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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이야기

나는 너의 나이를 알고 있다! 탄소연대측정법

2015년 1월 29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은 나이를 먹습니다. 누군가 나이를 물으면, 우리는 간단히 대답해주거나 신분증을 보여주죠. 나무는 나이테를, 동물은 이빨이나 몸집을 보고 그 나이를 추정하고요. 그렇다면 사물의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박물관에 가보면 오래된 화석이나 유물들도 추정 나이를 갖고 있는데요. 말하지 못하는 사물에게 나이를 묻는 화학적 방법, ‘탄소연대측정법’을 공개합니다.


원자가 반으로 붕괴되는 시간, 반감기

긴 시간동안 잠들어있던 유물의 나이를 측정하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려면 핵물리학의 방사성 붕괴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방사성 붕괴는 특정 방사성 원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모원소)가 붕괴하면서 안정한 원소(자원소) 변해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핵심은 바로 붕괴에 소요되는 시간인데요. 모원소가 자원소로 변하면서 원자 수가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합니다. 이 반감기는 원소에 따라 일정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사물에 남아있는 원소에 따른 연대측정이 가능해지죠. 쉽게 말해 화석이나 유물이 만들어진 다음부터 그 안에서는 계속해서 방사성 원소의 붕괴가 이루어지는데요. 그 표본을 채취해 방사성 원소의 수를 분석하여 반감기에 따른 나이를 알아내는 것이랍니다.

반감기의 그래프

반감기의 그래프

6만 년을 넘나드는 연대측정법의 열쇠, 탄소-14

그렇다면 수많은 방사성 원소 중 연대측정법에는 어떤 원소를 이용할까요? 얼마 전 블로그지기가 소개해드렸던 흑연과 다이아몬드의 뿌리, 기억나세요? 네, 바로 탄소입니다. 여러 원자량을 지닌 탄소 중에서도 연대측정에는 ‘동위성 탄소’라고 불리는 ‘탄소-14(14C)’를 이용하는데요. 탄소-14는 앞서 말한 ‘붕괴하는 방사성 원소’ 중 하나입니다. 이 원소는 우주선(Cosmic Radiation)에 의해 생성된 중성자가 대기권에서 질소와 핵반응을 일으켜 생성됩니다. 때문에 대기에는 일정한 양의 탄소-14가 존재하고, 또한 탄소 순환에 의해 생명체에도 일정한 비율로 흡수되죠. 그러나 생이 다한 이후 생명체 내의 탄소-14는 더이상 유입되지 않고 붕괴되는데요. 탄소연대측정법은 생물체 안에 남아있는 이 탄소-14의 반감기를 이용하여 나이를 추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생명이 없는 사물 안에 포함된 탄소-14에도 똑같이 반영이 가능한데요. 약 5730년인 탄소-14의 반감기를 통해 최대 6만 년까지 연대를 측정할 수 있다고 하네요.

탄소-14의 생성과정 및 탄소순환

탄소-14의 생성과정 및 탄소순환

탄소연대측정법으로 내친 김에 노벨상까지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로 탄소-14를 처음 이용한 사람은 미국의 화학자 윌라드 리비(Willard Libby)였습니다. 1949년 시카고대학에 재직 중이었던 그는 실험을 통해 탄소-14가 1분에 단위 그램 당 14개가 붕괴한다는 결과를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탄소연대측정법을 개발하였습니다. 나아가 리비는 제조 연대가 확실한 유물이나 나무 등과 비교실험을 하며 탄소연대의 정확한 측정 및 신뢰를 위해 노력했는데요. 이렇게 개발된 탄소연대측정법은 그동안 논란에 휩싸였던 고고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었고, 지질학이나 물리학 등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업적 덕분에 리비는 196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고, 지금까지도 그의 측정법은 사물의 나이를 확인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답니다.

탄소연대측정법을 개발한 윌라드 리비와 노벨상 메달

(좌)탄소연대측정법을 개발한 윌라드 리비, (우)노벨상 메달 ⓒwikipedia.org

5,000년 전 제주의 화산흔적을 발견하다

작년 7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연’)은 5,000년 전 제주에서 화산분출이 있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연구에서 탄소연대측정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지질연은 상창리 퇴적층에서 화산활동의 증거인 탄화목(숯)을 발견해 자동환원장치1와 AMS2(가속기 질량분석기, Accelerator Mass Spectrometry)로 연대를 측정하였는데요. 그 결과 탄화목의 생성시기가 5,000년 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를 계기로 제주도는 사()화산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살아있는 생()화산으로 재분류되었다고 합니다. 지질학적으로 1만 년 이내에 분화한 기록이 있을 경우 살아있는 화산으로 정의되기 때문이죠. 아름다운 관광지로만 알고 있던 제주가 아직 팔팔한 열기를 품고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한데요. 이렇게 탄소연대측정법은 몰랐던 과거의 중요한 비밀을 알려주는 귀한 열쇠랍니다.

탄소연대측정 장비인 AMS와 자동환원장치 및 제주 퇴적층, 탄소연대측정 결과표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AMS, 자동환원장치, 제주 퇴적층, 탄소연대측정 결과표. 사진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1. 자동환원장치: 자동 환원장치는 AMS 전처리 장치로, 시료의 환원반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일정한 실험조건을 손쉽게 유지할 수 있어 안정된 측정결과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자동환원장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직접 개발하고 만든, 순수 우리기술로 현재 수출까지 앞두고 있다.
2. AMS: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이 가능한 대형장비. 초극미량 우주선 유발 방사성 동위원소의 비율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로, 2012년에는 AMS를 활용해 과거 700년 간 우리나라 대기 중 방사성탄소 농도를 복원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AMS 실험실에서는 국내시료를 활용한 우리나라 과거 기후 복원 등 관련 연구와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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