “TOGETHER – Strategy 2025″를 발표했다. 2025년까지 30종의 전기 자동차를 출시하여 200만대~300만대의 전기 자동차를 판매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전지 기술을 그룹 내 새로운 역량으로 키우겠다는 변신 선언을 한 것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봉자인 독일의 폭스바겐이 전기 자동차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독일이 새롭게 성장하는 친환경 자동차 발전에 동참하면서 자동차 시장도 본격적인 배터리 전성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2006년 Toyota는 세계 최초로 전기 자동차용 리튬 이온 전지 공장을 건설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는 전기 자동차 시장 활성화의 신호탄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전세계가 Toyota를 주시했다. 그러나 Toyota는 돌연 리튬 이온 전지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고 세계 전기 자동차 시장은 급속히 냉각됐다.

2008년형 GM Volt

2008년형 GM Voltⓒwikipedia.org

이런 분위기를 급전시켜 전기 자동차 시장을 활성화시킨 역사적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2007년 GM이 LG화학과 공동으로 PHEV(Plug-in HEV)인 GM 볼트 개발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전기 자동차 시장은 극적으로 부활하기 시작했고, 그 동안 방관적인 태도를 보였던 독일 업체까지 움직이는 계기가 됐다.

현재 전기차는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기존 자동차 산업 기반이 취약한데다 환경 오염 문제까지 더해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전기 자동차를 기존 자동차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정책적으로 전기 자동차 시장을 키우고 있다. 전기 자동차에 다수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전기 자동차 시장을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미국은 가정마다 평균 2대 이상의 차를 가지고 있는데. Secondary car 개념으로 여러 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집이 많다. 동부를 제외하고 넓은 대지에 집집마다 개별 차고를 갖고 있는 미국에서 전기 자동차가 Secondary car로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Tesla Motors가 보급형 전기차에 주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기 자동차 시장은 2025년까지 지속적으로 기술이 발전하여 2025년 이후가 되면 정부 보조금 없이 기존 자동차와 경쟁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또한, 전기 자동차가 무인 자동차 기술과 결합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 산업이 당면한 과제

오산에 위치한 LG화학 리더십센터 內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LG Chem-charging Station)

오산에 위치한 LG화학 리더십센터 內 전기차 충전소

2차 전지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지만, 아직도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우선 전지 산업 전반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이다.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의 용량 문제로 인해 장거리의 주행은 쉽지 않다. 향후 전기차 충전소가 보급되더라도,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기존의 자동차를 현재 수준의 전기자동차가 대체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전지 산업을 영위하는 국가간의 경쟁 측면에서도 국내 업체는 큰 과제에 직면해있다. 과거 일본 업체의 기술력을 한국 기업들이 압도했듯이, 이제 중국 업체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맹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엄청난 기술력의 우위가 있지 않는 이상, 물량공세를 바탕으로 한 중국 후발업체에 오히려 한국 기업이 역전 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LG화학 남성직원 3명이 연구용 모자와 마스크, 가운, 장갑을 착용하고 제품을 손에 들고 검사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전지 산업은 그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R&D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LG화학과 같이 전지 소재 기술이 강한 업체가 앞장서서 새로운 소재의 전지로 위기를 극복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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