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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기

도심 속 작은 유럽 이색골목길 탐방, 이태원 엔틱가구거리

2015년 5월 27일

가구란 그런 것이 아니지 / 서랍을 열 때마다 몹쓸 기억이건 좋았던 시절들이 / 하얀 벌레가 기어 나오는 오래된 책처럼 펼칠 때마다 / 항상 떠올라야 하거든 / 나는 여러 번 이사를 갔었지만 그때마다 장롱에 생채기가 새로 하나씩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 그 집의 기억을 그 생채기가 끌고 왔던 것이다

위의 시는 박형준 시인의 <가구의 힘>이란 시입니다. 가구는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기억 상자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래된 가구는 한 집의 내력과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레코드’라 할만 하죠.

오늘은 삶이 묻어 있는 오래된 가구, 그중에서도 백 년 이상의 기억이 깃든 엔틱가구점이 모인 이태원 엔틱가구거리를 블로그지기와 함께 떠나볼 텐데요. 이태원 엔틱가구거리는 ‘도심 속 작은 유럽’이라 불릴 정도로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명소입니다. 그럼 이태원 엔틱가구거리로 함께 떠나 볼까요?


다양한 여행 가방을 진열해 놓은 가구거리의 한 매장

가구들이 살아 숨쉬는 거리의 박물관, 이태원 엔틱가구거리

여러분, 엔틱이란 무엇인지 아시나요? 엔틱(Antique)은 낡고 오래된 유물을 뜻하지만, 제품에 있어 엔틱이란 낡음의 테마를 빌린 고풍스러운 제품을 말합니다. 새것처럼 보이는 것을 찾으시면, 그것은 엔틱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엔틱스러운 제품을 찾는다고 할 수 있죠. 보통은 백 년을 기점으로 그 이상 된 골동품 가구들을 ‘엔틱가구’라 말하고, 백 년이 채 안된 가구들은 ‘빈티지가구’라 부른답니다.

의자를 진열해 놓은 이태원 가구거리의 매장 바깥 풍경

이태원 가구거리는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로 나와 해밀톤 호텔 맞은편으로 야트막한 비탈길이 백미터 이상 길게 뻗은 거리를 말하는데요. 고가구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약 80여 곳 이상 모인 ‘엔틱가구 거리’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답니다. 당시 근처 미군 부대에 있던 군인들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사용하던 가구들을 팔기 위해 내놓은 때부터 시작된 것이죠.

현재는 대부분 유럽에서 경매를 통해 들여온 엔틱가구들을 팔고 있답니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 지금부터 엔틱가구거리를 블로그지기와 함께 거닐어 보실 텐데요. 오월의 햇살 좋은 날 엔틱가구거리를 걸을 때 음악이 있다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요? 그럼 커피소년-엔틱한 게 좋아를 함께 들으며 이태원 엔틱가구거리를 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색적인 매장이 가득한 이태원 가구거리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구, 엔틱가구

엔틱가구거리를 거닐며 블로그지기는 한 매장을 방문했는데요. 특이하게도 오래된 피아노를 가구로 파는 가게였습니다. 피아노 위에 황동주물로 촛대 받침대가 달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었죠. 전기가 없던 시절 촛불을 밝히고 피아노를 치는 한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는 듯 했답니다. 이 피아노는 1800년대 프랑스에 제작된 것으로 붉은색 외부는 거북이 등껍데기로 만들었고, 금속 장식은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가게에는 드레스덴 찻잔들도 많았는데요.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생산된 제품이기 때문에 ‘드레스덴 도자기’라고 불린답니다. 드레스덴 찻잔은 24k 도금 장식과 손으로 그린 채색 그림이 특히 돋보였습니다. 모두 백 년 이상 된 제품이지만, 실물로 보면 백 년 전에 만든 찻잔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본연의 색을 유지하고 있어서 놀라웠답니다.

촛대 받침 장식이 달린 피아노 가구와 드레스덴 도자기가 있는 엔틱가구점

촛대 받침 장식이 달린 피아노 가구와 드레스덴 도자기가 있는 <프린스> 엔틱가구점

그런데 여러분, 과연 엔틱가구의 특별함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엔틱가구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백 년 전만해도 모든 가구를 주문 후 장인들이 손으로 직접 제작했기 때문이죠. 같은 스타일의 가구라고 해도 모두 수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장식 하나, 못 하나도 모두 다르다는 게 엔틱가구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엔틱 책상과 나무못을 박아넣은 흔적

책상과 책상다리의 이음새 부분에는 나무못 자국이 보인다.

가게를 둘러보던 블로그지기의 눈을 사로잡는 가구 하나는 또 발견했습니다. 1900년대에 호두나무로 만든 책상이었는데 책상과 책상다리의 이음새 부분에 나무못을 박아 넣은 흔적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망치질의 방향에 따라 나무못 머리 부분이 정사각형 혹은 마름모 모양으로 바뀐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엔틱가구는 못 하나에도 특별함이 묻어 있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나라마다 다른 엔틱 가구

엔틱가구거리는 이태원 청화아파트까지 이어져 있는데요. 청화아파트 상가에는 백 평이 넘는 넓은 가게도 있습니다. 큰 규모만큼 골동품들로 가득 차 마치 박물관에 온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죠. 이곳에서 블로그지기는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의 엔틱가구들이 고유한 특징들을 사장님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나라마다 다른 엔틱가구의 특징들을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영국양식, 프랑스양식, 독일양식, 네덜란드 양식의 엔틱가구

(좌측부터 시계 방향) 영국양식, 프랑스양식, 독일양식, 네덜란드 양식의 엔틱가구

1900년 영국에서 참나무로 만든 진열장. 영국 엔틱가구는 굵고 중후한 멋을 풍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진열장 장식을 자세히 보면 직선적으로 강력하고 꽈배기나 교자형의 휘장이 이용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양식을 자코비안 양식(Jacobean style )이라고 부릅니다. 자코비안 양식은 영국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양식이기도 하죠.
180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제작된 루이 16세 스타일 카나페. 카나페는 프랑스어로 ‘소파’를 뜻하죠. 프랑스 양식은 가늘고 장식이 많으며 화려하답니다. 화려한 금칠과 그물망처럼 가늘게 짜인 섬세한 세공이 돋보이는 카나페는 프랑스인들의 심미안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1880년에 호두나무로 제작된 드레스덴 양식의  책상. 위에서도 잠깐 살펴보았듯이 드레스덴 양식은 도자기 장식이 있는 엔틱가구를 말합니다. 채색된 그림이 있는 도자기의 화려함이 나무의 질감을 한껏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1860년대 네덜란드에서 흑단나무로 제작된 책상. 단단하면서도 빛나는 흑색을 띠는 흑단나무는 매우 진귀하기 때문에 에보나이트(검은색의 가황고무)로 색을 입혀서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네덜란드 엔틱가구는 일반적으로 장식선이 굵고 문양이 소박한 특징을 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특징이랍니다.

엔틱가구거리의 숨은 명소를 찾아라

엔틱가구거리에는 골목길마다 깨알 같은 ‘맛집’과 ‘이색 수리점’ 등도 만날 수 있는데요. 가구거리를 구경하기 전, 거리 초입에 위치한 연예인 홍석천이 운영하는 태국음식 전문점 ‘마이면’에서 시장기를 달래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엔틱가구거리에서 청화아파트에 다다르기 전 갈림길 골목에는 ‘구씨네’라는 엔틱샹들리에 전문 수리점도 있는데요.

골목길에 삐쭉 나온 구씨네라는 작은 간판이 인상적이랍니다. 인상 좋으신 구씨 사장님은 두어 달에 한 번씩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으로 출장을 다니며 앤틱샹들리에를 컨테이너로 싹쓸이해온다고 하는데요. 그 열정만으로도 구씨네는 이태원 제일의 앤틱샹들리에 전문점이랍니다.

<구씨네>라고 적힌 작은 간판과 구씨네 사장님의 엔틱샹들리에 수리하는 모습

<구씨네>라고 적힌 작은 간판과 구씨네 사장님의 엔틱샹들리에 수리하는 모습

여러분 지금까지 이태원 엔틱가구거리 어떠셨나요? 아직 끝나지 않은 봄, 이 거리에서 숲 속에 들어선 것 같은 나무 향기를 맘껏 맡으면 좋지 않을까요? 엔틱가구거리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벼룩시장’이 열리는데요. 저렴한 가격으로 엔틱가구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다가오는 오월의 마지막 주말 이태원 엔틱가구거리를 꼭 한번 거닐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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